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맘 상담실] 자녀의 참성장을 위한 평가란

  •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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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15 07:50  |  수정 2018-01-15 07:50  |  발행일 2018-01-15 제17면
“수업시간 모든 배움의 과정이 평가의 과정이죠”
20180115
초등생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과제를 해결하는 모습. <대구시교육청 초등교육과 제공>

미래 사회에 대비해 각급 학교의 교실 수업이 개선되고 있지만, 시험 점수는 여전히 학부모에게 학력을 파악하는 첫째 기준이 되고 있다. 하지만 학교의 교육활동과 학생의 학업을 단순 점수로만 평가할 수 있을까? 현직 교사의 도움을 받아 자녀의 성장을 돕는 참다운 평가는 어떤 것인지 고민해보자.

Q: 시험만 치고 나면 아이를 다그치게 됩니다.

A: 세계적인 뮤지컬 ‘캣츠’에서는 선지자 고양이가 일 년 중 한 번 열리는 젤리클 축제에서 천상에 올라갈 한 마리 고양이를 선택합니다. 승차 시간을 알려주는 기차역 고양이, 화려했던 옛 시절을 회상하는 퇴역배우 고양이, 매력적인 스타 고양이, 마법사 고양이, 바깥세상으로 나갔다가 초라하게 지쳐 돌아온 그리자벨라 등 성격도 사연도 각기 다른 고양이들을 자애롭게 바라보며 선지자는 말합니다. “고양이들의 삶이 참 다양하죠. 사람과 비슷해요. 그 삶을 알면 그들을 다 이해할 수 있죠. 그러니 모든 고양이는 존중받을 자격이 있지요?”

이 판결에서 보여주는 것은 무엇인가요? 단순히 맞고 틀리다, 혹은 숫자로 점수 매김으로써 양적으로 능력을 평가하지 않습니다. 현재의 모습이나 단편적인 면만 보지 않고 삶과 그 과정을 깊이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평가받는 상대를 존중하고 이해하려고 합니다.


학습 평가방법 30년 전과 달라진 점 없어
시험문제 ‘맞고 틀리다’로 평가하지말고
학교에서 수업하는 과정을 더 중요시
평가는 경쟁 아닌 자녀의 성장이 돼야


자녀가 수학 기말고사 문제를 최선을 다해 풀었지만 두 개를 틀렸습니다. 어머니께서는 “계산할 때 덜렁대지 말랬지?”라고 꾸짖으며 “OO는 너보다 잘했지?”라고 묻습니다. 자녀는 머리를 감싸며 신경질적으로 어머니께 말합니다. “어머니는 왜 틀린 것만 보세요? 얼마나 열심히 풀었는데요. 그리고 맨날 OO와 비교 좀 하지 마세요.”

그러고 보니 우리는 아이가 시험을 치고 나면 오답 문항만 살펴보았지, 정답을 맞힌 문항을 풀기 위해 얼마나 생각하고 노력했을지 헤아려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틀렸다는 사실만 볼 뿐 오답을 한 이유가 무엇인지, 무엇을 더 공부해야 할지 이야기를 나누거나 다시 공부해서 비로소 확실히 알도록 하는 일은 제대로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Q: 평가란 ‘시험 치는 것’ 아닌가요?

A: 학교공개의 날 등에 자녀의 교실수업을 참관해 보지요? 컴퓨터는 물론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의 디지털 매체를 활용하거나 짝 혹은 모둠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고 협력학습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모님의 초등학교 시절 수업과 많이 달라졌음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런데 시대에 따라 혁신되는 학습장면에 비해 평가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요? 기말고사 치는 날이면 협력학습을 위해 사이좋게 마주 붙여놓았던 책상을 떼어 앉고 숨소리도 들리지 않게 고독하게 문제를 풉니다. 학급에서 단원평가를 하는 장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은 문제가 복사된 종이만 나눠주면 바로 시험 모드로 변하기 때문이지요. 부모님 또한 비형식적인 지필평가도 일명 쪽지시험으로 여기기에 그 결과에 민감하기도 합니다.

자녀의 평가 장면이 부모님이 시험 치던 30년 전 모습과 달라진 점이 있나요? 시험 치는 종이나 연필의 품질은 좋아졌겠지만 각기 다른 아이들이 모두 같은 문제를 일제히 풀고 있다는 점, 며칠 뒤면 점수가 나오고 숫자화되는 순간 서열이 생기고 희비가 갈라진다는 점은 그대로입니다. 만약에 자녀의 담임선생님께서 부모님의 초등학교 시절과 똑같이 아이들을 모두 선생님만 보도록 앉혀놓고 계속 설명만 하고 또 교과서만 가지고 수업한다면 부모님께서는 어떤 생각을 하실까요? 이에 비해 30년 전과 다를 바 없는 평가 장면에 대해서는 무감각합니다. 모름지기 평가라는 것은 시험이라고 일컫는 일제식 지필평가, 점수화되는 평가라고 인식하는 우리 사회의 평가관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Q: ‘과정중심평가’는 어떻게 하는 것인가요?

A: 과정중심평가 및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가 평가 개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쉽게 말해 수업 시간의 배움의 과정이 곧 평가의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선생님께서 아이에게 질문하는 것, 잘 모르는 아이에게 개별로 지도해 주는 것, 모둠 간 칭찬하거나 보충해 주는 것, 스스로 더 생각하면서 서술내용을 다듬어가는 것 등이 관찰평가, 구술, 서술평가, 동료평가, 자기평가 등으로서 모두 평가 활동이 된다는 것이지요.

평가 내용에 있어서도 인지적인 것뿐 아니라 기능 수행면, 학생 간 관계, 노력 등의 태도나 인성적인 면이 포함되며 수업 시간 중의 즉각적인 지도와 안내, 촉진 등을 통해 실로 전인적인 성장을 돕습니다. 수행 및 평가 기간을 충분히 제공해 연습하고 발전해갈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때론 짝이나 모둠 친구들과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함께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핀란드의 교육학자는 ‘경쟁은 교육과 반대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존 듀이는 ‘교육은 성장’이라고 합니다. 교육의 일부분인 평가가 경쟁이 아닌 성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도움말=대구교육대부설초 김혜진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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