[우리들의 야구단, 삼성라이온즈 .1] 저변확대를 위한 첫 걸음, 어린이 회원

  • 명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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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13   |  발행일 2017-12-13 제25면   |  수정 2017-12-13
“멀리 보고 가자” 사자군단의 미래 밝히는 ‘아기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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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삼성에 입단한 강민호가 삼성 어린이 회원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삼성라이온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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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삼성 라이온즈가 어린이 회원들에 제공한 기념품.

삼성 라이온즈가 내년이면 대구에 뿌리를 내린 지 36년째를 맞는다. 삼성이 팀의 마스코트로 사자를 삼고 있어 ‘사자군단’이라고도 불린다. 이처럼 한편으론 위협적인(?) 별칭을 가졌음에도, 삼성은 지난 30여년간 우리 지역민에게 따뜻한 가족과도 같았다. 매년 프로야구 시즌만 되면 시민들을 홈구장으로 불러들여 그들이 하나되게 했다. 시즌이 끝나고 추운 겨울이 찾아오면 어려운 이웃돕기 등의 활동을 펼치며 시민들에게 온정을 베풀었고 지역사회에 따뜻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삼성은 지난해 새시대를 맞았다. 34년간 쌓아온 대구 시민야구장에서의 역사를 뒤로하고, 신축구장인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이하 라팍)로 홈구장을 옮겼다. 라팍은 지역사회와 야구팬은물론 대한민국 야구계의 랜드마크가 됐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라팍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인식은 어색한 게 사실이다. 내년이면 신축구장 시대 3년째를 맞는 삼성 라이온즈는 여느때보다 바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시민들과 더욱 가까워지기 위해서다. 30여년간 시·도민과 함께한 ‘우리들의 야구단’ 삼성 라이온즈의 올 겨울을 들여다 본다.

한국 야구에서 스토브리그 때마다 되풀이되는 것이 ‘FA 몸값 거품’ 문제다. 좁은 야구판에서 선수가 부족하다 보니 일어나는 현상이다. 최근에는 출산 기피에 따른 자녀 수 감소 등으로 유소년 야구 선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초등학교 야구부가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야구단의 구단주는 매번 “야구단은 그룹 차원에서 보면 일종의 사회적 기여 활동”이라는 말을 되풀이한다. 실제로 국내 프로야구단은 매년 200억원 정도의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모든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야구 저변 확대’다. 야구를 좋아하는 어린이가 늘어나면 자연히 야구팬이 늘어난다. 야구 선수가 되기 위해 도전하는 어린이도 늘어나게 된다.

삼성 라이온즈는 저변 확대를 실천해 오고 있다.

프로야구판에 어린이 회원이 등장한 것은 1982년 프로야구 출범을 앞두고 6개 구단이 회원 모집에 열을 올리면서부터다. 전 구단이 하나같이 관중 동원을 위해 어린이들의 마음을 잡으려고 뛰어든 것이다. 이 같은 마케팅은 당시 어린이들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실제로 대구 어린이들도 삼성의 첫 어린이 회원 모집에 엄청난 호응을 보냈다. 당시 대구백화점(중구 동성로) 옥상에서 어린이 회원을 모집했는데, 가입을 위해 모인 어린이와 가족들로 인해 동성로 일대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줄지어 선 행렬이 대구백화점을 몇 바퀴나 감았다고 한다.

출산기피에 유소년 야구도 불똥
어린이 회원으로 저변확대 노려

1982년 첫 모집 5만명‘순식간’
1990년대 들어 무료 입장 혜택
여름방학에 열리는 야구교실
국내 첫 리틀야구단 창단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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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당시 삼성 라이온즈의 초창기 어린이 회원들의 모습.

이로 인해 삼성이 준비한 어린이회원 물품 5만 세트가 순식간에 동이 나버렸다. 가입하지 못한 지역 어린이들은 물론 서울 지역 어린이까지 아우성을 쳤다. 이에 삼성은 1만2천명을 추가 모집했다. 당시 삼성은 회원으로 가입한 어린이에게 어린이용 가방과 야구모자, 점퍼, 사인볼, 기념연필, 노트, 팬북 등을 제공했다. 제작 원가가 1만원에 육박했다. 지금의 화폐가치로 따진다면 꽤 높은 금액이다. 하지만 삼성은 ‘야구 저변 확대’를 목표로 했기에 회원 가입비로 5천원만 받았다.

어린이 회원에게 지급하는 기념품과 특혜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바뀌었다.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삼성은 어린이 회원에게 무료 입장의 특혜를 제공했다. 이후에는 개막전에 입장한 어린이 회원에게 선착순으로 선물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열고 있다.

어린이 회원 제도가 활성화되자, 삼성은 지역에서 좋은 야구 선수가 나올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 여름방학을 맞아 지역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어린이여름야구교실’을 열었다. 이 전략의 성공은 정식 어린이 야구단인 삼성리틀야구단 창단(1990년 9월15일)의 동기로 이어졌다. 당시 KBO 전체 구단 중 최초로 창단한 구단 산하 리틀야구단이며, 삼성은 운영 경비 전액을 부담하며 유망선수들을 조기에 발굴해내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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