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문재인정부 첫해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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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27   |  발행일 2017-12-27 제31면   |  수정 2017-12-27
[영남시론] 문재인정부 첫해를 보내며
박상병 정치평론가

올초까지만 하더라도 자고나면 역대급 뉴스의 연속이었다.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은 이미 ‘비평’의 수준을 한참 넘어섰다. 그때는 의혹 하나하나에 대한 잘잘못을 따지기가 무의미할 정도로 충격과 분노의 연속이었다. 물론 그 결과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탄핵되는 결과를 맞았다.

탄핵정국의 결과로 문재인정부가 들어섰다. 그러자 마치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듯한 변화와 설렘의 연속이었다. 미처 국정 운영에 대한 준비도 하지 못했을 텐데 하는 걱정도 많았지만 문재인정부의 시작은 괜찮았다. 엄청난 인재풀이 가동되고 있었으며 그 뒤에는 정권교체 경험이 있는 민주당이 버티고 있었다. 게다가 ‘피플파워’도 진행형이었으므로 국민적 지지는 더욱 탄탄했다. 또 언론을 파고드는 ‘감성적 언행’은 피플파워의 핵심 동력이 되기에 충분했다. 문재인정부 임기 초에 보였던 놀랄 만한 국민적 지지율은 그렇게 표출된 것이다.

그러나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했다. ‘촛불혁명’이 강조되고 ‘적폐청산’을 향한 외침이 거칠어지면서 어느새 그 피로증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문재인정부 7개월이 넘도록 손에 잡히는 큰 성과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촛불혁명은 차츰 ‘편 가르기’나 정권의 ‘하위 개념’으로 편입되고 적폐청산은 저잣거리의 시빗거리쯤으로 변질됐다. 동시에 로드맵을 제시해야 할 청와대는 보이지 않았으며 정부는 무기력해 보였고 검찰의 칼은 무뎠다. 이러는 사이 정치권의 소모적 공방은 더 가열되었다. ‘협치’는 처음부터 과욕이었다. 그럴 역량도 준비도 부족했다. 이런 식으로 시간만 흘러가는 모양새다 보니 국민적 피로감이 더 빨리 왔던 것이다.

문재인정부의 인재풀이 넓었다 하지만 정작 발탁되는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대체로 ‘그쪽 사람들’이었다. 이전 정부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높은 도덕성이나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로 보기도 어렵다. 다수의 중도 탈락자가 나온 것도 이전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재인정부의 강점이 제대로 발현되지 못한 셈이다. 참으로 아쉬운 대목이다.

최대 쟁점이었던 외교안보 문제는 선전하는 듯했지만 갈수록 실력 미달이 눈에 보였다. 북핵 앞에서 정부의 스탠스가 꼬이더니 어느새 주변국들에 떠밀리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문 대통령을 향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무례’는 외교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문 대통령을 국빈으로 초대한 중국 정부의 일련의 태도도 불쾌하기 짝이 없다. 문 대통령을 수행한 기자들이 폭행까지 당한 사건은 국민적 자존감에 큰 상처를 남겼다. 이전 정부는 몰라도 최소한 문재인정부에서는 이러면 안 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기회 있을 때마다 언급했던 ‘피플 파워’로 탄생한 정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전의 박근혜정부 때나 있을 수 있는 일들이 반복되거나 오히려 더 악화되는 모습이라면 실망도 보통이 아니다. 그렇다고 내치가 돋보이는 것도 아니다. 관료사회의 무기력과 정치사회 무능력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경제사회의 위기는 더 커지고 있다. 사회 각 부문에서의 변화도 정부 초기 반짝하더니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듯하다. 물론 새 정부 첫해에 뭘 그리도 많은 기대를 했느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그럼에도 문재인정부의 ‘특수성’만큼은 포기하고 싶지 않다. 문재인정부는 사실상 ‘혁명 정부’에 가까운 역사적 위상을 가졌다.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새해에는 문재인정부 1년을 평가하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은 다시 날선 공방으로 격돌할 것이다. ‘적폐청산’ 운운하는 소리도 정쟁에 묻히고 말 것이다. 개헌 문제마저 지방선거의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높다. 이래저래 문재인정부는 점점 협곡으로 들어서고 있는 셈이다. 지방선거 승패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정치’와 ‘시대’를 교체해 달라는 촛불민심에 문재인정부는 무엇으로 화답할 것인가. 지방선거 승리가 그 답이 될 수 있을까. 문재인정부 첫해를 보내는 심정은 안타깝고도 애석하다. 자칫 노무현정부의 실패를 반복하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다시 ‘반동의 시대’가 다가오는 것은 아닌지 왠지 불안하고도 초조하다. 박상병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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