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9세기 영남지역 지진발생 빈도 높았다”

  • 이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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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14 07:38  |  수정 2017-12-14 07:38  |  발행일 2017-12-14 제10면
■ 조선시대 선비 생활일기 분석
10월부터 이듬해 3월 사이 집중

[안동] 조선시대 안동을 비롯한 영남지역에서 지진 발생 빈도가 높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13일 한국국학진흥원 오용원 박사에 따르면 조선시대 여러 선비의 생활일기를 분석한 결과, 16∼19세기 영남지역에 지진이 빈번하게 일어났으며 10월부터 이듬해 3월 사이 집중됐음이 밝혀졌다. 지난해 경주와 올해 포항에서 일어난 지진의 발생 시기는 각각 9월과 11월이다.

계암 김령(1577∼1641)이 40년간 일상을 매일 기록한 계암일록에는 1606년 11월9일, 1612년 1월26일, 1612년 4월9일 등 지진 발생 사실을 간략히 기술하고 있다. 조성당 김택룡이 쓴 조성당일기에는 1612년 4월9일 발생한 지진에 대해 ‘미시(未時)에 지진이 일어났다. 지붕 기와가 모두 흔들렸다’고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당시 지진 규모가 컸음을 밝혔다. 그리고 1616년 9월17일 ‘아침에 김진성이 만나러 왔다. 풍종이 앞 밭 콩을 타작했다. 이날 지진이 일어나 지붕이 흔들렸다’고 썼다. 김령과 김택룡은 1612년 4월9일 지진 때 동일한 시간과 공간(안동)에 있었고 똑같이 감지한 것이다.

청대 권상일(1679∼1759)이 기록한 청대일기를 보면 1710년 1월12일, 1737년 1월14일, 1746년 10월19일, 1750년 1월3일 등 모두 4회 지진 기록이 나온다. 지진 발생 시기가 대부분 겨울인 것이 특이하다. 1750년 1월3일 일기에는 ‘미시에 강릉 땅에서 지진이 두 차례나 발생해 가옥이 마구 흔들렸다’고 썼다. 대구 팔공산 인근에서 평생을 지낸 임재 서찬규(1825∼1905)가 21세부터 17년간 기록한 임재일기에도 수차례에 걸쳐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나온다. 지진 관련 정보가 구체적이지는 않으나 서찬규는 17년 동안 모두 13회의 지진을 감지했다고 기록했다. 13회 지진 가운데 1회를 빼면 대부분 10월에서 이듬해 3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오용원 박사는 “1904년 이전 지진에 대한 자세한 기록은 거의 없는 상태였으나 이번에 조선 선비의 일기 등을 통해 지진 발생 횟수와 시기 등이 조금 더 명확하게 밝혀졌다. 실록 등 고증을 통해 기록물로 남겨야 한다”면서 “연중 발생 시기가 주로 겨울과 봄이라는 점은 앞으로 한반도 지진 연구에 시사하는 바가 크므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두영기자 victor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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