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방소멸인가 자유한국당 소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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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18   |  발행일 2018-01-18 제29면   |  수정 2018-01-18
[기고] 지방소멸인가 자유한국당 소멸인가
김형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자유한국당 정종섭 의원은 “개헌 없이는 지방분권을 이룰 수 없다는 주장은 완벽한 거짓말이다” “실질적 지방분권을 위해서는 반드시 개헌이 필요한 것처럼 호도한다”는 극언을 한 바 있다. 물론 개헌 없이도 국가사무를 지방사무로 이양하면 중앙집권체제 아래에서도 지방분권이 약간은 확대될 수 있다.

하지만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법령에 묶인 지방자치를 살리기 위해 지방분권 개헌은 필수적이다. 특히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지방소멸을 막으려면 수도권 집중의 원인인 고도의 중앙집권체제를 지방분권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서울공화국과 그 식민지’로 묘사되는 심각한 중앙집권체제를 지방분권체제로 개혁하려면 중앙집권적인 현행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

지방정부가 법령의 범위 내에서만 조례를 제정할 수밖에 없는 현행 헌법 아래에서는 지방정부가 지역발전을 위한 독자적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자치입법권, 자치조직권, 자치재정권을 행사할 수 없다. 특히 광역경제권을 형성해 지역경제를 살리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연방제 아래 주에 해당하는 광역 지방정부를 만드는 개헌을 해야 한다.

한편 법률 제정이나 개정만으로는 실질적인 지방분권이 안 된다는 것이 지난 20년간의 경험으로 분명해졌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 학계, 시민운동단체에서 이구동성으로 지방분권 개헌을 요구해 왔다. 이런 민심에 따라 지난 대선 때 정치권과 유력 대선 후보들이 모두 지방분권 개헌을 포함하는 개헌을 지방선거 때 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런데 작년 11월경부터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해서는 안된다고 말하면서부터 개헌이 정략에 휘말리게 되었다. 홍 대표의 약속 파기에 맹종하는 자유한국당의 국회의원들이 일제히 “지방선거 때 곁다리 개헌투표를 하면 안 된다” “개헌 안 하고도 지방분권 할 수 있다”고 호도한다. 심지어는 ‘“국회 자문위 개헌안이 사회주의 헌법 만들려고 한다”는 등의 발언을 하며 6월 지방선거 동시 개헌 국민투표를 반대하고 나섰다.

가차없이 진행되고 있는 지방소멸을 조기에 중지시키기 위해 골든타임인 6월 지방선거 때 반드시 지방분권 개헌을 해야 한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당리당략적 판단에 따라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지방분권 개헌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지방선거 이후 연말까지 하면 된다고 하지만 선거 이후 정국과 국제정세가 급변하면 개헌 그 자체가 물 건너 갈 수 있기 때문에 전망이 매우 불투명하다.

2월 중에 국회에서 개헌안 합의가 이뤄지고 3월 중에 국회의 개헌 발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통령이 지방분권 중심의 개헌안을 발의하겠다고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이러한 ‘문재인 개헌’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 발의 개헌안은 국회에서 부결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부·여당은 자유한국당이 지방분권 개헌안을 부결시킨 반분권세력이라고 몰아붙여서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려 할 것이다.

민심을 거역한 자유한국당이 이번 지방선거에 참패하면 당이 소멸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지방분권 개헌이 무산되면 지방 소멸이 가속화될 것이다. 지방 소멸과 자유한국당 소멸이 동시에 진전되는 시나리오가 전개될 것이다. 이것이 충분히 예상되는 데도 자유한국당이 완고하게 6월 지방선거 지방분권 개헌 국민투표에 반대한다면 ‘얼간이 보수’라는 비아냥을 받게 될 것이 분명하다.

자유한국당을 지지하는 지역주민들은 지방 소멸을 막을 것인가, 자유한국당을 맹종할 것인가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지방분권 개헌을 무산시키고 있는 자유한국당 입장에 동조하면 결과적으로 지방 소멸도 방조하고 자유한국당 소멸도 재촉할 것이다.

따라서 지방 소멸과 자유한국당 소멸을 막기 원한다면 자유한국당의 지도부와 국회의원들에게 압박을 가해야 한다. 특히 자유한국당 대구 신년인사회에서 “대구경북을 저들에게 내어줄 수 없다”고 말한 홍준표 대표에게 6·13 지방선거 때 지방분권 개헌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한 지난 대선 때 약속을 지켜라고 한 목소리로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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