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홋카이도 3박4일 여행기

  • 박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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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05   |  발행일 2018-01-05 제37면   |  수정 2018-01-05
온몸의 피로가 사르르…雪國서 天國을 맛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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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천국 니세코에서 리틀 후지산으로 불리는 요테이산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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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 오도리 공원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화이트 일루미네이션 축제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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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풍 네오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옛 홋카이도청 건물.

동화 속 세상이 바로 이런 모습일까. 푸른 하늘과 눈 덮인 산, 끝없이 펼쳐진 순백의 설원. 겨울 홋카이도의 설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런 느낌이 절로 든다. 포슬포슬 내리는 눈송이를 맞으며 뜨끈한 온천에 몸까지 담그면 그야말로 천국이 따로 없다. 노천탕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하얀 김은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마저 자아낸다.

일본 최북단의 섬 홋카이도는 전반적으로 냉대 기후를 보인다. 면적은 8만3천456㎢로 일본 전체 면적의 약 22%를 차지한다. 전세계 섬 가운데서 21번째로 크다. 남한 면적의 약 84%에 이를 정도다. 반면, 인구는 550만명 남짓에 불과해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천혜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홋카이도는 여름이 짧고 겨울이 길지만 사계절의 표정은 뚜렷하다. 봄에는 형형색색의 꽃이 만발하고, 여름에는 웅대한 대자연이 짙은 녹음을 뽐낸다. 가을에는 온 산이 불타는 듯한 빨간색으로 물들고, 겨울에는 하얀 눈이 온 대지를 뒤덮는다. 이런 홋카이도에선 사계절 내내 휴양·관광·레저 모든 것이 가능해 여행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그 중에서도 눈꽃세상을 원 없이 즐길 수 있는 겨울 여행이 단연코 으뜸이다.

韓서 가장 가까운 ‘겨울왕국’ 홋카이도
日 최북단의 섬으로 ‘눈·빛·맛의 고장’
삿포로 눈·화이트 일루미네이션 축제
눈꽃 세상과 화려한 조명 만끽하는 재미
맥주박물관선 삿포로맥주 시음 즐거움

‘러브레터’촬영지 오타루 운하·오르골당
니세코 설경을 누비는 스키·스노보드
활화산 분화구 지옥계곡 온천욕도 매력


◆사계절 내내 축제의 장 삿포로

맥주 브랜드로 친숙한 삿포로는 인구 190만명의 대도시다. 일본에서 5번째로 크다. 도청 소재지로 홋카이도의 정치·경제 중심지다. 1860년대 후반 홋카이도 개척시절 신도시로 건설돼 시가지가 바둑판 모양으로 네모반듯하다. 삿포로 시가지 중심에 있는 오도리공원은 길이만 무려 1㎞가 넘는다. 도시 중심부를 남북으로 가로지른다. 이곳에서는 사계절 내내 축제가 열린다. 봄에는 라일락 축제, 여름에는 비어가든, 가을에는 음식축제인 오텀페스트가 펼쳐진다.

특히 겨울에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화려한 조명으로 공원을 장식한 화이트 일루미네이션 축제(11월 말~크리스마스)가 열리고, 2월 초엔 세계 3대 축제로 꼽히는 ‘삿포로 눈 축제’가 성대하게 펼쳐진다. 축제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예술가와 자원봉사자, 자위대 등이 참여해 무려 5t 트럭 7천대 분량의 눈으로 만든 최대 높이 15m의 거대한 조각상들을 선보인다. 오도리 공원에 있는 삿포로테레비탑에서 시가지 전경과 축제장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옛 홋카이도청은 삿포로를 상징하는 건물이다. 1888년에 완성된 이 건물은 미국식 네오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졌다. 붉은 벽돌과 건물 꼭대기의 팔각탑이 특징으로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이 건물은 약 80년간 홋카이도청으로 사용됐다. 현재는 홋카이도의 과거와 현재를 엿볼 수 있는 전시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삿포로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 중 한 곳은 바로 맥주박물관이다. 일본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맥주박물관으로, 이곳에선 갓 뽑아낸 신선한 생맥주를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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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오타루 운하의 모습.

◆오르골과 운하의 도시 오타루

“오겡키데스카(잘 지내나요).” “와타시와겡키데스(나는 잘 지내고 있어요).” 영화 ‘러브레터’의 배경이 된 오타루. 가는 곳마다 영화의 흔적이 묻어 있어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오타루는 인구 12만명의 작은 도시여서 버스나 도보로 하루 정도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항구도시인 오타루엔 수산물과 각종 화물을 실어나르던 운하가 아직도 일부 남아있다. 1986년 이 운하 주변의 산책로를 정비하면서 오타루를 대표하는 관광지가 됐다. 운하 주변에는 석조창고를 개조해 만든 레스토랑과 카페, 유리 공예점, 골동품 매장, 박물관 등이 줄지어 있어 운치를 더해준다. 또 주변에 운하를 배경으로 가지런히 늘어선 아담한 가게들이 마치 서양의 어느 마을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근처에 있는 오르골당은 가수 조성모의 ‘가시나무새’ 뮤직비디오에서 여주인공인 이영애가 직원으로 나온 장소로 유명하다. 오르골당은 메이지 시대인 1912년 지어진 벽돌건물로 오타루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일본 최대 규모의 오르골 전문점인 이곳은 다양한 오르골을 전시·판매한다. 고전적인 목각 오르골부터 고양이, 스시 등의 모양을 한 오르골까지 종류만 해도 무려 3천여종에 이른다. 유럽에서 들여온 고급 오르골의 경우 판매 가격이 상상을 초월한다. 음악 감상은 무료다.

