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중국을 보는 文정부의 감상적 시선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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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18   |  발행일 2017-12-18 제30면   |  수정 2017-12-18
국빈방문 의전,성과 논란
靑과 여당만의 시각 존재
中은 철저하게 國益 우선
韓은 조심조심 심기 타진
復棋하고 다음 대비해야
[송국건정치칼럼] 중국을 보는 文정부의 감상적 시선

필자는 청와대 출입기자 생활을 꽤 오래 했다. 과거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전용기를 함께 타고 가서 취재를 한 일도 몇 번 있었다. 그런 경험에 비춰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방중(13~16일)을 둘러싼 논란은 그냥 일과성에 그치고 어물쩍 넘어가선 안 된다고 본다. 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현지 일정 조정에 이상 징후가 감지됐다는 보도를 접하고 처음엔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리커창 총리와의 오찬 회동이 면담으로 바뀌고,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과 공동기자회견을 생략하기로 한 건 실무방문도 아닌 국빈방문의 격에 전혀 맞지 않는, 불안한 조짐이었다. 공항에 차관보급이 영접을 나오고 국빈방문 시작부터 베이징의 서민식당에서 사실상 ‘혼밥’을 먹는 모습을 보고는 의구심과 불안감이 걱정으로 바뀌었다. 청와대는 일부러 한국의 대통령이 중국 서민 속으로 들어간 듯이 설명했지만, 외교적으로 다른 의미있는 일정을 잡지 못해 급조한 것처럼 보인 까닭이다.

의구심과 불안감이 걱정으로, 그 걱정이 화로 변한 건 청와대 출입 사진기자 두 명이 구타 당한 사건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구타 사건 이후 중국 당국이 보인 행태, 중국의 눈치를 보는 건지 어정쩡한 태도를 보인 청와대의 대응이다. 중국 당국과 관영 매체는 중국인 보안요원이 가해자임에도 그들을 고용한 비용을 KOTRA가 지불했다고 해서 ‘한국인끼리의 문제’라고 우겼다. 청와대도 기자 폭행이란 돌발 상황이 문 대통령의 방중 성과를 희석시키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폭행을 당한 한국 기자가 청와대 측에 ‘혹시 저로 인해 대통령의 정상회담 일정, 행사에 누를 끼친 것 아니냐’고 우려하더라”고 전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취재하던 기자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대통령의 바로 곁에서 방문국의 건장한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몰매를 맞았는데도 책임지는 사람조차 없다.

중국 당국의 국빈에 대한 푸대접 논란은 본질이 아닐 수도 있었다. 정상회담 내용이 형식과 절차를 압도했으면 그랬을 거란 의미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방중 성과가 “100점 만점에 120점”이라고 했다. 양국 정상이 한반도 전쟁불가 등 4대 원칙에 합의했고, 시진핑 주석이 사드 발언의 수위를 낮췄으며, 리커창 총리가 사드 배치에 따른 경제보복 중단을 암시한 점이 성과란 설명이다. 정부 내부에서 이를 성과라고 진짜 믿는다면 그건 너무 안이한 상황 인식이다. 4대 원칙은 선언적 내용들이고, 공동성명에 담지도 못했다. 문 대통령은 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 중단이나 대북제재 말은 꺼내지도 않았다. 시 주석은 사드 수위를 조금 낮추는 대신 ‘3불’(不·사드 추가배치, 미국 미사일방어체제 편입, 한미일 군사동맹 불가)’ 이행할지 지켜보겠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던졌다. 리 총리는 경제보복에 대한 유감표명이나 재발방지 약속을 하지 않았다.

필자가 대통령의 중국방문 동행취재를 했던 건 주로 김대중·노무현 진보정권 시절이었다. 그 때도 중국은 개혁개방정책을 펴고 있었지만 여전히 사회주의 이념을 중요시하던 시기였다. 그 때문에 한중 국교수립을 한 노태우 전 대통령이나 보수정권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방중 때보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환대를 받았다. 지금은 다르다. 중국이 사회주의를 포기한 건 아니지만 이념보다는 국익(國益) 우선이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의 이번 방중에선 준비부터 진행, 그리고 성과 평가까지 너무 감상적이었던 것 같다. 바둑 아마 4단인 문 대통령이 시 주석으로부터 옥 바둑판을 선물받았다는데, 3박4일 일정을 냉정하게 복기(復棋)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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