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황금개의 해’에는 ‘犬馬之勞(견마지로)’의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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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26   |  발행일 2017-12-26 제31면   |  수정 2017-12-26
[CEO 칼럼] ‘황금개의 해’에는 ‘犬馬之勞(견마지로)’의 마음으로
이양호 (전 한국마사회장)

또다시 새로운 한해를 맞게 됐다. 많은 이들이 새로운 해의 기운을 받기위해 새벽잠을 설치며 산으로 바다로 달려간다. 해돋이를 보기 위해서다. 항상 시작은 커다란 의미로 다가서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저 평범한 가족의 무탈과 안정적인 생활이나 사업 번창과 자신의 꿈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소박한 심정을 담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2018년은 무술년(戊戌年)으로, 60년 만에 돌아온 황금개의 해이기도 하다. 사실 ‘개(犬)’와 ‘말(馬)’은 공통점이 많은 동물이다. 오랜 세월 가족처럼 여기며 살아온 탓에 인간과의 친밀도가 높으며,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성격 또한 몹시 닮았다.

흔히 호랑이와 말, 개를 묶어 인오술삼합(寅午戌三合)이라 부르는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다. 남녀와 마찬가지로 동물도 궁합이 있다. 그중에서도 개와 말, 호랑이는 궁합이 잘 맞는다.

한국마사회는 2017년에 다양한 부문에서 성과를 일궈냈다. 세계 최고 경마대회인 ‘두바이월드컵’ 결승전에 국산 경주마를 첫 출전시켰다. 국내적으론 ‘코리아컵’의 성공적 개최로 한국경마의 위상을 높였다. 아울러 도농교류 활성화, 승마시설 지원, 농산물 직거래장터 운영, 기부금 지원 등 다양한 도농상생 공헌활동 덕분에 정부로부터 농촌사회공헌인증을 받기도 했다. 말산업 부문에서의 성과는 알찼다. 제주도 초등학교를 승마 시범학교로 선정·운영함으로써 학교체육 내 승마도입의 발판을 다졌다. 말산업 박람회, 체험 프로그램 등을 통해 말산업에 대한 대중의 인식도 한층 끌어올렸다. 이처럼 한국마사회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관련 종사자들의 노력과 국민 모두가 관심과 애정을 보내준 덕분이다. 이 자리를 빌려 모든 분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1922년 설립된 한국마사회는 경마시행 1세기를 맞이하는 2022년을 불과 5년 앞두고 재도약을 준비 중이다. 영국과 미국이 그러하듯 이제는 경마가 건전한 레저스포츠로, 사교의 장으로 변모할 수 있게 각고의 노력을 다해야 할 때다. 말산업 육성을 통해 연간 3조4천억원의 경제효과, 2만4천명의 고용효과, 연 1조5천억원 규모의 국가·지방 재정기여는 시작일 뿐이다. 말산업 육성,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장애시설과 농어촌 발전 지원 등 한국마사회의 다양한 공헌활동이 깊이 뿌리내리기 위해서도 경마 발전은 필요하다. 경마를 통해 창출되는 과실이 전국 곳곳을 비옥하게 만들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1983년 농림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고, 외교부·농촌진흥청과 한국마사회를 거치며 30년 이상 국민·농업인과 함께 살아왔다. 과거 경력에 기대어 말산업의 잠재력과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각계각층의 종사자들을 만나보며 그것이 자만이었음을 깨닫고 늘 현장과 소통하려 애썼다.

한비자에는 ‘견마난귀매이(犬馬難鬼魅易)’라는 유명한 글귀가 있다. 개나 말은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기에 잘 그리지 않으면 혹평을 피하기 힘들지만, 귀신이나 도깨비는 본 사람이 드물기에 마음껏 그려도 시비를 걸 사람이 없다는 말이다. 많은 사람이 말산업에 대한 지식을 갖춰나가고 있는 만큼 이들의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해선 끊임없이 배우고 고민해야 한다. 그간 우문현답(우리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을 입버릇처럼 읊으며 현장과 소통하고자 주력했던 것도 결국은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2018년에는 소통의 범위를 모든 국민으로 넓혀야 한다. 이를 위해 지금보다도 훨씬 낮은 자세, 즉 견마지로(犬馬之勞·주인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개와 말의 노력)의 마음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말 산업은 더 도약할 것이라 믿어본다.

이양호 (전 한국마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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