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마실공연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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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19 07:49  |  수정 2018-01-19 07:49  |  발행일 2018-01-19 제16면
[문화산책] 마실공연Ⅰ
백운선<연극배우>

내가 사는 동네는 남구 대명3동. 계명대 대명캠퍼스 근처로, 주택가임에도 곳곳에 화실, 성악연습실, 연극 연습공간, 공예방, 국악단 등과 같은 간판을 흔히 볼 수 있다. 나 또한 이 동네 ‘대명공연문화거리’ 내의 극장에서 공연을 하는 연극쟁이다. 2년 전 이 동네에서 실용음악학원을 운영하는 원장님과 관객과 배우로 인사를 나눈 적이 있다.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음악만 해서는 먹고 살 수가 없으니 학원 운영을 생업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연극만으로 먹고 살 수가 없어 연극 수업을 병행하고 있는 나의 입장과 같았다. 우리는 처음 만나 이야기를 나눴지만 공통의 관심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동네 주민과 공연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들고 싶은 것. 나의 이웃들이 나의 예술을 후원하고 격려해주는 주체가 되었으면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1년이 흐르고 여름의 끝자락에서 너무나 오랜만에 원장님으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다. “배우님이 엄청 재미있어 할 일이 있는데 여기 M카페로 잠깐 오시겠어요?” M카페는 계명대 돌계단쪽에 위치해 평소에도 한번씩 들렀던 곳이다. 호기심과 설렘으로 당장 달려가 보았다. 지난 몇 달간 원장님은 M카페를 아지트 삼아 동네에 숨어있는 예술가들을 초대해 매주 수요일 작은 콘서트를 열었던 것이다. 물론 관객들은 카페 단골손님이거나 소문을 듣고 찾아온 주변 가게 사장님, 옆 교회 사람 등 모두 대명동 주민들이었다. 말로는 누구나 자신의 꿈을 말하고 표현한다. 하지만 이렇게 성실하게 실천으로 보여주는 이가 얼마나 될까. 더군다나 이 또한 일이 돼버리면 스트레스도 많을텐데 기꺼이 즐기는 원장님이 존경스러웠고 그를 통해 새로운 희망을 배웠다.

그 후 나는 M카페에서 종종 1인극 공연을 올린다. 마치 시골 장터에서 전을 펼치고 놀았던 옛 광대패의 현대판이라면 과도한 해석일까. 테이블과 의자를 한쪽으로 밀어 놓으면 관객들은 알아서 둘러앉아 연극을 본다. 일상의 공간을 극적인 공간으로 변화시키는데는 많은 시간도 돈도 필요하지 않다. 다만 우리의 마음이 모여지면 되는 것이었다.

대신 공연을 마치고 관객과의 대화를 나눠보면 연극쟁이로서 참 많은 고민을 하게 한다. 카페 공연의 관객들은 걸어서 5~10분 거리에 연극 전용 소극장이 즐비한 동네에 사는 주민들이다. 그럼에도 평소에 연극을 볼 기회가 없다거나 아예 모르고 사는 분이 많다. 여전히 대중에게 연극과 극장의 문턱은 높다는 것, 이것이 현실임을 목격하게 된다. 어떤 관객은 이런 말씀도 한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양이 연극보다 영화보다 더 재밌는데 일부러 극장 찾아갈 거 있나요. 뉴스가 더 재밌는데요.” 틀린 말은 아니다. 그래서 더더욱 나의 연극을 고민하게 된다. 백운선<연극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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