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겨울의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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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11 07:56  |  수정 2018-01-11 07:56  |  발행일 2018-01-11 제22면
[문화산책] 겨울의 음악
박소현<피아니스트>

겨울 하면 떠오르는 클래식 음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은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나, 어느 대중가요의 시작에도 쓰인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을 쉽게 떠올릴 것이다. 제목이 주는 명백한 계절감과 더불어 이 음악들을 듣다 보면 물씬 풍겨오는 겨울의 쓸쓸함이나 고독함, 혹은 그와는 상반된 따뜻한 방 안에서의 포근함 등이 연상되어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두 곡뿐만 아니라 차가운 북풍이 몰아치는 이 계절이면 떠오르는, 이 지면을 통해 소개하고 싶은 또 다른 곡이 하나 있다. 러시아 작곡가 차이콥스키(1840~1893)의 ‘교향곡 제1번 <겨울날의 백일몽> 사단조 작품번호 13’이다. 이 곡은 오늘날 차이콥스키의 대표적 교향곡이라 불리는 ‘교향곡 제6번 <비창>’에 비해 초기에 작곡된, 비교적 덜 알려진 곡이지만 제목에서부터 겨울의 정서를 듬뿍 담고 있는 아름다운 곡이다.

총 4악장으로 구성된 이 곡은 차이콥스키가 모스크바음악원의 교수로 임명된 직후인 1866년, 26세 때 작곡했다. 제목과 함께 1·2악장이 각각의 부제를 지니고 있는데 제1악장은 ‘겨울 여행의 백일몽’, 제2악장은 ‘적막한 땅, 안개의 땅’이다. 이 곡을 발표할 당시, 차이콥스키는 이제 막 교수가 된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해야 하는 상태였다. 또한 첫 교향곡에 대한 도전이었기에 가뜩이나 감수성 예민하고 내성적이었던 그에게 적잖은 시련이 따랐던 것으로 보인다. 작품을 처음으로 스승 안톤 루빈슈타인에게 보였으나 혹평을 듣고, 개정 작업 후 안톤 루빈슈타인의 동생인 니콜라이의 지휘로 초연되고 그에게 작품을 헌정하였다.

교향곡 제1번은 전 악장에 걸쳐 차이콥스키 특유의 서정성과 우울함이 녹아들어 있고, 각 악장의 부제에서 나타낸 것처럼 러시아 겨울의 척박하고 광활한 대지가 연상되는 음악이 이어지지만 백미는 역시 제2악장 ‘적막한 땅, 안개의 땅’이라 할 수 있겠다.

제2악장의 시작은 현악기들의 작은 움직임으로 서서히 피어나는 안개를 묘사하는 듯하다. 뒤이어 등장하는 오보에의 선율이 어딘가 모르게 쓸쓸하고 우수에 젖은 젊은 날의 차이콥스키가 러시아의 시골을 여행하며 느꼈던, 적막하지만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하고 있다. 곡은 절정으로 향할수록 호른의 선율이 가세하며 광활함과 격렬한 감정 또한 더욱 짙어진다.

유달리 빨리 찾아온 이번 겨울이지만 동화적인 겨울 풍경을 감상하기 힘든 요즘, 오늘 하루는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제1번으로 겨울 정취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박소현<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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