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대학 등록금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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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17   |  발행일 2018-01-17 제30면   |  수정 2018-01-17
대학 등록금 10년 동결에도
여전히 OECD國보다 높아
졸업후 신용불량자로 전락
대학 재정도 한계상황 봉착
근본적인 정책 마련 필요
[동대구로에서] 대학 등록금
박종문 교육팀장

베이비붐 세대가 대학을 다니던 1970년대 중후반에는 대학 등록금이 매년 30% 가까이 올랐다. 당시에는 인플레이션이 심해 지금과 같은 기준으로 인상폭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 사립대가 등록금을 올려도 별다른 통제장치가 없었다. 1989년에는 급기야 사립대 등록금 자율화 시대가 열렸다. 이후 매년 등록금은 두 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했다. 2002년에는 국·공립대 등록금 인상도 자율화됐다. ‘대학 간판’만 내걸어도 학생들이 몰려오던 시절 사립대들은 전성기를 누렸다. 반면 등록금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 대학 재정회계는 정직하게 관리되는지, 법인 운영에 문제가 없는지 등 대학에 대한 정부의 통제와 감시는 느슨해 사학 비리가 끊이지 않은 시기이기도 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등록금은 2000년대 중후반까지 이어지다가 급제동이 걸린다. 급기야 정치권에서 반값등록금이 논의되기 시작하고 교육부도 인상률은 엄격히 통제하면서 지난 10년 가까이 대학들은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해 오고 있다. 등록금을 인상하면 국가장학금 혜택을 줄이고, 각종 정부재정사업 평가에 불이익을 주는 방법으로 더 이상 등록금을 인상하지 못하도록 단단히 고삐를 죄고 있다.

하지만 대학 등록금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가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은 데다 장학 혜택도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고 평가한다. 세계 다른 나라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사립대 비중이 80%를 넘는 데다 대학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20% 정도에 불과해 학비 대부분을 자부담하는 실정이라 사실상 세계에서 등록금 부담이 가장 높은 나라다.

유럽과 미주권 국가들은 국공립대 비중이 70~100%에 이르고, OECD국가들은 정부 및 지자체가 고등교육비의 70~100%를 대학에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 교육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국가 지원 및 사회 보장이 최하수준인 것이다. 때문에 해가 갈수록 등록금의 가계 부담은 커지고 대학생 아르바이트 비율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공부할 시간에 아르바이트하고 이로 인해 학점이 좋지 않아 장학 혜택을 못받고, 학비 마련을 위해 또 아르바이트해야 하는 슬픈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사회 출발 때부터 빚을 지거나 신용불량자 신세가 되기도 한다.

학생들이 과도한 학비 부담으로 신음하는 사이 대학도 몸살을 앓기는 마찬가지다. 대학 재정이 넉넉한 것이 아니다. 지난 10년 가까이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하면서 한계상황에 다다른 느낌이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대학 환경은 열악해지고, 학생들은 비싼 등록금을 내고도 교육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동반 부실 가능성이 크다. 교육부는 지난 4일 올해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를 1.8%로 공고했지만 대학들이 등록금을 올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줄이고 대학의 교육서비스를 향상시키는 해법은 OECD국가처럼 대학체계를 개편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으로 보인다. 국공립대 비중을 70~90%로 늘리거나 등록금의 80~100%를 정부가 부담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국공립대 비중을 늘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가나 지자체가 사립대를 살 수도 없고, 사립대가 스스로 대학을 국가나 지자체에 귀속시킬 리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와 지자체가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을 유럽이나 미주국가 수준으로 늘리는 방법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대신에 사립대는 더 이상 사학 운영의 자율성 확대를 요구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 만큼 공적(公的) 통제를 거부할 명분은 없다. 대학 수요에 비해 국가 재정이 턱없이 부족해 사학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과거와는 시대상황이 많이 달라진 것이다. 단순히 대학 등록금을 올릴 것인가 내릴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등록금 대책이 대학정책의 핵심인 것이다.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현 정부가 큰 틀에서 근본적인 등록금 정책을 마련하길 기대한다.박종문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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