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낚시시대] 감성돔 원투낚시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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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15   |  발행일 2017-12-15 제38면   |  수정 2017-12-15
입질 순간 별똥별처럼 떨어지는 초릿대…“밤바다를 수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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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 너머 숨어 있던 해가 떠오르기 직전의 후정해수욕장. 원투낚시꾼들이 오전 입질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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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20분경 대형 감성돔 입질을 받아낸 김훈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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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커피로 몸을 녹이는 꾼들. 해변에 쳐 둔 작은 텐트는 이들 감성돔 원투낚시꾼의 베이스캠프다.

“피딩 타임(입질 시간)이 끝난 것 같은데…, 슬슬 걷는 게 어떨까요?”

겨울 밤바다의 찬바람을 맞으면서 꼬박 밤을 새웠다. 온몸이 얼어붙었다. 따끈한 해장국 생각이 간절했다.

“철수하면서 근처 국밥집에 가서 몸 좀 녹이는 게….”

이때였다. 수평선을 향해 목을 빼고 어신을 기다리던 원투 낚싯대 하나가 미세하게 떨렸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단 한 사람, 원투낚시 베테랑 김훈기씨(의정부 유에스스포츠 대표) 외에는.

입에 가져가던 커피잔을 팽개치듯 내려놓고 재빨리 달려가는 김훈기씨. 해변에 깊이 박아둔 원투대 하나를 뽑아 들더니 빠르게 릴을 감는다. 뒷걸음질로 릴링을 하는 김씨의 채비가 드디어 수면에 올라온다. 이윽고 모래밭에 나뒹구는 물고기, 감성돔이다. 그것도 5짜(50㎝)에 육박하는 대형 감성돔이다. 이때가 오전 7시20분. 칼바람의 황량했던 겨울바다가 낭만과 환희의 겨울바다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동해 감성돔 찾아나선 원투낚시꾼들과
11월 말 울진 후정해수욕장 백사장으로
해변서 수평선 향해 80m 지점 물속 바위
겨울 감성돔이 먹이활동 하는 ‘포인트’

1㎞ 모래밭 허공에 반짝거리는 초록별
다름 아닌 초릿대에 달린 케미컬라이트
거치대에 세워둔 낚싯대 휘면서 포물선
오전·오후 7시 일출·일몰 전후가 피크


◆한겨울 백사장에 감성돔이 뒹군다?

원투낚시 전문꾼들이 동해 감성돔을 찾아 나선다는 소식을 들은 건 지난 11월21일 오전. ‘오늘 시간 되면 내려오시라’는 김종필씨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그는 ‘지금 울진 후정해수욕장 백사장에서 원투낚시를 하면 마릿수 감성돔 입질을 받을 수 있다’는 정보를 덧붙였다.

‘이 겨울에 무슨 동해 감성돔…?’

믿기지 않았다. 추자도나 가거도 같은 먼 바다 갯바위에서도 지금은 감성돔 입질이 뜸한 시기. 영등철(음력 2월 전후) 대물 감성돔을 노리는 꾼들이라면 한겨울 먼 바다 갯바위낚시를 즐기기는 한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5짜 이상 대형 감성돔 ‘한 방’을 노리는 전문꾼들의 영역이다. 이런 시즌에 동해에서 감성돔낚시를, 그것도 백사장에서 원투로?

흥미로웠다. 오전에 잔무를 후딱 처리하고 점심식사를 한 후 오후 3시쯤 서울을 출발했다. 강릉까지 간 후 동해안 따라 남쪽으로 1시간여 더 달리자 죽변항과 가까운 후정리에 닿을 수 있었다.

이때가 오후 7시. 이미 사방이 깜깜한 시각. 해수욕장 입구에서 해안 쪽을 바라보는데…. 1㎞ 남짓 펼쳐진 모래밭 허공에 초록별들이 반짝거린다. 해변에서 바다 쪽을 보고 일렬로 늘어선 그 초록별은 바로 끝보기 케미컬라이트(낚싯대의 초릿대에 다는 케미컬라이트. 밤낚시 입질을 파악하는 소품)였다.

김종필씨를 비롯한 감성돔 원투낚시팀은 후정해수욕장 북쪽 끄트머리 해변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오늘은 평일이라 그나마 사람이 덜 몰린 겁니다. 주말에는 자리가 없어요.”

원투낚시 전문꾼이자 다이와 원투 필드스태프 이현성씨는 ‘한겨울 밤 바닷가에 웬 꾼들이 이렇게 많으냐’는 나의 말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느냐는 표정을 짓는다.

◆입질, 그리고 바다로 떨어지는 별똥별

이현성씨에 따르면 이 일대 해변에서 원투낚시에 감성돔이 낚이기 시작한 건 지난 10월 초부터였다. 해변에서 수평선을 향해 70~80m 채비를 날리면 암반 바닥에 닿는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그 지점, 즉 포인트에는 무수히 많은 여가 깔려있다. 그 여와 여 사이 물골을 타고 겨울 감성돔이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울진 해변의 겨울 감성돔낚시는 원투낚시밖에는 해답이 없다. 5m 길이의 원투 전용낚싯대에 2.5호 나일론 줄(모노 필라멘트)이나 합사 원줄이 감긴 원투 전용 릴을 장착하고, 6호 정도의 카본 목줄을 도래로 연결한 후 감성돔 원투낚시용 15호 정도 크기의 바늘을 묶어주면 된다. 여기에 30호 정도의 구멍 봉돌을 쓰면 웬만한 파도에는 채비가 바닥에서 구르지 않는다. 미끼는 갯지렁이나 참갯지렁이, 혹은 개불을 쓴다.

