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성교의 직론직설] 새로운 정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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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15   |  발행일 2017-12-15 제22면   |  수정 2017-12-15
진보도 보수도 제역할 못해
세대교체는 새 정치의 시작
野는 인적 쇄신이 개혁 핵심
정치철학·어젠다의 재설정
정치 제도의 개혁도 절실해
[서성교의 직론직설] 새로운 정치를 기대한다
바른정책연구원 원장, 정치평론가

격동의 2017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한국 정치사에서 다시 있을 수 없는 대결과 갈등, 혼란으로 점철된 한 해였다. 대통령 탄핵과 파면에 이어 대통령 보궐선거가 치러졌다. 보수는 참패를 당했고 진보가 집권했다. 혼란 중에 출범한 문재인정부는 국정준비의 부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첫째는 인사 실패요, 둘째는 무리한 정책 어젠다 밀어붙이기였다. 설상가상으로 북핵 외교 실패로 안보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적폐 청산도 인민재판식 숙청에 머물고 있다. 정권이 향유하던 탄핵의 반사이익은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야당이 제 역할을 한 것도 아니다. 무능은 고사하고 내부 분열과 권력 투쟁에 여념이 없다. 쇄신이다 통합이다 연대다 말만 무성하지 국민의 기대에서는 멀다. 국회의 예산안 심사와 통과 과정을 지켜본 국민들은 좌절한다. 지역구 예산 몇 푼 확보하느라 여야 짬짜미하면서 가치와 양심을 팔았다. 야당은 포퓰리즘 예산과 세금 인상을 두 손 놓고 방조했다.

이러니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지극히 낮다. 한국행정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행정부(2.0)와 사법부(2.1)에 비해 정치에 대한 신뢰도는 1.7점에 불과하다. 정치인의 청렴성, 공정성도 꼴찌다. 세계경제포럼이 지난 9월 발표한 2017년 국제경쟁력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는 137개 국가 중 90위에 불과하다. 한국의 경제규모, 교육수준 등과 비교하면 창피한 수준이다. 한국 정치가 이래서는 안된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이 크다.

새로운 정치의 첫출발은 과감한 세대교체다. 특히 야당은 인적 쇄신이 개혁의 핵심이다. 1979년 보수당에 정권을 내준 영국 노동당은 41세의 토니 블레어를 당 대표로 선출했다. 그리고 3년 뒤 18년 보수당 정권을 물리치고 집권에 성공했다. 야당이 된 보수당도 동일한 전략을 채택했다. 보수 개혁의 기치를 내건 39세의 데이빗 캐머런을 당수로 선출했다. 그리고 5년 뒤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1971년 대선에서 김영삼과 김대중 후보는 ‘40대 기수론’을 내세우며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39세에 대통령에 당선된 프랑스의 마크롱을 배워야 한다.

둘째, 정치 철학과 어젠다의 리프레임(reframe)이 필요하다. 권위주의 보수와 무능 진보는 구시대 유산이다. 보수는 ‘생활 보수’로, 진보는 ‘실용 진보’로 재정립(realignment)해야 한다. 분배가 공정한 성장, 환경을 살리는 지속가능한 발전, 평화를 위한 안보 프레임으로 거듭나야 한다. 일자리, 주택, 교육, 소득, 의료, 안전 등 현실 문제 해결에 천착해야 한다. 국민 대다수는 조나선 하트가 주장하는 ‘복합이슈세대’다. 양극단의 꼴통 보수와 진보는 배척한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의 ‘제3의 길’, 미국의 주니어 부시의 ‘따뜻한 보수’는 이에 부응해서 집권에 성공한 좋은 사례들이다.

마지막으로 정치 제도 개혁이 절실하다. 세계경제포럼에서 한국의 경쟁력 약화의 주요 요인으로 정치 제도의 후진성을 꼽은 바 있다. 정치구조가 잘못되다 보니 정치행태와 문화도 왜곡되었다. 제왕적 대통령제와 국회의원 소선거구제는 반드시 바꿔야 한다. 대통령 탄핵에 이를 정도의 만성적인 부정부패, 망국적인 지역 갈등, 보수와 진보의 뿌리깊은 기득권은 구시대 정치의 산물이다. 권력자가 아닌 국민 대중을 위한 정치, 상호 경쟁을 통해 창의적 정치 패러다임이 요구된다.

정치학자 로날드 잉글하트는 21세기 새로운 정치(new politics)의 도래를 선언한 바 있다. 민주주의-민족통일국가 수립이라는 시대적 과제와 개인의 자유와 행복이라는 보편적 명제를 모두 달성해야 한다. 구시대 낡은 정치를 떨쳐버리고 새로운 정치를 여는 원년이 되기를 소망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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