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겨울에 꿈꾸는 새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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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08 07:45  |  수정 2018-01-08 09:17  |  발행일 2018-01-08 제15면
20180108
김희숙 <대구 조암중 교감>

지난해는 핵문제로 여느 해보다 뒤숭숭했다. 겨울 채비를 하기도 전에 맞닥뜨린 겨울이 그래서 더 매섭다. 방과후학교 수업이 일찍 끝나고 수런거리던 소리마저 사라지면 학교는 잠시 엎드려 새봄을 꿈꾼다.

#등굣길

학교와 인접한 아파트 관리소에서 공문을 보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아파트 사이로 등교를 하고 주민들만 사용하는 울타리 보안문의 비밀번호를 함부로 누르고 안 열리면 발로 차니, 다니지 않도록 지도하라는 내용이었다. 울타리가 매우 높고 길게 이어져 있는데 아마도 학교가 들어서기 전 몇 년간은 공터였다가 학교가 지어지면서 공사차량이 다니고 건축자재 등이 쌓여있기도 했으니 주민들은 안전상 그 담을 쌓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주민들이 쪽문을 만들어 편리하게 드나들고 학교 담 아래 주차도 하고 운동장도 활용한다. 그런데 학생들은 지름길인 아파트 마당을 못 다니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등하교 시간 개방을 요청해 두었다.

독일의 성장소설을 읽노라면 학교로 가는 숲길에서 온갖 아름드리나무와 동물과 새를 만나고 때로 맑고 깊은 호수의 정령에 홀려 헤매다가 상상력이 많고 엉뚱한 주인공들이 지각을 하는 이야기가 더러 나온다. 요즘은 그나마 통학로 확보가 조금 되었지만 학교 담벼락 주변으로 다닥다닥 주차해 놓은 차량 사이로, 휴대폰을 보며 통학하는 학생들 모습은 여전히 위험천만이다.

#운동장

햇빛이 한가득 자리를 차지하고 바람이 불고 나가는 곳이어야 한다. 내 세대가 학교 다니던 시절 학교 운동장은 동네에서 제일 넓은 곳이었다. 그리고 학교의 역사를 지켜본 나무는 주로 수양버들이나 느티나무였는데 항상 그럴듯한 전설이 내려왔다. 특히 초등학교 운동장 큰 나무는 오늘날의 CCTV 역할도 해서 학교괴담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이젠 다목적강당이 들어서면서 운동장도 많이 좁아졌다. 수업시간 무기력하게 앉아 있다가 쉬는 시간 약한 친구 괴롭히고 하교하면서 PC방으로 직진해서 열정을 소진하고 잠자리에 드는 일과를 반복하지 않게 하려면 거친 도전활동과 팀 간 개인 간 경쟁활동 스포츠를 통해 스스로를 단련하고 우의를 다지며 패배의 아픔을 다스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어깨를 겯고 환호성을 지르며 몰입하는 신체 활동을 통해 가장 순수한 자신과 마주할 때 아이들은 부쩍 성장하는 것이다. 새해에는 가까운 아파트 주민들이 학생들의 아우성을 잦은 민원 거리로 삼지 않았으면 좋겠다.

#교실

꿈꾸고 공부하고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곳이다. 나는 학창시절 발명아이디어를 내라고 하면 무조건 책걸상 설계를 했다. 보온도시락 가방, 7시간의 책과 노트, 영어사전(안 가져오면 손등을 자로 때림)과 영수 문제집, 체육복 한 벌, 수예용품과 각종 미술 수업재료, 실내화주머니 등 매일 한 짐이었다. 여고시절엔 교련복에 구급약품가방까지 들고 다녔고 비라도 오면 질척거리는 길을 하얀 운동화로 감당할 수 없어 장화에 우산까지 써야 했으니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다. 콩나물 교실이니 사물함은 아예 없었고 얕은 책상서랍에 겨우 두고 갈 수 있는 것은 자전이나 스케치북, 청소앞치마 정도였다. 그런데 모든 것을 학교에서 다 챙겨주는 이 스마트한 시대의 우리 아이들은 가방에 화장품만 챙겨 넣으면 된다. 청소도 개기면 답답한 선생님이 알아서 직접 하고 혹 야단이라도 치면 잔소리 들으면서 멍 때리면 그다음부턴 샘이 피곤해서 어려운 청소는 절대 안 시킨다고 자기들끼리 팁을 가르친다. 새 학기 친구를 사귀고 내 편을 형성하여 헤게모니를 잡는 노하우는 카네기가 들어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수업시간은 물론 쉬는 시간, 청소시간 모두 좁은 교실은 치열한 삶의 현장이다. 배움은 스스로를 알아가며 타인과 세계를 이해하며 공동체에 기여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그것을 제대로 가르쳐야만 한다. 늦어지면 더 힘들다. 김희숙 <대구 조암중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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