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댐 수위 3m만 더 낮아지면 취수불가

  • 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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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08 07:41  |  수정 2018-01-08 07:41  |  발행일 2018-01-08 제9면
운문댐 수위 3m만 더 낮아지면 취수불가
운문댐 전체 유역 가운데 70% 정도가 바닥을 드러낸 가운데 댐 수몰 때 잠긴 도로 등의 원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운문댐 아래에 있는 하류보유원지 동창천 강바닥이 바짝 말라 있다(작은사진).

“지난해부터 하늘에서 좀체 비를 뿌려주지 않으니 어찌해 볼 도리가 없습니다. 이대로 지속되면 2월부터 당장 대구로 나가는 원수를 중단해야 할 심각한 상황입니다. 거의 재난 수준이라고 보면 됩니다.”

7일 K-water 운문권관리단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청도 운문댐 저수율은 11.0%이며, 댐 수위는 124.88m로 취수 가능한 122m를 불과 3m 정도밖에 남겨 놓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2009년 6월 중순 125.58m 이후 운문댐 역대 최저 수위다. 이 관계자는 “당시에는 홍수기를 앞둔 시점이어서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올봄까지 갈수기인 점을 감안하면 지금은 최악의 상황”이라며 절박한 심정을 드러냈다.

8일 전국적으로 비가 예보된 가운데 운문댐 현장을 둘러봤다.

내달 대구·인근 원수공급 비상
작년 강우량 평년 절반 못미쳐
댐 유입량도 16% 수준 머물러
전체 유역의 70% 바닥 드러내
“당장 수돗물 절약운동 벌여야”

◆유역 70% 바닥 드러내

바짝 마른 운문댐의 심각성은 육안으로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운문댐 바로 밑 하류보 유원지 강바닥은 몇 달째 물이 흐르지 않아 자갈과 흙이 그대로 드러났다. 운문댐을 거쳐 운문사 방면으로 길게 이어진 도로를 차량으로 1분도 채 달리지 않았음에도 운문댐의 물은 거의 자취를 감추고 있었고, 대신 수몰 전의 도로와 끊어진 교량 등이 흉물스럽게 드러나 있었다. 물이 사라진 곳에 길게 늘어져 있는 부유물방지선이 이곳이 그래도 운문댐 안이라는 것을 알게 해줄 뿐이었다.

운문권 관계자는 “운문댐 전체 유역면적은 301㎢에 달한다. 하지만 지금 70%가량의 유역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운문댐 물이 하루 6㎝ 정도씩 줄어들고 있지만 유입되는 물은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운문댐만 비껴가는 비

운문댐이 이 같은 심각한 지경에 이른 것은 지난해 유독 이 일대에 비가 거의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청도지역 평균 강우량은 695.2㎜였지만 이 일대는 595㎜였다. 댐 일대 평년 강우량이 평균 1천240㎜인 것을 감안하면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극심한 가뭄현상을 보였던 셈이다. 홍수기였던 장마철에도 예년 평균 702㎜의 절반 수준인 344㎜에 그쳤다. 댐으로 들어오는 유입량마저도 16%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크게 감소했다.

운문댐 인근에서 만난 김모씨(52·운문면 방지리)는 “지난해 10월부터 비다운 비가 오지 않았다. 이대로 지속되면 올해 농사를 망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운문댐 상류지역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문모씨(여·66)는 “이곳에서 17년 동안 식당을 운영했지만 이처럼 운문댐에 물이 없는 경우는 처음 본다. 찾는 손님도 거의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대구·경산 식수 비상

극심한 가뭄에 봄철 농사에 비상 걸리고 지역경제도 위축되고 있지만 더 심각한 것은 당장 식수 공급 차질 우려다. 운문댐은 대구(수성구와 동구 일부 지역), 경산, 청도, 영천지역 주민 88만여 명의 수돗물 공급을 맡고 있지만 당장 2월부터 대구와 경산지역에는 원수 공급을 중단해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청도·영천의 경우 댐에서 보내는 정수가 각각 1만4천t과 1만6천t가량으로 공급량이 그리 많지 않지만 대구와 경산의 경우는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 운문댐 물을 먹는 대구 동·수성구와 경산 주민은 대략 77만여 명에 달하지만 여건이 크게 개선될 기미가 없는 현재로선 2월부터 금호강 물을 대신 먹어야 할 상황이다. 이 때문에 대구시, 국토교통부, K-water는 금호강(2급수) 물을 끌어다 쓰기 위해 국비 277억원을 긴급 투입해 금호강 상류의 경산취수장 인근에서 경산네거리까지 2.6㎞에 비상 도수로를 설치하는 공사를 이달 말까지 서둘러 추진하고 있다. 경산시 역시 자체 취수시설을 확충하고 금호강물을 추가로 공급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운문권 관리단 관계자는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지만 올봄까지 비다운 비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를 감안하면 현재 상황으론 대구 고산정수장에 대한 운문댐 물 공급 중단은 최소 4개월여 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수돗물 절약운동을 벌여 낭비되는 수돗물을 줄여야 위기를 함께 풀어나갈 수 있는데 심각성을 제대로 못느끼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청도=박성우기자 parks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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