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춤추게 한 발달장애 1급 ‘꽃남자 산타’

  • 글·사진=조경희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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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03   |  발행일 2018-01-03 제14면   |  수정 2018-01-03
김준영씨 경산 삼성요양센터 방문
아코디언으로 17곡 흥겨운 연주
어르신 춤추게 한 발달장애 1급 ‘꽃남자 산타’
산타 복장을 한 아코디언 연주자 김준영씨(가운데)가 경산 삼성요양센터에서 공연을 마친 후 어르신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성탄절을 이틀 앞둔 지난해 12월23일 경산 옥실길 삼성요양센터(소장 박미경)에 ‘꽃남자 산타’가 나타나자 어르신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반겼다. 산타옷을 입은 꽃남자는 아코디언 연주자 김준영씨(22·발달장애 1급)다. 김씨는 요양센터에 들어서자마자 큰소리로 “할아버지, 할머니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하고 인사를 했다.

잠시 후 햇살이 따뜻하게 비치는 거실에 모여 앉은 어르신들은 김씨의 아코디언 연주를 감상했다. ‘안동역에서’ ‘오버 앤 오버’ ‘돌아와요 부산항에’ ‘선구자’ ‘아리랑’ 등 트로트와 가곡을 번갈아 무려 17곡을 연주했다. 아리랑을 연주할 때는 어르신들이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해 2월 고교를 졸업한 후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소장 노금호)로 출근하고 있다. 오전에는 일을 하고 오후에는 요일별 특화된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다. 급여는 자랑할 만한 수준이 아니지만 매일 나갈 곳이 있어서 좋다고 한다.

아코디언 연주 섭외를 자주 받고 있는 김씨는 대구 자폐인사랑협회 창립총회 공연(콘서트하우스), 대장부콘서트(충북 단양문화예술회관), 장애인문화예술축제 A+Festival in 대구(대구문화예술회관) 등에 초청받아 연주실력을 뽐냈다. 그는 서울 강동구청 제2청사 중증장애인 채용 카페(I got everything) 개소식에 초대돼 멋진 공연으로 출연료를 톡톡히(?) 받기도 했다.

김씨의 연주무대에는 늘 부모가 함께한다. 어머니 배영미씨는 “이만하길 참 다행이다 싶다가도 가슴 한구석은 항상 짠하다. 부모가 언제까지 지켜 줄 수 있을지…”라며 걱정스러운 속내를 드러냈다. 사슴 같은 눈빛을 하고 씩씩한 목소리로 노래까지 부르면서 연주하는 김씨를 바라보는 부모의 눈에는 늘 이슬이 맺혀 있다.

초등 4학년 때부터 우여곡절을 겪으며 배우게 된 아코디언은 이제 김씨의 친구이자 즐거움이 되었다. 열 곡 이상을 쉬지 않고 연주하면서도 힘든 기색 하나 없다. 김씨는 매일 하루에 세 시간 이상 연습을 한다. 김씨가 외우고 있는 노래는 80여 곡. 악보를 보지 않고도 17곡은 거뜬하게 소화한다.

“더욱더 잘 하겠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메리 크리스마스!” 짧은 외침과 함께 꾸벅 인사를 하며 요양센터 문을 나서는 김씨는 15㎏이나 되는 아코디언을 둘러메고 다음 연주 장소로 향했다. 박미경 소장은 “다른 여러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오지만 준영이는 늘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아주 특별하고 대견합니다”라고 말했다.

어머니 배씨는 “준영이가 어디에서든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의미있게 살아가길 바랐는데 그 꿈이 조금은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준영이가 좋아하는 아코디언을 연주하면서 이 세상을 혼자서 살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글·사진=조경희 시민기자 ilikela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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