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그리스 獨 아헨공대 섬유기술연구소장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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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14   |  발행일 2017-12-14 제7면   |  수정 2017-12-14
“소비자에게 유익한 것을 얼마나 빠르게 실현해 주는가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토마스 그리스 獨 아헨공대 섬유기술연구소장

아헨공대 기계공학과 교수이자 섬유기술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토마스 그리스 교수를 대구에서, 그리고 아헨공대 섬유기술연구소에서 두차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대구에서 처음 만난 그는 한국어로 된 명함을 내밀었고, 아침엔 빵과 베이컨, 커피가 아니라 밥과 김치, 김을 먹었다.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은 그는 대구·경북의 산업 구조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올해 들어서만 2번, 지금까지 15번 이상 한국을 찾았다.

독일의 산업 4.0의 핵심이 뭐냐는 질문에 그리스 교수는 “기계와 기계, 산업과 산업이 서로 대화를 통해 보다 나은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여기에서 ‘대화를 통해 나온 결과물’은 기업들이 원하는 기술이 아니라 소비자가 어떤 제품을 만들어주길 원하는지, 그것을 얼마나 적정한 가격에 빨리 서비스 해주느냐”라고 정의했다. ‘기술혁신’이 아니라 ‘개별 소비자가 원하는 것’과 ‘소비자에게 어떻게 유익한가’를 빠르게 실현해주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

아헨공대 섬유기술연구소와 파트너 기업들이 참여해 만든 아디다스 스피드팩토리의 핵심은 로봇을 통한 인건비 감축이 아니다. 고객들이 자신만의 운동화, 트레이닝 복을 빠른 시간 내에 비싸지 않은 가격에 공급받을 수 있도록 컴퓨터 디자인을 이용한 신발 콘셉트 구성, 자동화기술을 디지털로 네트워킹하는 기술이다.

글로벌 기업의 사례를 한국, 그리고 대구·경북에 적용할 수 있겠느핵는 질문에 “이미 대구의 섬유기업, 경북지역의 에어백 관련 기업들이 섬유기술연구소와 협업을 통해 4차 산업혁명에 대처해나가고 있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먼저 파악해보면 그 방안이 나올 것”이라며 “경북지역의 에어백 관련 회사는 자동차 등에 들어가던 에어백을 개인용 에어백으로 특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는 높은 곳에서 일을 해야 하는 근로자가 많고, 추락사고가 적지 않은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별 노동조합과 중소기업들이 자리를 잡은 독일과는 다른 국내 여건은 해결해야 할 문제로 짚었다.

그는 “함께 연구 중인 대구·경북 기업 중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규모가 작은 기업이 있다. 이들은 큰 기업으로부터 일을 받아 진행하는데 마치 ‘노예’같다”면서 “중소기업이 자기만의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아헨과 대구는 섬유산업이 발달한 점, 그리고 수도가 아닌 점 등 비슷한 부분이 많다. 그런 만큼 아헨을 중심으로 이뤄낸 독일의 4.0의 성과를 대구에서도 해낼 수 있다. 또 농업에서도 충분히 4차 산업혁명이 가능한 만큼 경북에서도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다”며 “이를 위해 기업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대학은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기술연구를, 정부는 예산을 지원하면서 간섭을 최소화해야 하고, 그럴 경우 성공적인 결과물을 머지않은 시간에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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