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글로벌 문화도시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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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28   |  발행일 2017-12-28 제31면   |  수정 2017-12-28
[영남타워] 글로벌 문화도시
조진범 문화부장

‘꽤 좋았다’고 해도 괜찮을 것 같다. 적어도 문화만 따지면 그런 평가를 내릴 만하다. 대구 문화는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정치경제적으로 죽을 쑨 것과는 대조적이다.

정치는 전국적으로 ‘조롱의 대상’이 된 게 아닌가 싶다. 제대로 된 정치인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눈치만 보는 정치인들이 날뛰는 것 같다. 그야말로 꼴불견인데, 대구 정서가 그런 행태를 허용하는 듯해서 아쉽기 짝이 없다. 정치인들이 교묘하게 짜놓은 프레임을 시민들이 과감하게 깨부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경제는 더 암울하다. 최근 지난해 대구의 경제성장률이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대구의 1인당 GRDP(지역내 총생산)도 25년 연속 꼴찌였다. 기가 찬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그동안 정치인들은 대구 경제의 비상을 약속했다. 시민들은 그 약속을 믿고 특정 정당에 몰표를 줬다. 그 결과가 좀 비참하지 않은가. 여전히 그 정당이 시민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는다는 게 기가 찬다. 더 웃기는 것은 그동안 대구 경제를 나 몰라라 했던 정치인들이 어려워진 경제의 원인을 현 정부로 돌리는 데 있다. 먼저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는 게 정상이다. 정말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

정치경제의 어려움 속에 문화는 상대적으로 빛났다. 무엇보다 유네스코 음악 창의도시에 선정된 게 자랑스럽다. 국내에선 통영에 이어 두 번째이다. ‘글로벌 문화도시’로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대한민국 근대음악의 태동지로서 제1호 클래식 감상실인 ‘녹향’이 문을 열었고, 6·25전쟁 당시 폐허 속에서도 ‘바흐의 음악이 흐르던 도시’라는 점이 유네스코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전해진다. 유네스코 음악 창의도시 선정은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의 유네스코 등재와 함께 대구 시민에게 자부심을 주기에 충분하다.

일각에선 유네스코 음악 창의도시 선정을 폄훼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정치적인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 같아 불쾌하다. 최근 영남일보에서 열린 영남일보 독자위원회에서 대구경북연구원 오동욱 박사는 “국채보상운동 기록물 유네스코 등재와 음악 창의도시 선정은 대구의 활용자산이다. 정치적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고 시민에게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대구시의 역할도 중요하다. 민간에게 맡기고 모른 척하는 것은 음악 창의도시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유네스코 음악 창의도시는 4년마다 심사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않으면 자칫 탈락의 수모를 겪을 수 있다. 오동욱 박사는 “음악 창의도시끼리 네트워크를 잘 구축하면 정말 대구시는 세계적인 도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아시아는 물론 유럽의 문화와 교류하면 대구의 정서도 훨씬 개방적으로 바뀌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가지게 한다. 현재 유네스코 음악 창의도시는 31개다. 이탈리아 볼로냐, 스페인 세비야, 잉글랜드 리버풀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도시들이 많다.

다행히 대구시는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UCCN) 연례회의를 유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유네스코 지원 조례도 제정할 계획이다. 유네스코 음악 창의도시 선정을 활용한 관광코스도 개발할 계획이다. 시민 및 문화계와 함께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다 좋다. 계획대로 된다면 대구의 문화지도가 바뀔 수 있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대구시가 ‘낮은 자세’로 사업을 벌여나갔으면 좋겠다. 판을 깔아준다고 거들먹거리면 글로벌 문화도시의 마인드를 의심받을 것이다.

또 하나 축하할 일이 있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딤프)이 제작한 뮤지컬 ‘투란도트’의 유럽 수출이다. 딤프도 세계화되고 있다. 내년에도 대구 문화계에 좋은 일이 많이 생기기를 바란다.
조진범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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