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실같이, 놀이터같이 ‘도서관도 4차산업혁명’

  • 유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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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16   |  발행일 2017-12-16 제16면   |  수정 2017-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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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세상의 도서관들//조금주 지음/ 나무연필/ 356쪽/ 1만8천500원

도서관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까. 비슷하게 생긴 건물에 1층엔 어린이 열람실이 있고, 2층엔 성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독서실처럼 생긴 열람실이 있을 것이다. 최근에 생긴 도서관이라면 영화를 보고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는 공간 하나쯤 더 있을 것이다. 또 복도엔 다른 도서관에서도 많이 하는 문화프로그램 포스터가 붙어 있을 것이다.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주위 도서관의 모습이 대개 이렇다.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자다 일어나면 변하는 시대에 세상의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도서관의 수명은 다한 것일까. 아니면 새로운 혁신의 중심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일까.

책은 위의 물음에 대한 대답이다. 이 책은 전 세계의 도서관들은 지금 어떻게 운영되고 있으며, 또 어떤 콘셉트로 이용자를 만나고 있는지 알아본다. 이를 위해 저자는 도서관 혁신을 추구하는 아시아, 유럽, 미국 등 14개국 48개의 도서관을 찾아가 그 생생한 현장을 살펴보고 기록했다. 또 세계 곳곳의 도서관들이 얼마나 다양한 실험을 시도하고 있는지, 어떤 미래를 추구하고 있는지 알려준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도서관의 모습이 아니라 미래의 도서관을 보여주는 책이다.


각종 공구 구비한 美‘메이커스페이스’
놀이터 같은 덴마크‘미디어스페이스’
상식을 뛰어넘는 도서관의 새로운 모습
14개국 48개 도서관 생생한 현장 소개



책에는 우리의 상식과 생각을 뛰어넘는 도서관들이 나온다. 첫장부터 놀라운 도서관이 나온다. 바로 미국 공공도서관들이 운영하는 ‘메이커 스페이스’이다. 메이커 스페이스는 3D 컴퓨터, 절단기, 각종 공구를 들여놓고 이용자들이 무엇이든 만들 수 있게 도서관 내부에 구축한 창작 공간이다. 도서관에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게 의아하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도서관에서도 창의적 글쓰기, 책 만들기, 공예 등을 했기에 그 연장선상에서 나온 새롭고 신선한 시도라 할 수 있다. 메이커 스페이스는 미국 뉴욕주의 페이엣빌 공공도서관에 3D 프린터를 들여놓자는 한 대학원생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미국발 경제위기가 닥친 2008년엔 책을 읽는 도서관이 아니라 창업을 도모하고, 발명과 발견을 하는 곳으로 도서관이 자리매김하면서 메이커 스페이스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게 됐다.

메이커 스페이스 이외에도 획기적인 시도를 하는 다양한 도서관들이 소개된다. 덴마크 오르후스에 있는 ‘도켄’은 도서관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매체인 ‘미디어 스페이스’이다. 이곳은 공간의 개방성, 이용의 다양성, 매체의 적용성, 사람들간의 상호작용을 불어넣는 곳이다. 도서관 공간의 정형성을 깨고 가변적 공간 구성을 통해 이용자의 요구와 미래에 대한 유연한 역동성을 담아낸다. 이곳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공간과 시설이다. 도서관에서는 오르후스에 아이가 태어나면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축하하는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또 놀이시설인지 도서관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공간이 많다. 이는 놀이를 학습이나 교육의 도구가 아니라 문학이나 예술과 동급인 문화 활동으로 간주하는 이곳의 철학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도켄’은 놀이시설일까 아니면 도서관일까. 이곳은 어쩌면 우리 미래 도서관의 한 단면일지 모른다고 저자는 말한다.

쇠락해가는 도시를 되살리기 위한 도시재생 사업의 교두보로 도서관이 활용된 성공과 실패 사례도 살펴본다. 빈민층 지역주민들의 이목을 집중시켜 슬럼화 현상을 둔화시킨 영국 런던의 ‘페컴 도서관’과 전통시장 재건을 위해 도서관을 만들었지만 불과 몇 년 만에 주민들에게 외면 당해 폐허가 된 태국 방콕의 ‘올드 마켓 도서관’을 통해 도서관 외형만으로는 성공한 도서관이 될 수 없다는 점도 강조한다.

이외에도 성장과 교육의 중심에 선 도서관과 기록·보존의 역할을 하는 도서관, 문화와 예술을 품고 있는 세계의 여러 도서관도 등장한다. 저자는 “외국의 성공적인 그 실험을 고스란히 복제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 성공적인 외국 사례를 우리 도서관의 현실을 비추는 거울삼아 우리의 고민을 명확히 설정하고 그것을 풀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유승진기자 ysj194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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