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클래식과 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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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18 07:57  |  수정 2018-01-18 07:57  |  발행일 2018-01-18 제24면
[문화산책] 클래식과 대중
박소현<피아니스트>

얼마 전, 어느 한 피아니스트의 ‘클래식의 대중화’보다는 ‘대중의 클래식화’를 원한다는 인상 깊은 인터뷰 기사를 보았다. 클래식은 어렵고 고리타분한 음악이라는 시선이 팽배한 사회 분위기에 맞서 많은 매체와 단체들이 소위 ‘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을 쏟고 있다는 점, 그런 노력들 덕분에 클래식 시장이 사실상 넓어진 것을 생각하면 이게 무슨 시대를 거스르는 말인가 하고 생각될 여지도 있을 법했다. 하지만 그 인터뷰를 보며 한편으로 든 생각은 순수 예술로서의 가치 그대로 저변이 확대될 수만 있다면 ‘클래식의 대중화’와 ‘대중의 클래식화’라는 딜레마에서 많은 음악가가 조금이나마 고민을 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연주회를 기획할 때마다 연습에 앞서 고민하게 되는 것은 늘 레퍼토리(Repertoire: 연주곡목)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긴 시간 동안 학생으로서 공부하면서 배워온, 그리고 앞으로도 연구해야 할 학문적인 가치에 더 무게를 둘 수 있는 곡들은 자칫 청중에게 길고 지루하며 어려운 음악으로 들릴 소지가 있다. 그래서 클래식은 고루한 음악이라는 시선과 선입견에 한 표를 더하는 것은 아닐까 고민이 된다. 반대로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쉽고 익숙한 곡목으로만 연주회를 구성한다면 음악가로서 순수 예술의 가치를 알릴 의무에 너무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이러한 연주자의 입장과 청중의 입장 사이의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하여 ‘지루하다’라는 개인의 느낌은 차치하더라도, 우선적으로 클래식은 ‘어려운 음악’이라는 선입견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클래식 음악은 그 기본이 옛 서양음악이기에 우리에게 어색하고 남의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학창 시절 음악 시간을 벗어나면 음악회를 가거나 음반을 스스로 찾아듣지 않는 이상 쉽게 접하기 힘들다는 점도 어려운 음악으로 만드는 한 요소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노출 빈도가 약할수록 어색한 것은 당연지사이며, 그 장르가 듣기 좋은 음악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우선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기획 연주와 적극적인 홍보 등 여러 방면으로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정통 클래식 음악에 대중가요처럼 대다수 청중이 환호하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일 것이다. 하지만 모든 예술이 정착하고 문화가 뿌리를 내리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듯,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음악가로서 끊임없는 고민과 노력을 한다면 클래식 고유의 뿌리가 단단히 내릴 것이다. 나아가 순수 예술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대중화까지 잘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박소현<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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