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진의 정치풍경] 안철수의 극중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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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14   |  발행일 2017-12-14 제30면   |  수정 2017-12-14
[차명진의 정치풍경] 안철수의 극중주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극중(極中)주의를 외치며 당권을 장악한 지 100일이 지났습니다. 안타깝게도 “극중주의란 저런 거구나!” 무릎을 칠 만한 언행은 없었습니다.

국민의당의 국회 활동은 중도 정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 대신에 캐스팅 보트의 위력만 보여줬습니다. 김이수 후보는 후보의 자질 때문이 아니라 여당 대표가 자신들을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며 기분 나빠하는 국민의당 의원들의 반대표 때문에 헌법재판소장에서 탈락했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에 대해서는 안 대표와 같은 고향에 고등학교 동문이어서 우호적인 표가 많이 나왔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내년 예산에 대한 국민의당의 태도는 완전한 이념실종이었습니다. 사안마다 여야가 주장하는 숫자의 중간치를 절충안이라고 내놓았고 여당이 이를 넙죽 받아 통과됐습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나라는 한 해 청년고용의 최대 규모를 국가기구가 담당하게 되었고 민간기업의 임금을 국가가 대납해주게 되었습니다. 이건 중도가 아니라 상당히 왼쪽으로 기운 결과입니다. 게다가 국민의당과 여당의 협력 뒤에는 찜찜한 담합의 징후가 엿보입니다. 호남 KTX를 무안공항까지 둘러갈 수 있도록 예산 1조2천억원을 증액한 것과 선거법 개정을 밀실에서 약속한 것 등입니다.

[차명진의 정치풍경] 안철수의 극중주의
시사만평가

바른정당과는 왜 통합하려는지 그 이유가 분명치 않습니다. 유승민 대표는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한 안 대표의 분명한 입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예산안을 역사적 오류라고 규정했습니다. 안철수 대표는 이에 대해 가타부타 말이 없습니다. 이런 식이면 생각이 같고 노선이 같아서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군소정당이 살아남기 위해 세를 불리려 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 DJP와 한나라당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 자민련이 연상됩니다. 한국의 정치문화와 제도 속에서 중도의 길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명분을 버리면 중도정당의 몸부림이 아니라 제3정당의 잔재주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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