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5개월 ‘저금리 시대’ 마무리…기준금리 얼마나 더 오를까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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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16   |  발행일 2017-12-16 제11면   |  수정 2017-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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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지난달 30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 6년5개월 동안 이어져 오던 저금리 시대를 마무리함과 동시에 통화정책의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저금리로 시중에 돈을 풀어 경제를 살리던 것에서 이제는 풀린 돈을 거둬들이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

국내 기준금리는 2012년 7월 3.25%에서 0.25%포인트 내린 것을 시작으로 그동안 8차례 인하해 작년 6월 이래 17개월간 사상 최저(1.25%) 수준을 이어왔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0.25%로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있지만 수차례에 걸쳐 점진적으로 인상해온 전례를 보면,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그 시작을 알린 셈이다.

전문가들은 내년에 1~2차례, 많게는 3차례 정도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까지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가계대출 증가율 전국 2, 3위를 기록하고 있는 대구와 경북지역민의 이자부담 증가와 가계부채 부실화 가능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의 지난 10년간 전국 시·도별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대구와 경북의 가계대출 잔액은 39조8천779억원과 36조4천176억원으로 2011년보다 각각 78%와 88% 늘었다. 저금리 시대를 끝낸 만큼 앞으로 기준금리 인상은 어떻게 진행될지, 가계대출이 적지 않은 대구경북은 어떻게 대응해야 그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를 미리 짚어보고 준비해야 한다.

◆연달아 오르는 기준금리
국내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관심은 “얼마나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가 추가 인상될 것이냐”에 쏠리고 있다. 정부는 1천4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신중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13일(현지시각)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함에 따라 한미 양국의 금리는 다시 같은 수준이 됐다. 여기에 기준금리 추가 인상 등도 남아 있어 쉽게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거기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이후 잇따라 기준금리를 올려온 과거 사례를 보면 속도만 늦출 뿐이지 추가 인상 분위기는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韓銀 지난달 말 기준금리 ‘1.5%’로 인상
긴축통화정책으로 전환 신호탄 쏘아올려
美 연준도 0.25%p 올려 韓美 동일한 수준

정부, 가계부채 고려 추가인상 신중 입장
과거 인상기 비춰 상승 분위기 이어질 듯

이자부담 증가…가계부채 부실화 가능성
당국, 채무조정·회생제도 확충 등 나서야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국내 금리인상기의 경험이 현재에 주는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던 1차 인상기(2005년 10월~2008년 9월)와 2차 인상기(2010년 7월~2012년 6월)에는 짧은 시간 내에 적지 않게 인상됐다.

1차 인상 시기에는 총 8차례에 걸쳐 2.00%포인트를 올렸다. 2005년 10월 3.25%였던 기준금리는 그해 12월까지 2회, 2006년 2·6·8월 3회, 2007년 7·8월 2회, 2008년 8월 1차례 등 총 8번에 걸쳐 올렸고, 2차 인상 시기에는 2010년 7·11월 2회, 2011년 1·3·6월 3회 등 총 5차례에 걸쳐 2.00%에서 3.25%로 1.25%포인트 인상했다.

2003년 카드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묶여 있던 기준금리를 △국내경기 상승세 △석유 등 에너지 가격 상승 △부동산가격 급등 △내외금리차 축소 △위기국면 회복 등으로 국내 경제가 회복기미를 보이자 인상에 나선 것으로 지금과 비슷한 여건이었다.

◆기준금리 인상이 미치는 영향은

과거 금리 인상기 동안 국내 경제는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

기준금리 인상은 국내 경기 회복세를 전제하는 만큼 금리 인상기에는 경기 개선도 이뤄졌다. 금리인상은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 모멘텀에 들어설 때 이뤄져 이 기간 국내 경제성장률은 비교적 높았고, 경기 국면은 회복기에서 호황기, 후퇴기로 이동해 갔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은 경기 과열을 막는 효과도 있어 경기확장 폭은 제한적이었다.

반면 비용상승형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면 기준금리 인상으로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공급 측 물가 상승 압력이 비교적 낮았던 1차 인상기에는 기준금리 인상이 경기 과열로 나타날 수 있는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을 효과적으로 차단했지만, 2차 인상기에는 농산물 가격과 유가 불안정 등 공급 측 물가 상승압력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최대 5%에 육박했다. 최근 국제유가가 급등할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지속해서 불안할 경우 2차 인상기의 비용상승형 인플레이션이 재현될 우려가 있다고 연구원 측은 전망했다.

또 부동산 가격은 금리 인상기 초기에는 상승세를 보였고, 금리 수준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고 경기가 둔화 국면에 진입할 땐 하락세로 돌아섰다. 금리 상승이 여러 차례 진행돼 금리의 수준 자체가 높아지고 경기가 서서히 둔화 국면에 진입할 때엔 국내 부동산 가격의 상승 폭이 꺾였다.

가계부채 역시 대출금리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고 부동산 경기가 위축될 때 증가세가 둔화됐다. 대출금리가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부동산 경기가 상승세를 이어가면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유지됐지만,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 시점에 가까워지고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둔화할 땐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진정됐다고 연구원은 밝혔다.

기준금리 인상은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특히 금리 인상 시작 시점에 원화 강세 현상이 두드러졌다.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해외 자산과 비교해 국내 자산의 수익률이 높아지므로 원화 강세 요인이 된다.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진입 시점에는 향후 상당 기간 금리 인상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국내 경제 펀더멘털 역시 양호한 시점이기 때문에 원화 강세가 급격했다.

주식시장은 기업 실적 개선의 영향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줄어들어 주식가격이 낮아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경기회복의 영향으로 기업의 매출 증가폭이 컸고, 기준금리 인상의 전제조건인 국내 경기 회복세로 기업들의 실적 개선 효과가 더욱 커져 주가가 상승세를 보였던 것.

담보대출 금리의 경우 금리 상승 폭이 제한적이었지만, 신용대출 금리의 경우 기준금리 인상 시 빠르게 높아졌다.

1차 인상기와 2차 인상기 모두 고정금리 비중이 높은 담보대출의 금리 상승 폭은 크지 않았지만,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신용대출 금리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그런 만큼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마이너스 통장 대출, 신용대출 등 생계형 대출자들이 금리 인상으로 더욱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과거 경험을 토대로 현대경제원 측은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된 만큼 △국내 경기 상황에 맞는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동시에 국내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개선에 나설 것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비용상승형 물가상승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것 △부동산가격 불안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시장안정화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 △대출금리 상승으로 부실위험이 높아질 우려가 있는 가구에 대한 채무조정 및 회생제도를 확충 △원화가 당분간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채산성 악화에 대비할 것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속도가 가파를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내외금리차 축소로 인한 외국인자금 유출 가능성에 대비할 것 등을 주문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도움말=현대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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