오르골당 앞 메르헨교차로에서 시작되는 사카이마치도리 쇼핑 거리엔 오타루의 명소들이 대부분 몰려있다. 이 거리에는 1900년대 전후로 지어진 근대 건축물이 많이 남아있는데 지금은 대부분 박물관, 카페, 음식점, 상점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곳에 있는 기타이치 글라스와 다이쇼가라스칸 유리공예 전문점에서는 아기자기한 유리공예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이곳에는 치즈케이크로 유명한 ‘르타오’ 본점 등 맛있는 디저트 전문점이 늘어서 있다.

◆스키천국 니세코·G8회의 열린 도야호

홋카이도의 레포츠 하면 스키와 스노보드를 빼놓을 수 없다. 삿포로 서남쪽의 사계절 청정 휴양지 니세코의 설산에선 파우더처럼 보드랍고 폭신한 눈 위에서 스키와 보드를 마음껏 탈 수 있다. 이곳의 눈은 부드럽고 습기가 적어 바람이 불면 파우더처럼 살살 날린다고 해서 파우더 스노라고 불린다. 그만큼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겨울이 되면 일본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스키와 스노보드족들이 파우더 스노에 열광하며 이곳으로 몰려든다.

니세코에는 세계적인 수준의 대형 스키 리조트가 많다. 우리나라 스키장은 눈 반 사람 반이지만, 이곳에서는 슬로프의 길이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어 어느 코스를 가든 대기시간이 거의 없다. 겨울철엔 리조트들이 교통과 숙박, 리프트권, 셔틀버스 등을 묶어 저렴한 패키지를 내놓는다. 스키장이 몰려있는 안푸누리산에서 맞은편의 ‘리틀 후지산’이라 불리는 요테이산의 설경을 감상하며 즐기는 스키는 색다른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니세코에서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오면 항구도시 무로란이 나온다. 이곳 무로란의 북쪽에는 둘레가 무려 43㎞에 이르는 호수인 도야호가 있다. 이 도야호가 특별한 이유는 백두산 천지처럼 화산 폭발로 지형이 함몰돼 만들어진 칼데라 호수이기 때문이다. 주변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홋카이도의 5대 경관으로 선정됐다. 2008년 G8 세계정상회의가 열린 장소이기도 하다. 호수에선 유람선을 타고 도야호 일대의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호수 옆에는 일본 최초의 세계지질공원으로 선정된 활화산인 우스산도 둘러볼 수 있다.

◆지옥계곡에서 즐기는 온천

홋카이도는 가는 곳마다 온천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사계절 내내 바깥 풍경을 감상하며 즐길 수 있는 노천탕은 온천욕의 가장 큰 매력이다. 숲과 하늘을 보며 뜨끈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면 스르르 자연에 녹아드는 느낌이다. 노천탕의 돌과 나무를 베개 삼아 누우면 ‘아~’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온천욕을 끝내고 난 뒤 호텔이나 료칸에서 홋카이도의 풍부한 제철 식재료로 만든 가이세키 요리나 뷔페를 맛보면 힐링은 배가된다.

대표적인 온천으로는 삿포로에서 남쪽으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온천마을 조잔케이가 있다. 이곳은 60여곳의 원천지에서 60~80℃ 정도의 온천수가 분당 8천600ℓ씩 솟아오른다. 근처에 삿포로국제스키장이 있어 겨울 레포츠를 즐긴 뒤 온천욕을 하며 피로를 풀기에 제격이다.

조잔케이에서 한참 더 남쪽으로 내려오면 노보리베츠 온천마을이 나온다. 이곳은 일본 ‘3대 온천’으로 꼽힌다. 러·일전쟁 당시에는 부상병을 치료하는 요양지였다. 온천마을 옆 활화산 분화구에서 매캐한 유황연기와 수증기가 뿜어져 나와 지옥계곡으로도 불린다. 노보리베츠 온천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올라가면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온천 연못 ‘오유누마’가 나온다. 이곳 아래에는 삼림욕과 족욕을 즐길 수 있는 천연족탕도 있다. 삿포로 시내에도 크고 작은 온천이 있어 언제 어디서든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대구에서 홋카이도까지 곧바로 이어지는 하늘길이 열려있다. 에어부산은 대구~삿포로(치토세공항) 노선을 하루 1회 왕복 운항한다. 대구에서 매일 오후 3시10분, 삿포로에선 매일 오후 6시40분에 출발하는 일정이다. 2시간30분 정도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겨울왕국 홋카이도에 닿을 수 있다.

글·사진=박광일기자 park85@yeongnam.com

▨ 취재협조=에어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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