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경주에 시의원이 없다

  • 송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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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18   |  발행일 2018-01-18 제30면   |  수정 2018-01-18
[취재수첩] 경주에 시의원이 없다

문재인정부의 탈(脫)원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으로 가장 피해가 많은 지역은 경주다. 경주에는 한국수력원자력<주> 본사를 비롯해 코라드(KORAD)가 운영하는 중·저준위방폐장이 있다. 또 월성원전 1~4호기, 신월성 1~2호기 등 6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다. 하지만 정부의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월성 1호기가 올해 조기 폐쇄될 전망이다. 2022년 11월까지 운영허가가 연장된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할 경우, 법정지원금과 지역자원시설세 등 380억원의 피해가 우려된다.

경주 기업인 한수원이 정부의 탈원전에 ‘독감’을 앓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방침에 이어 영덕 천지 1·2호기, 신한울 3·4호기 등 6기의 신규원전 건설도 백지화했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는 당시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인 맥스터 7기 추가 건설을 두고 경주시민을 압박했다. 당초 월성본부에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를 경주가 아닌 다른 지역에 임시저장 시설을 지어 옮기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사용후핵연료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박근혜정부는 월성원전에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의 이전은커녕 오히려 맥스터 7기 추가 건설을 발표했다.

박근혜-문재인정부를 거치면서 동경주 주민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월성본부의 사용후핵연료 포화 시기는 2020년 6월이다. 맥스터 추가건설이 2020년 6월까지 완료되지 않을 경우, 국내 유일 가압중수로인 월성 1~4호기는 가동을 멈춰야 한다. 문재인정부는 맥스터 7기 추가건설을 신고리 5·6호기와 마찬가지로 공론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공론화 등으로 맥스터 건설을 미룰 경우, 월성 1~4호기의 조기 폐쇄가 우려된다. 월성 1~4호기 조기 폐쇄는 수천억원의 법정지원금 등의 감소로 지역발전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문재인정부의 탈원전으로 에너지정책이 원전에서 신재생에너지로 궤도가 바뀌면서 경북지역에는 경주시를 비롯해 영덕·울진군, 김천시가 경제적인 위기에 놓였다. 경주를 제외한 다른 지역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옳고 그름을 따지며 집회를 여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유독 경주만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경주시는 그간 정부의 탈원전으로 인한 피해를 우려해 시의회에서 나서줄 것을 수차례 요구했다. 하지만 경주시의회는 팔짱만 낀 채 성명서 발표 한 번 한 적이 없다.

산업부가 지난해 12월28일 서울에서 연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공청회’에서 신수철 감포발전협의회장은 “정부가 주민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를 강행하고 있다”며 “원전과 방폐장 등 국책사업을 수용한 경주시민이 되레 피해를 보고 있다”며 국민을 무시하는 요식 행위인 공청회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정부의 탈원전에 경주시민은 생업을 포기한 채 나서고 있지만, 정작 나서야 할 시의원들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있다.

송종욱기자<경북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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