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미의 브랜드스토리] 디젤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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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19   |  발행일 2018-01-19 제40면   |  수정 2018-01-19
평범하던 청바지의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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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의 2018 SS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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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자 렌조 로소

누군가에게는 유(油) 종의 하나로,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동차를 떠올리게 하는 브랜드 ‘디젤(DIESEL)’은 독자적 워싱 기술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빈티지 진 제품과 데님 의류, 가죽제품, 선글라스, 주얼리, 향수 등을 선보이는 이탈리아의 캐주얼 패션브랜드다. 대중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사회적 메시지 전달과 풍자와 해학을 곁들인 파격적 광고로 주목받으며 젊은 층에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노동자들이 즐겨 입던 청바지를 럭셔리한 프리미엄 진으로 가치를 끌어올린 주역이기도 하다.

다소 생소하지만 재미있는 브랜드명 디젤은 브랜드가 론칭하던 1978년 당시 발생한 오일쇼크로 비싼 휘발유 대신 디젤이 대체 에너지로 사용된 것에 착안해 지어진 이름이다. 디젤의 창립자 렌조 로소는 자신이 만든 청바지가 기존 제품을 대체하는 창조적 대안이길 바라며 자신의 브랜드명을 디젤이라 지었다.

디젤의 대표 철학은 ‘바보가 되라’이다. 여기서 말하는 바보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용감하게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똑똑한 사람은 어떤 현상에 대해 비판하며 계획적으로 움직이지만, 바보는 가능성을 보고 창조를 통한 자신의 스토리를 가진다고 하는 그의 주장처럼, 디젤의 컬렉션은 정해진 유행과 트렌드를 좇기보다는 혁신적인 제품을 생산한다.

설립자 렌조 로소는 1955년 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마을에서 농부 아들로 태어났다. 손재주가 남달랐던 그는 15살에 마르코니 기술학교에 입학해 텍스타일을 배웠다. 재학 당시 친구에게 받은 데님 원단을 이용한 새로운 청바지를 구상하던 중, 우연히 데님 원단을 바닥에 문지르자 원단이 마모되면서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해진 빈티지 데님을 얻을 수 있었다. 그는 이 원단으로 로 웨이스트의 부츠컷 팬츠를 제작해 주변에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그는 학창시절 다양한 빈티지 데님을 이용한 청바지 제작에 몰두했고, 이것은 그의 사업에 밑거름이 됐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75년 지인의 소개로 당시 젊은 층에 인기를 끌던 데님제조업체 ‘몰텍스사’를 소개받아 생산매니저로 3년간 근무하며 경험을 쌓아나갔다. 이후 몰텍스사를 떠나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려 했지만 능력이 뛰어난 그와 함께하길 원했던 당시 몰텍스사의 CEO 아드리아노 골드 슈미드가 그에게 공동 회사 설립을 제안해 78년 새로운 데님 브랜드 디젤이 탄생했다.

디젤의 청바지가 처음 출시됐을 때 당시 몰텍스사의 청바지 브랜드 중 가장 판매율이 저조했지만 렌조 로소는 그것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며, 색다른 빈티지 진을 끊임없이 선보였고 점차 인지도가 높아졌다.

1978년 伊 렌조 로소 등이 만든 브랜드
당시 오일쇼크 대체에너지서 따온 이름

15세 때 우연히 해진 빈티지 데님 제작
독자적 워싱 기술의 ‘럭셔리 프리미엄 진’
트렌드보다 혁신을 통한 다양한 컬렉션
90년대부터 선뵌 글로벌 광고 캠페인
‘… 키스’ 등 파격·사회적 메시지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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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의 2018 SS 컬렉션.

상품 개발에 대한 주도권을 갖길 원했던 렌조 로소는 85년 공동 설립자인 아드리아노 골드 슈미드에게서 디젤의 나머지 지분을 모두 사들이면서 단독 CEO가 됐다. 그 이듬해에는 처음으로 미국시장에 진출했다. 그 당시 미국에서 청바지는 노동자들이 즐겨 입는 저렴한 캐주얼웨어로, 가장 비싸게 팔리던 ‘랄프 로렌’의 청바지도 52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나 프리미엄 진으로 포지셔닝한 디젤의 청바지는 2~3배 비싼 100달러 이상이어서 판매가 저조했다.

이런 디젤이 미국시장에서 기회를 얻게 된 것은 유통업자인 론 허만이 로스앤젤레스의 한 부티크에서 디젤의 제품을 판매하면서부터다. 이후 보스턴, 시애틀, 뉴욕의 블루밍데일 백화점, 바니스 백화점 등 고급 유통업체에서 디젤의 제품을 취급하면서 젊은 층에 많은 사랑을 받으며 미국 진출 2년 만에 10배 이상의 판매 수익을 올렸다.

미국시장에서의 성공을 발판 삼아 렌조 로소는 돌, 세탁제, 사포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새로운 기법의 빈티지 데님 개발에 집중하며, 90년대부터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글로벌 광고캠페인을 본격 전개했다. 당시 광고는 자사 제품을 강조하는 것에 주로 포커싱돼 있는데, 디젤은 제품의 홍보보다 국경을 초월하는 그들의 문화와 브랜드 철학을 전파하는 데 주력함으로써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됐다. 모험적이고 다소 파격적인 캠페인은 젊은 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으며 디젤은 전 세계적 인기를 얻었다.

디젤의 수많은 캠페인 중 첫 번째 광고 시리즈인 ‘성공적인 삶을 위한 가이드’는 ‘하루에 145개비 담배를 피우는 방법’ ‘약으로 인생을 손쉽게 살 수 있는 방법’ 등 역설적 광고를 게재하며 자사 제품의 장점만을 광고했던 담배와 의약품 브랜드를 꼬집었다. 사진 한 장에 사회적·정치적 메시지를 블랙 코미디 형식으로 풀어낸 이 광고는 92년 칸 국제광고제에서 최고상인 그랑프리상을 수상했다. 93년 발표한 ‘진스 앤 워크웨어’ 시리즈 중 하나인 ‘젊은 수병의 키스’는 디젤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원정을 떠나는 수병들을 배웅하는 부둣가에서 두 수병이 서로 껴안고 진한 키스를 나누는 모습으로 성적 소수자의 입대를 거부한 미 해군을 비판하는 이 광고는 사회적 이슈에 민감한 젊은 층의 지지를 받으며 디젤의 이미지를 확고하게 했다. 단순히 자극적인 광고로만 느껴지기도 하지만 디젤의 광고는 그 속에 인종차별, 성적 소수자에 대한 박해, 빈부 격차, 성공한 자들의 위선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학적으로 표현하는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렌조 로소는 94년부터 브랜드 확장에 박차를 가하며 전문 제조업체와 협업해 라이선스를 맺는 형태로 스포츠웨어, 남녀공용 향수, 신발, 가방 및 가죽제품, 시계 등으로 라인을 확장했다. 90년대 후반 통일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체인점이나 백화점 대신 디젤에서 직접 운영하는 형태의 직영점을 늘려나가는 것으로 유통 전략을 변경하며 96년 뉴욕에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한 뒤 런던, 로마 등으로 직영점을 확장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제조업체였던 ‘스태프 인터내셔널’의 인수를 시작으로 ‘디스퀘어드’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빅터&롤프’ ‘마르니’ 등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인수하면서 꾸준히 기업 규모를 확장해 나갔다. 디젤은 여전히 그들만의 위트 있는 캠페인을 진행하며 사람들에게 멋스럽고 차별화된 룩을 선보이고 있다. 프리밸런스·메지스 수석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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