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영의 즐거운 글쓰기] 카프카의 잠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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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08 07:56  |  수정 2018-01-08 07:56  |  발행일 2018-01-08 제19면
[박미영의 즐거운 글쓰기] 카프카의 잠언들

청년은 행복하다. 왜냐하면 그는 아름다움을 볼 줄 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사람은 절대로 늙지 않는다. 문학이란 주먹으로 뒤통수를 때리는 것이어야 하고, 얼어붙은 바다 위를 내려치는 도끼와 같은 것이어야 한다. 사랑이란 것은 생각보다 아주 간단한 것이다. 우리의 삶을 보다 높이고 확대하고 풍부하게 하는 이 모든 것이 사랑이다. 아무리 뛰어난 의견이라 할지라도 머리 속에 떠오른 것만으로는 아무 소용이 없다. 아이들이란 모든 좋은 길에 이를 때까지 그렇게 오래도록 참고자 하는 인내심과 대담성을 갖고 있을 것은 아니다. 아주 난처할 때 현실을 보는 눈이 없다가도 위기에 빠진 순간이 되면 현실을 보는 눈을 갖게 마련이다.

악마 같은 것은 이따금 착한 체하거나 아예 선(善)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악마 같은 것이 내 눈에 보이지 않으면 나는 선으로 가장한 그것에 물론 패하고 만다. 그 이유는 가장된 선이 참된 선보다 매혹적이기 때문이다.

악(惡)은 선(善)을 알고 있으나 선은 악을 모른다. 악이 사람을 유혹하는데 있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의 하나는 싸움을 걸어오는 일이다.

어떤 철저한 논리라 할지라도 살려고 몸부림치는 한 인간 앞에서는 반항하지 못한다.

언어란 고향의 소리를 내는 호흡이다.

오늘 나 자신을 비난하고 싶을 심정조차 들지 않는다. 이런 공허한 날에는 비난의 소리를 외친다 하더라도 꺼림칙한 메아리 외에는 돌아오는 것이 없는 법이다.

용서를 받기 위해서는 먼저 죄를 확정지어야 한다. 겨우 아장아장 걸어갈 수 있는 어린아이에게 무턱대고 앞으로 나아가라고는 할 수 없다.

우리는 스스로 이 세상을 놓지 않고 있는데 이 세상이 우리를 놓지 않는다고 하면서 한탄한다.

우리들은 무엇이든지 사소한 수단과 방법에 희망을 걸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성적인 행동을 추구하는 사람에게는 이성적인 눈빛이 있다.

인간의 근본적인 약점은 인간이 승리를 쟁취할 수 없다는 그런 점에서가 아니라 인간이 그 승리를 빈틈없이 이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있는 것은 오직 목표뿐이고 길은 없다. 우리가 길이라고 부르는 것은 망설임에 불과하다.

요구가 작다고 자기 현옥이 더 클 수는 없는 것이다. 네가 기만 이외에 다른 무엇을 알 수 있겠는가? 언젠가 그 기만이 파기될 때, 너는 뒤돌아보아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소금기둥으로 변할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일순간의 다양함 속에서 다양하게 회전하는 다양함, 더욱이 그 순간은 여전히 끝이 아니다. 두고 봐! 멀리, 멀리 세계사는 앞으로 나아간다. 네 영혼의 세계사는, 새해입니다. 차가운 정수(淨水)를 정수리에 들이붓듯 카프카의 잠언들을 읽습니다. 수없이 맞은 세월의 두께와 석고처럼 굳고 마비된 의식에 작으나마 균열을 내고 싶어섭니다.

박미영<시인, 작가콜로퀴엄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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