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연기 없는 동물화장장…“문화공간 같아요”

  • 김형엽
  • |
  • 입력 2017-12-21 08:25  |  수정 2017-12-21 08:54  |  발행일 2017-12-21 제24면
■ 청도 반려동물장례식장
20171221
지난 15일 찾은 반려동물장례식장 ‘하얀민들레’ 내부의 납골당. 영정사진 앞에 생전 반려동물이 좋아하던 간식과 주인이 남긴 메모가 놓여 있다.
20171221
화장장 외부 모습. 화장이 진행 중이지만 굴뚝에선 연기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20171221
‘하얀민들레’가 운영 중인 화장로에서 반려동물 화장이 진행되고 있다. <하얀민들레 제공>

지난 15일 오후 1시쯤 청도군 화양읍의 한 반려동물장례식장. 잔디가 깔려 있는 반려동물 놀이터와 테라스가 첫눈에 들어왔다. 장례식장 같지 않았다. 마치 작은 공원에 들른 듯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이내 엄숙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한쪽에서 주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깨끗이 염한 반려묘에게 수의를 입히고 있었다. 다른 쪽에선 반려견의 명복을 빌어주기 위해 찾아온 한 스님이 업체 관계자와 장례식 절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에게 조심스럽게 인터뷰를 시도했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에 좀처럼 입을 떼지 못했다. 화장이 진행되는 동안 이들은 말없이 화장로를 비추는 CCTV 영상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같은 시각 화장로가 설치된 건물을 살펴봤다. 매캐한 냄새가 난다거나 굴뚝에서 연기가 나지는 않았다.

동물장례식과 화장을 진행하는 이곳은 반려동물장례식장 ‘하얀민들레’다. 지난해 2월 문을 열었다. 장례식장 김영덕 대표는 과거 한 동물장묘업체에 키우던 강아지 장례식을 맡겼으나 제대로 된 절차 없이 떠나 보낸 아픈 기억을 갖고 있었다.

김 대표는 “주민들이 현수막을 내걸고 민원을 넣을 정도로 반대가 심해 행정소송까지 거쳐야만 했다”면서 “하지만 쓰레기가 가득 쌓인 버려진 땅이 일종의 문화공간처럼 변모하자 이젠 주민들도 흔쾌히 이해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엔 소송까지 거쳤지만
지금은 주민들도 이해해줘
반려동물 잃은 사람들의
정신적 고통 덜어줄수 있어

개장이후 화장 1천300여건
별도 홍보 안해도 문의 늘어
합법적인 화장업체 많아야
바가지요금 등 불법행위 줄어


개장 이후 진행한 반려동물 화장은 1천300여건에 달한다. 사업 초창기 거의 들어오지 않던 의뢰가 점차 늘어나 이젠 하루 평균 4건씩 화장을 하고 있다. 별도로 홍보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 입소문을 통해 이 곳을 찾고 있다.

이른바 ‘펫로스증후군’(Pet Loss Syndrome·반려동물이 죽은 뒤 경험하는 상실감·우울감).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이 겪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일컫는다. 부모 등 가족을 잃은 슬픔을 일반 장례식이 보듬어 주는 것처럼, 동물장례식 또한 반려인의 정신적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지론이다.

그는 “이곳에서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사람들은 수시로 인터넷 분향소에 댓글을 남기고 있다. 또 납골당에 찾아와 생전 좋아하던 간식을 유골함 앞에 놓고 간다”며 “다른 반려인과 만나 서로 아픔을 나누고 치유하는 모습에 마음이 숙연해진다”고 말했다.

반려인구 1천만 시대를 맞았지만 사체처리를 위한 장묘업체(화장장 포함)를 찾기란 쉽지 않다. 신설 업체 대부분이 주민 반대를 겪어 행정소송까지 염두에 두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자체는 주민 반대와 법적 절차라는 딜레마 앞에서 주민 눈치 보기에 바쁘다.

동물 장례는 현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 자연히 불법 장례영업도 적지 않다. 김 대표는 “합법적 동물 화장 업체가 적다보니 바가지 요금·무더기 화장 등 불법 행위로 인해 반려동물 주인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꽤 있다”며 “지역별로 동물화장시설을 확보, 갈수록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김형엽기자 khy0412@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