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벤처기업 얼마나 성장했나[ <하> 벤처로 성공한 대구출신 청년 2인

  • 손선우
  • |
  • 입력 2018-01-04 07:34  |  수정 2018-01-04 09:14  |  발행일 2018-01-04 제7면
“IT 관련 창업이라면 수도권 아닌 지방에서도 성공 가능성 충분”
20180104
여원동 포워드퓨처 대표(사진 왼쪽)는 “대구를 창업하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기 위해선 유럽의 ‘창업 허브’로 불리는 ‘에스토니아’처럼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구가 대구의 절반 수준인 에스토니아는 창업 관련 절차와 지원 구조가 완벽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상범 메이크어스 대표(사진 오른쪽)는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정부의 지원보다는 자신의 사업에 집중하고 끝없는 실패에서도 긍정적으로 버티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국내 주요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가운데 손에 꼽는 기업의 대표들은 대구 출신이다. 교육 포털사이트 에듀팡을 운영하는 여원동 포워드퓨처 대표(38)와 모바일 채널 기반 미디어(스낵비디오, 세로라이브, 딩고 등) 및 커머스 기업 메이크어스를 이끌고 있는 우상범 대표(29)가 이들이다. 여 대표는 지난해 세계기업가정신주간(GEW) 개막식 행사에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상인 ‘2017 청년기업인상’을 수상했다. 우 대표는 가수 선미, 음악그룹 어반자카파 등이 소속된 엔터테인먼트도 운영하면서 성공적인 콘텐츠 스타트업 기업인으로 꼽힌다. 둘은 대학시절을 보낸 대구를 떠나 서울에서 터전을 마련했다. 이들에게서 지역의 창업 환경에 대한 속 깊은 이야기와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의 피부에 와닿을 충고를 들어봤다.

■여원동 에듀팡 대표

온라인·모바일 플랫폼 통한
교육상품 제공서비스로 성공
작년 청년기업인상 수상 영예

“창업은 자금·인력 확보가 관건
대구가 벤처 창업 요람돼야 가능”

■ 우상범 메이크어스 대표

경북대 학생들이 모여 설립
문화콘텐츠 기획사로 시작
모바일 미디어 ‘딩고’로 성공

“창업 목표가 명확하지 않다면
체력 100아닌 30서 시작하는 것”


◆대구를 벤처 창업의 요람으로 만들면 대구에 청년들이 모여든다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의 주제는 한결같습니다. ‘창업하지 마라’.”

지난해 12월15일 오전 서울시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 B동 15층 사무실에서 만난 교육 종합 플랫폼 ‘에듀팡’ 여원동 대표는 창업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소개했다. 여 대표는 창업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창업을 가급적이면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창업의 분명한 목적과 목표 없이 정부 지원이나 주변 창업 성공담에 이끌려서는 안된다는 이유에서다.

“강연이나 정부 초청 창업 심사를 하던 중 알게 된 청년 창업가들이 몇년 후 사업을 그만둔 사례를 종종 봤어요. 처음 아이디어를 내놓을 때 ‘이 아이템은 하기만 하면 사람들이 줄을 설 거야’라는 환상이 있어요. 그러면 준비도 안 된 상태로 무작정 뛰어들게 돼요. 창업은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성공할 수 없습니다. 회계, 노무, 법률 문제도 신경 써야 해요. 최근 몇년 새 정부 지원이 크게 늘어 창업 환경은 좋아졌어요. 정부 정책을 통한 경험이나 흥미, 스펙 쌓기로 생각해서 창업하면 십중팔구 실패를 보게 됩니다. 쉽게 마음먹은 만큼 쉽게 포기하기 때문이에요.”

메이크어스 우상범 대표도 비슷한 견해를 내놓았다.

우 대표는 “왜 창업을 하는지 목표가 명확하지 않다면 체력이 100이 아닌 30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목적의식이 분명해야 전쟁터 같은 곳에서 오래 버틸 수 있다”면서 “실패가 경험과 재산이라고 여겨 포기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버텨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 지원사업보다는 자신의 사업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것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역의 창업환경에 대한 의견도 제시했다.

