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령모개식 정책 엇박자, 국민들도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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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18   |  발행일 2018-01-18 제31면   |  수정 2018-01-18

문재인정부의 조령모개(朝令暮改)식 정책 엇박자가 도를 넘었다. 방과후 영어수업, 가상화폐 규제 등을 둘러싼 오락가락 행보로 국민들도 헷갈릴 지경이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부처 간 협의와 사전 조율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국정 난맥상을 노정하는 모양새다.

교육부는 3월부터 유치원·어린이집에서 영어 특별활동을 금지키로 한 방침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16일 밝혔다. 방과후 영어교육 금지 정책을 밀어붙이려다 여론이 들끓자 한 발 물러선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엔 2021학년도 수능에서 절대평가 항목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사교육 확대 우려가 제기되면서 시행을 1년 유예했다.

고용노동부도 정책 혼선에 가세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4일 최저임금 위반 사업주의 명단을 공개하고 신용 제재를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하루 만에 없던 일로 돌렸다. 금방 입장을 번복했지만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따른 영세업체의 어려움을 헤아리기는커녕 으름장을 놓아 정책을 밀어붙이려는 발상이 섬뜩하다.

가상화폐를 둘러싼 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법무부의 거래소 폐쇄 방침이 던진 충격파는 청와대가 제동을 걸면서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으나, 16일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발언이 다시 파장을 일으켰다. 김 부총리는 “거래소 폐쇄는 살아 있는 옵션”이라고 말했다. 가상화폐에 대한 양도세 부과 방안도 당·정·청 간 조율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통합공항 이전 문제도 마찬가지다. 국방부는 K2·대구공항의 통합공항 이전 후보지 선정 절차를 진행 중이지만,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대구공항 존치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이러니 대구시민들도 헷갈릴 수밖에 없다.

정부 정책이 조령모개로 바뀌고 부처 간 의견이 중구난방인 것은 조기에 정책적 성과를 내겠다는 조급증 때문으로 판단된다. 또 지방선거를 의식한 여당과 정부의 정략적 계산도 오락가락 행보에 한몫했을 터다. 공론화 과정 없이 현장 실상도 면밀히 파악하지 않고 정책을 추진하다보니 여론의 벽을 넘지 못하는 헛발질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무릇 정부 정책은 일관성과 신뢰가 생명이다. 정부가 우왕좌왕하니 국민들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종잡을 수가 없다. 정책 입안도 시행도 더 진중(鎭重)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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