그런 다음 파도 너머로 힘껏 캐스팅한다. 그리고 모래밭에 깊이 박아둔 낚싯대 거치 팩이나 전용 거치대에 낚싯대를 세워둔다. 이후부터는 기다림만 남는다. 감성돔 원투낚시는 이처럼 그 방법이나 채비가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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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질은 초릿대의 움직임으로 파악한다. 원투낚시에서의 감성돔 입질은 명확한 편이다. 감성돔이 바닥에 떨어진 미끼를 입 안에 넣으면 초릿대가 까딱까딱 움직인다. 그러다가 미끼를 문 감성돔이 고개를 틀어 방향을 돌리면 초릿대가 마치 인사를 하듯이 바다 쪽으로 확 꺾인다. 깜깜한 밤에 이런 입질을 받으면 마치 하늘에서 초록 별똥별이 바다로 떨어지는 듯한 장관이 연출된다. 낚싯대가 확 휘면서 초릿대 끝에 달아 놓은 케미컬라이트가 바다 쪽으로 파란 선을 그리면서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날, 즉 지난 11월21일 밤에는 지루할 정도로 입질이 드물었다. 초저녁인 7시쯤 김종필씨가 30㎝급 감성돔 한 마리를 낚았다. 그 후 한 시간에 한 마리꼴로 드문드문 입질이 들어왔지만 씨알이 잘았다. 자정까지 취재팀이 낚아낸 감성돔은 7마리. 씨알은 25~35㎝ 정도였다.

해변에 쳐놓은 작은 텐트로는 겨울밤 추위를 이겨낼 수 없었다. 자정이 넘어서면서 한두 사람씩 각자 차 안으로 들어가서 히터를 틀어놓고 쪽잠을 청한다. 대부분의 바다낚시가 그렇듯 이 감성돔 원투낚시 역시 입질 시간대가 거의 정해져 있다. 해 뜰 무렵의 한두 시간과 해 질 녘의 한두 시간이 최고의 피크타임이다. 겨울 해는 짧기에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그리고 오전 6시부터 8시까지가 동해안 감성돔 원투낚시에서 가장 집중해야 할 시간대이다. 지난 11월21일 오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이어진 출조에서 취재팀의 조과 역시 해 질 녘인 오후 7시 전후와 해 뜰 무렵인 오전 7시 전후에 집중됐다. 그리고 그중 가장 큰 씨알인 50㎝급 감성돔은 11월22일 오전 7시20분쯤 낚였다.

이날은 갯지렁이보다 개불 미끼가 효과적이었다. 비교적 수온이 낮은 겨울에는 갯지렁이보다 개불이 바닷속에서 더 오래 살아 견디기 때문이다. 즉 그 꿈틀거림이 감성돔의 시각을 자극하고, 개불에서 나는 냄새가 겨울 감성돔의 후각을 쉽게 깨운다는 게 전문꾼들의 설명이다.

미끼용 개불은 후정해수욕장에서 가까운 죽변항 어시장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다. 마리당 평균 1천원 선. 한번 채비를 던져두면 어지간해서는 미끼를 갈 이유가 없기에 낚싯대 한 대당 개불 10마리면 하룻밤 낚시로 무난하다.

◆추워질수록 낚이는 씨알은 쑥쑥

그런데 울진 후정해수욕장의 감성돔 원투낚시는 언제까지 가능할까? 수시로 후정해수욕장을 찾아 원투낚시를 즐긴다는 김훈기씨는 연중 가능하다고 말한다.

“한여름에는 피서철이라 낚시를 할 수 없지만 그 시기를 빼면 언제나 손맛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겨울 외 다른 계절에는 감성돔을 잘 노리지 않지요.”

김훈기씨는 봄부터 초여름까지는 여기서 주로 보리멸을 노리고 피서철이 끝난 후 9월부터 이듬해 1~2월은 감성돔낚시를 즐긴다고 한다.

동해안 원투낚시는 흐리고 파도가 높은 날 감성돔 입질이 잦다. 서해나 남해보다 물이 맑기 때문이다. 파도가 적당히 높으면 물이 탁해진다. 이럴 때 멀리 빠져나가 있던 감성돔들이 경계심을 풀고 해안선 가까이 들어온다. 해가 떠 있는 낮이나 오후보다 일출, 혹은 일몰 전후에 입질이 집중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수온이 낮아지면 마릿수 조과는 떨어지지만 그 대신 낚이는 감성돔의 씨알은 굵어진다.

겨울바다에서 느낄 수 있는 건 연인들의 낭만 외에도 이런 짜릿한 손맛이 있다. 오랜 기다림 이후 찰나의 순간에 맛보는 손맛의 희열. 살을 에는 겨울밤 해풍을 맞으면서도 꾼들이 바닷가에서 낚싯대를 세우는 건 이 맛을 잘 알기 때문이다.

월간낚시21 기자·penandpower@naver.com

▨취재협조= 의정부 유에스스포츠, 031-822-9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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