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걸그룹 커버댄스’ 영상 만든 조원규 공연기획가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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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16 08:22  |  수정 2018-01-16 08:22  |  발행일 2018-01-16 제29면
“대구 라이키 중화권 인기 이 정도일 줄 몰랐죠”
20180116
조원규씨가 댄서에서 공연기획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자신이 좋아하는 춤을 향해 우직하게 걸어간 뚝심 덕분이다.

“대구 라이키(likey) 커버댄스(기존 가수의 춤을 자기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해 추는 장르)가 중국에서 이 정도로 인기를 끌 줄은 몰랐어요.”

공연기획가 조원규씨(44)는 그가 기획한 대구관광 홍보영상이 중화권에 공개된 지 16일 만에 155만명이 시청한 데 대해 놀란 표정이었다.

조씨는 지난해 대구관광뷰로의 의뢰를 받아 ‘컬처팩토리 아지트’와 협업해 커버댄스 영상을 만들었다. 제작 기간은 2주 정도. 닷새간 영상의 배경이 될 대구의 관광지를 답사하고 동시에 지역 대학 댄스동아리에서 활동하는 여성 등 총 30명도 섭외했다. 촬영은 강행군으로 이틀 만에 끝냈다. 앞서 인기 걸그룹 트와이스의 신곡 ‘라이키’의 댄스 안무를 맞추는 것도 힙합 댄서 출신인 조씨가 전담했다. 이렇게 제작된 4분12초 분량의 라이키 커버댄스 영상은 공개된 지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조회수가 1만회에 육박할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힙합 본토 美까지 가서 춤 배워
댄스아카데미·연예기획사 차려
대구관광뷰로 의뢰로 영상 제작
공개 16일만에 155만명이 시청
춤+연기 복합 프로젝트도 계획



앞서 지난해 7월에는 가수 싸이의 ‘아이 러브 잇(I lUV IT)’ 커버댄스 영상을 만들어 SNS에서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싸이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댄서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대구의 관광지를 배경으로 찍은 영상은 누적 조회수 120만건을 기록했다.

“주변에서 왜 이런 영상을 만드냐고 묻는데요. 24세 때부터 춤을 춰왔고 댄스 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제자들이 300명 정도 생겼어요. 대학에 보낼 때까지 책임지고 춤을 가르쳤는데 정작 취업할 때가 문제였어요. 댄서는 돈도 제대로 벌지 못한다는 인식 때문이었죠.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영상을 만들었어요.”

조씨는 어릴 적부터 춤에 재능이 있었다. 유치원생 때부터 마이클 잭슨의 춤을 따라 추고, 중·고교 시절에는 소풍 장기자랑 자리에서도 어김없이 나설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춤은 취미일 뿐 직업이 될 수 없다고 여겼다.

제대 후 미국에서 보낸 6개월은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미국 LA에서 페인트 관련 사업을 하는 삼촌에게 일을 배우면서 ‘하고 싶은 것’을 깨닫게 됐다.

귀국한 조씨는 춤을 제대로 배우기로 했다. 인기가수들의 전국 투어 콘서트 때 백댄서를 지원해 주는 팀의 고등학생들에게 춤을 배웠다. 집안의 반대는 거셌다. 부모님은 학비를 대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는 아르바이트를 몇개씩 뛰면서 계명대 사회체육학과로 편입했다. 마임이나 재즈댄스, 무용 연출, 안무법을 배웠다. 복지회관이나 청소년수련원 등에서 아이들을 상대로 춤을 가르치거나 학교에서 크루 형식의 댄스 동아리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던 중 두 번째 전환점이 찾아왔다. 조씨의 꿈을 인정해준 부모님의 지원으로 힙합의 본토 미국에서 춤을 배우게 된 것. 그는 가수 박진영이 영재 프로젝트를 할 때 소개된 유명 댄스전문센터 ‘엣지’에서 6개월 동안 춤을 배웠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하루 평균 3시간30분에서 5시간 정도 춤을 췄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댄스전문학원 강사로 일하다가 2002년 댄서인 아내와 함께 대구 중구 문화동 옛 밀리오레 건물 인근에 132㎡(40평) 규모의 토즈 댄스 아카데미를 차렸다. 이곳에서 미국서 배워온 춤을 선보였다. 문을 연 지 1년 만에 수강생들로 붐볐다. 인기를 얻자 이듬해 동성로에 429㎡(130평) 규모의 건물로 이전했다. 갈수록 인지도는 높아졌고 공연 안무가 요청이 연이어 들어왔다. 그는 2009~2011년 3년간 이랜드 캐릭터쇼의 총안무를 맡았다. 세계백제교류왕국이란 큰 행사의 안무도 담당했다. 2015년 중국 상하이 근처 공업도시 난퉁에 토즈 분점을 냈고, 이듬해 C2엔터테인먼트라는 연예기획사도 차렸다. 힙합 댄서에서 공연기획가로 발돋움하는 순간이었다.

조씨는 앞으로 춤과 연극, 연기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담은 독특한 콘텐츠를 만들 계획이다. “아트 앤 브랜드(A&B)라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어요. 싸이·트와이스 커버댄스는 전초 단계일 뿐입니다.”

글·사진=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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