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점(占)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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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18   |  발행일 2018-01-18 제31면   |  수정 2018-01-18

알바천국이 지난해 말 전국 10~30대 회원 1천6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10명 중 1명이 운세를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횟수는 1년에 한 번(25.5%) 또는 반년에 한 번(25.1%)이라는 사람이 많았고, 13.3%는 일주일에 한 번씩 운세를 본다고 응답했다. 선호하는 점술로는 사주풀이와 타로점이 1·2위를 차지했다.

점(占)은 통상적 지각이나 합리적인 추론으로는 인식할 수 없는 일에 관해 일정한 ‘표시’를 해석함으로써 정보를 얻는 방법이며,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천체의 운행이나 위치로 보는 별점, 생물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새점, 꿈을 해몽하는 꿈점이 있는가 하면, 인체의 특징을 파악하는 관상과 수상(手相), 태어난 연월일과 시각에 근거하는 사주팔자, 이름을 풀이하는 성명학도 있다. 디지털 시대를 웅변하 듯 온라인 운세풀이가 대중화된 지도 오래다.

중국에선 기원전 2100년쯤 이미 점이 행해졌다는 사실이 출토자료에서 판명됐다. 상나라에서는 귀갑(龜甲)의 균열을 보고 판단하는 거북점이 유행했으며, 한나라 때는 점이 역법·천문학·음률학 등과 결부되면서 국사(國事)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만큼 성행했다. 사마천의 ‘사기(史記)’ 일자열전(日者列傳)에도 당시 수많은 점쟁이가 있었다는 얘기가 등장한다. 미래의 길흉화복을 예단해보려는 호기심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점의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점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미신으로 치부하고, 한편에선 나름의 이론적·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주장한다. 점은 곧 미래의 운(運)을 통찰해보려는 행위다.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도 미래를 100% 정확히 진단할 수는 없다. 도참서(圖讖書)로 공인 받은 주역(周易)과 토정비결의 운세풀이도 통계적 확률에 근거했을 따름이다.

유명 역술인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노년 운세가 좋다고 예측했지만 현실은 어떤가. 점을 너무 신뢰하면 주술(呪術)의 굴레에 얽매일 수도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경영의 마술사 잭 웰치는 “자기 운명을 자기가 지배하라. 그렇지 않으면 남이 지배한다”고 말했다. 불확실한 미래를 스스로 개척하라는 잭 웰치의 아포리즘이 점술보다 더 공명(共鳴)을 울린다.

박규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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