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소득주도성장’과 한 짝을 이루는 ‘혁신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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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19   |  발행일 2018-01-19 제22면   |  수정 2018-01-19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대립적이라는 시각서 탈피
상호보완적이란 인식 필요
관련 법조문 현실 맞게 개정
국민혁신시대를 열어가야
[경제와 세상] ‘소득주도성장’과 한 짝을 이루는 ‘혁신성장’
김재훈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

정부의 성장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새 정부의 주된 성장전략으로 소득주도성장론이 제기되었는데, 거기에서 친노동정책과 대기업을 규제하는 흐름이 감지된다며 친기업적 정책과 규제완화 정책을 담은 혁신성장의 필요성이 이야기되고 있다. 이런 의도의 혁신성장론은 기울어진 운동장의 균형 찾기 노력을 무력화한다. 또 이미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명된 과거의 낙수효과 중심의 성장론, 수출·대기업 주도의 성장론으로 회귀할 위험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소득주도성장만으로 충분하다는 관점이나 혁신성장론 모두 양극단의 관점이다. 양 성장전략이 대립적이며 선택적이라는 시각, 양 전략이 단기와 장기로 나눠진다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하고, 본질적으로 상호 보완적으로 바라봐야 긴밀한 연관관계를 가질 수 있다.

고용의 안정성과 노동권의 지위는 적절한 과정을 거쳐 강화돼야 하고, 살인적인 노동시간은 창의적 노동이 가능하도록 단축돼야 한다. ‘동등처우의 원칙’ 아래 유연 안정성도 높아져야 한다. 결국 청년인력들이 소득주도성장을 통해 창업 등 모험과 개척의 바다에 뛰어들 수 있어야 우리 경제의 장기 성장잠재력이 확보될 수 있다.

북유럽 복지국가들의 ‘지능형 사민주의’ 논의도 참조할 필요가 있다. 특히 ‘추격성장’에 성공한 한국경제는 이제 후발개도국들의 성장에 탈추격 혹은 선도국가로 이행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양 성장전략은 성장의 양 날개를 형성해야 하고, 그렇게 할 때에 ‘바닥으로 경주’가 아닌 ‘고진로’ 전략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혁신성장이냐’다. 말 그대로 혁신은 일상에서의 일탈이다. 돌연변이가 주류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수많은 모색 속에 새로운 발견이 풍성하게 이뤄져야 한다. 모방의 대국이던 중국에서 최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유니콘 기업의 숫자가 미국에 가까워지고 있다. 혁신과 창업의 인해전술이 시작된 것이다. 이제 우리도 몇몇 대기업이 혁신을 주도한다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선 공정경쟁 제도의 확립은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는 단순한 반(反)대기업 정서로 볼 수 없다. 중소기업 하도급의 불공정, 기술탈취가 만연한 현실에서 혁신은 어렵다. 소비자가 생산자가 되는 프로슈머의 시대에 모든 국민이 혁신의 주체가 되는 ‘국민혁신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4차 산업혁명에 관한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우리는 정보통신혁명을 둘러싸고 미국·영국에서 1990년대에 있었던 ‘신경제’ 논쟁을 참고할 수 있다. 경기변동이 사라지는 ‘신경제’의 출현은 아니었으나 디지털경제로의 패러다임 이행을 가져온 것은 분명했다. 4차 산업혁명은 성장을 위한 만병통치약도 될 수 없고 신기루도 아니다. 산업화 시기를 놓쳐 식민지를 겪으며 근대화를 해야 했던 우리가 정보화에 적극 대응했던 것을 생각하면,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위해 4차 산업혁명론을 외면할 수만은 없다. 오히려 늦었다고 평가된다. 4차 산업혁명 때문에 ‘인공지능(AI)이 사람을 잡아먹는’ 현실이 올 수도 있지만, 노동의 종말을 집중적으로 뒤집어쓰는 국가가 되지 않기 위해서도 4차 산업혁명은 소홀히 할 수 없다.

혁신성장과 관련해서 규제철폐 문제가 또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드론의 세계시장을 이미 80% 장악한 중국보다 한국의 규제는 더 느슨하다고 한다. 로크 등 영국의 자유주의 사상가들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 보호를 위해 ‘법치 하에서의 자유’를 주장했고, 특히 ‘한국은 아주 특별하게 위험한 사회’임을 알린 울리히 벡의 경고도 있었다. 다만 환경 변화에 적응력을 갖지 못한 경직적인 조직은 도태될 수밖에 없음을 생각할 때, 과거 독일 혹은 일본으로부터 수입해서 이제 낡은 것이 된 우리의 상법 등 경제 관련 법조문들을 점검, 개정해야 한다. 김재훈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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