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흙에 살리라

  • 입력 2018-01-10 07:56  |  수정 2018-01-10 07:56  |  발행일 2018-01-10 제23면
[문화산책] 흙에 살리라
서종효<청년농부>

2018년 무술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를 대구 수성구 노변동 사직단에서 맞이하였다. 사직단은 토지를 주관하는 신인 사(社)와 곡식을 주관하는 신인 직(稷)에게 제사를 지내는 단이다. 국가의 안위를 표현할 때 ‘사직이 위태롭다’라고 한다. 토지와 곡식은 우리 인생에 꼭 필요한 것이다. 특히 토지가 중요하다. 농사를 지을 때도, 집을 지을 때도 토지가 있어야 한다.

토지에서 중요한 것이 흙이다. 흙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암석이 풍화작용에 의해 부서져 생물의 잔해, 식물의 낙엽, 나뭇가지 등의 유기물과 어울려야 한다. 1㎝ 흙이 쌓이는 데 200년 이상이 걸린다. 지금의 흙은 몇만 년 몇백만 년이 걸려서 만들어진 것이다. 흙에는 암석이 부서진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렁이, 땅 속 곤충, 미생물 등 다양한 생명체가 살고 있다.

흙은 생태계의 중심이다. 우리는 흙에서 나와 흙으로 돌아가는 인생이라고 말을 한다. 비단 사람뿐일까. 이 땅의 모든 생명체가 그러하다. 농부는 이런 땅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씨앗을 뿌려 생명을 키우고 그것을 먹고 나온 배설물은 다시 땅으로 돌려주어 땅을 비옥하게 만들어준다. 흙과 함께하는 삶이 농부의 삶이다. 그래서 농부는 흙을 중요시한다.

하지만 생태계를 떠받치고 있는 흙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 과도한 개발로 인한 흙의 유실, 토양에 염분이 집적되는 염류화, 화학물질 쓰레기에 의한 오염 등이 원인이다. 현재 지구의 3분의 1가량에서 토양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 농사를 짓지 못하는 흙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우리의 밥상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잘 모른다.

2015년은 FAO(세계식량농업기구)가 정한 ‘흙의 해’였다. 공기·물 못지않게 중요한 흙의 가치를 세계적으로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공기와 물과 달리 흙은 나빠져도 사람들이 크게 인식을 하지 못한다. 얼마 전 농장체험을 하는데 아이가 흙을 만지고 놀려고 하는데 엄마가 손 더럽힌다고 하지 못하게 말리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흙은 그저 손을 더럽히는 것일 뿐인가. 이것이 현대인의 흙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것 같다.

올해부터는 흙과 함께하는 생활을 살아보자. 우리의 본능은 흙을 만지고 밟고, 냄새를 맡으며 살기 원한다. 아이들이 소꿉장난을 하고 어른이 화분을 기르고 산을 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흙과 함께하는 활동의 최고봉은 농사다. 농사를 지어 흙의 소중함을 깨닫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서종효<청년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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