여 대표는 “정보기술(IT)과 관련된 창업이라면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도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다. 다만 자금과 인력 등이 수도권에 집중돼 우수한 인력을 구하거나 현장에서 창업의 방향을 잡기가 어려운 구조”라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대구가 벤처 창업의 요람이 돼야만 한다”고 말했다. 또 사업자금 지원부터 마케팅, 멘토링, 창업 교육, 숙소 제공까지 한곳에서 이뤄져야 한다. 특정분야 창업을 하려면 대구로 가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가 돼야 한다. 그래야 청년들이 대구를 떠나는 게 아니라 일자리를 구하러 대구로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 대표는 이 밖에 “지역은 상관없으나, 수도권에는 사업에 대해 함께 고민할 사람이 더 많고,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지방에 비해 쉽다는 게 큰 장점이다. 청년들이 대구를 떠나지 않게 하려면 인재들이 몰려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공한 청년 창업가가 상경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에듀팡은 온라인과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각종 교육 상품과 정보를 한곳에 모아 보여주는 서비스다. 현재 EBS·YBM·메가스터디를 포함해 인터넷 강의, 도서, 교구재 등 17만여 개의 교육상품, 3만여 개의 교육모임, 6천여 개의 교육동영상을 보유하고 있다. 또 16개 교육매체의 뉴스도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회원 개개인에게 맞춤형 교육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추천서비스도 진행하면서 교육포털의 면모를 갖춰 나가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서비스를 시작한 지 3년도 안 돼 하루 평균 방문자 수가 7~8만명을 넘었다. 설립한 지 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매년 매출이 급상승하고 있다. 수상도 잇따랐다. 여원동 대표는 2016년 국가지속가능경영 콘퍼런스·대상에서 교육서비스 부문 대상을 받았고, 지난해는 청년기업인상을 수상했다.

여 대표는 청년창업의 성공적인 모델로 꼽히고 있지만 대구에서 처음 창업을 할 때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경북대 경제통상학부에 재학 중 ‘마이미디어’(2005년 설립)란 회사를 차린 그는 지방이라는 장벽을 체감했다. 국내 창업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된 탓에 서울과 경기도에 자주 출장을 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엑스코 주변에 마련한 사무실 문을 닫고 직원들과 함께 상경했다.

그는 “당시 개인 블로그와 미디어의 태동기였는데, 시장의 구조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바뀔 것이라고 생각했다. 창업 아이디어는 괜찮았지만 제품 홍보와 판매 등을 위한 판로를 개척하는 데 있어 대구는 좋은 환경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지역의 한계점에 봉착했던 것이다.

여 대표는 서울에서 터전을 마련하고 키워낸 마이미디어를 2014년 ‘한글과 컴퓨터’에 매각하고 같은 해 포워드퓨처를 설립했다. 창업에는 모교 출신이 아닌 일반 스타트업 기업도 지원하는 동국대 창업지원단의 도움을 얻었다. 사무실은 국내 지식산업의 메카라는 수식어가 붙는 가산디지털단지에 마련했다.

그는 “동국대 창업지원단으로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다. 창업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정도였다. 직원들이 창업에 필요한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고 배려도 관심도 많이 가져줬다”면서 “가산디지털단지는 교통도 편리하고 회사 경영에 용이한 구조를 갖췄다. 그러니 스타트업이 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방 청년들의 불편함을 해소하려는 꿈을 서울에서 이뤄

메이크어스는 우상범 대표를 비롯해 경북대 학생들이 모여 설립한 문화콘텐츠 기획사로 출발했다.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한 우 대표는 지방이란 제한된 여건에서 경험할 수 있는 공연 등 문화콘텐츠의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다. 이에 따라 지역에서 저렴한 가격에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첫 아이템은 콘서트였다. 입장료가 비싸 못 오는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티켓 가격을 커피 두 잔 값으로 정해 2012년 9월 콘서트를 열었는데, 공연장 전석이 매진될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이후 레스토랑과의 포인트 제휴 연계 사업과 쇼핑몰 사업도 벌였지만 둘 다 성과를 내지 못했다. 콘서트를 하는 과정에서도 1억5천만원의 빚이 생겼다.

하지만 회생의 기회가 찾아왔다. 메이크어스의 가능성을 본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54)로부터 서울에서 문화콘텐츠 사업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온 것. 우 대표는 고민 끝에 권 대표의 손을 잡고 서울에 2014년 1월 메이크어스를 설립했다. 권 대표를 자주 만나 멘토링을 받으며 사업의 방향을 정했다. 우 대표는 “권 대표께선 결정을 도와주기보다 생각해 나가야 할 방향을 던져주었다. 그 과정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효율적인 콘서트 마케팅을 고심하던 우 대표는 친구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모바일과 소셜미디어, 비디오를 통해 해결책을 찾았다. 이어 콘서트를 알리기 위해 활용했던 SNS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해 도전했다. 결과물은 모바일 미디어 및 콘텐츠 ‘딩고(Dingo)’였다. 딩고는 장르와 내용, 제작, 편성의 제약이 없는 모바일 특성에 맞게 예능, 드라마, 시사, 코미디 등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미디어와 콘텐츠로 발전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이례적이라 할 정도로 불과 1년 만에 높은 인지도 구축 및 투자성과를 이뤘다. 그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연예기획사를 만들어 딩고 콘텐츠를 활용하면서 음악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글·사진=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