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대구시의원들이 바보입니까?”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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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03   |  발행일 2018-01-03 제30면   |  수정 2018-01-03
통합 대구공항 이전 사업
대의민주주의 이유 내세워
국회·지방의원 의견만 물어
불과 5개월 앞으로 다가온
6·13선거서 제대로 뽑아야
[동대구로에서] “대구시의원들이 바보입니까?”
임성수 정치부장

“대구시의원들이 바보입니까?”

얼마 전 대구공항 이전과 관련, 지역 내 공론화 과정을 묻는 질문에 대구시 최고위직 간부가 던진 말이다. 시민들이 직접 뽑은 시의원들이 찬성하는 것이 곧 대구지역의 여론이라는 것이다. 대구시의회는 대구공항통합이전추진특별위원회까지 구성하며 대구시에 적극 협조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대구시의원들 모두가 통합 대구공항 이전에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시의원은 물론 대구공항특위 소속 위원 중에도 사석에서 “대구시가 왜 이렇게 급하게 공항 이전을 추진하는지 모르겠다”는 푸념섞인 말이 나오곤 한다.

하지만 대구시 최고위직 간부는 “대구시의원들이 바보냐? 영남권 신공항을 추진할 때 대구시민에게 의견을 물어봤느냐”며 대구공항 이전에 시민들의 의견수렴 절차는 필요치 않다는 식의 발언을 쏟아냈다. 대구시의원들이 통합 대구공항 이전에 찬성하니까 대구시민들이 찬성하는 것으로 간주하면 된다는 것이다. 또 시민들이 이용하던 공항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방식의 통합 대구공항 이전 사업과 신규 사업이던 영남권 신공항 추진을 같은 맥락으로 착각한 듯하다.

대구지역 국회의원들도 표면적으로는 대구시의원들처럼 모두 통합 대구신공항에 찬성하고 있다.

그런데 대구지역 여론은 지역 국회의원, 대구시의원들의 입장과는 사뭇 다른 것 같다. 영남일보가 2일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초와 12월 말 두 차례 모두 대구시민의 21~23%만이 통합 대구공항 이전에 찬성하고, 60% 이상이 K2 군공항만 이전하거나 민간·군 공항 모두 이전하면 안된다고 답했다.

지역 여론과 지역 정치권의 상반된 입장은 지난해 3월4일 자유한국당 대구시당에서 열린 ‘한국당 대구시당-대구시 정책간담회’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간담회 참석 국회의원 모두 통합 대구공항 이전에 찬성 입장을 보였다. 공교롭게도 국회의원이 아닌 지역구 당협위원장 2명만이 대구공항을 이전하면 안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간담회는 권영진 대구시장의 “오늘은 대구의 가장 큰 현안이라고 할 수 있는 K2와 대구공항을 이전하는 문제와 관련된 우리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과 지난 총선에서의 공약을 점검하고 앞으로 이들 공약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는 방안들을 협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모두발언으로 시작됐다. 권 시장은 이날 간담회를 통합 대구공항 이전에 대한 공론화의 장으로 여기는 듯했다.

이 자리에서 김문수 수성구갑 당협위원장과 이재만 동구을 당협위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도심 공항이 없는 곳이 없다” “시장님이 대구를 다 말아먹을 거냐”며 대구공항 이전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1시간여의 비공개회의 이후 당시 대구시당 위원장이던 윤재옥 국회의원은 “대구지역 국회의원과 단체장들은 통합공항 이전이 정답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발표하고, 다만 개별적인 이견에 대해선 “대구시가 이해와 설득을 구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권 시장은 “통합공항 이전에 대한 시민적 공감대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주민투표와 여론조사로 이 문제를 해결할 사안은 아니다. 여론수렴 과정을 거치기에는 때가 너무 늦었다. 다만 반대 의견 설득에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7개월이 지난 같은 해 10월 자유한국당 대구시당 기자간담회에서 대구공항 이전 여론수렴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고, 일부 국회의원들은 기자들의 문제 제기에 “그런 여론도 있구나”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대의민주주의(代議民主主義)’란 단어가 새삼 떠오르는 대목이다. 그동안 대구공항 이전에 찬성한 것은 개인적인 의견이었다는 말인지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되묻고 싶다. 개인적인 반대 입장마저도 감춰야 하는 대구시의원들은 과연 누가 뽑았단 말인가.

국민이 개별 정책에 대해 직접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고 대표자를 선출해 정부나 의회를 구성, 정책문제를 처리하도록 하는 ‘대의민주주의’라는 단어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뇌리를 맴도는 이유는 무엇일까.
임성수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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