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실명제 도입하면 소득자료 확보…투기·돈세탁도 방지 가능

  •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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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17   |  발행일 2018-01-17 제4면   |  수정 2018-01-17

가상(암호)화폐 과세와 관련, 정부가 양도소득세 부과쪽으로 가닥을 잡은 사실이 16일 확인됐다. 보유세 인상안도 올 9월에 국회에 제출돼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가상화폐에 대해 최근까지 부가가치세·거래세·양도소득세 부과를 놓고 고심해 왔다. 부가가치세 부과의 경우 이중과세 논란이 있어 정부의 고민이 깊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상화폐에 양도세
부가세 부과땐 이중과세 논란
거래세는 세수효과 미미 제외
올 8월쯤 세법 개정안 나올듯


주택 보유세 인상
일부지역 부동산 억제 안 먹혀
3채이상 보유 다주택자 등 대상
조세저항 넘어 ‘핀셋증세’ 전망


가령 법정통화를 가진 소비자가 가상화폐로 물건을 구매하려면 일단 가상화폐로 환전한 뒤 물건을 사야 하고, 판매자는 물건을 판 뒤 가상화폐를 받아 다시 법정통화로 환전해야 한다.

가상화폐 공급자가 사업자일 경우 가상화폐를 사고판 거래와 물건을 사고판 거래 과정에서 각각 부가가치세가 발생하게 된다. 이처럼 두 번 발생하는 중복 과세 때문에 기존 가상화폐에 부가가치세를 매기기로 했던 국가 중 독일·호주 등은 부가가치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방향을 바꿨다.

증권거래세처럼 거래세를 매길 수도 있다. 그러나 가상화폐의 경우 주식이 거래되는 증권거래소와 같은 제도적 기반이 약한 데다 세수효과도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하는 양도세의 경우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가 도입되고 법적 기반이 마련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무엇보다 비트코인 등 일반적인 가상화폐는 법정화폐처럼 별도의 공식 관리기구가 존재하지 않고, 이른바 ‘블록체인’ 방식으로 거래 정보가 분산 저장·처리되기 때문에 소유주의 개인 정보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돈의 출처를 알 수 없어 자금 세탁이나 테러 자금 등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며 투기를 조장하고 있는 점 때문이라도 투자자들로 하여금 소득신고를 하도록 해 금액과 거래 상대방 등의 자료를 확보해야 할 필요도 있다. 실제 미국과 일본은 가상화폐에 양도세를 부과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관련 세법 개정안은 올 8월쯤 나올 예정이다.

한편 정부의 거래소 폐쇄 방침은 유효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세제실 고위 관계자는 “세제실 입장에서 봤을 때는 가상화폐가 법정통화도 아니고 투기꾼이 몰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거래소 폐쇄 목소리도 기재부 내부에서 높다. 정부가 거래소 폐쇄 문제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주택 보유세도 내년 중 인상된다. 또 다른 기재부 세제실 관계자는 “올 9월에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해 내년 중 보유세를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체적 내용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보유세율 자체가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조세 저항이 강한 보유세 인상을 결정한 것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등 강력한 부동산 억제 정책을 폈음에도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른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세법개정을 통해 법인세와 소득세 등 ‘핀셋증세’(초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를 단행했던 정부의 움직임을 감안할 때 이번에도 3채 이상의 주택을 소유한 다주택자나 초고가의 주택을 보유한 이들을 타깃으로 삼은 보유세 증세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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