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병력 감축·복무 기간 단축 서두를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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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22   |  발행일 2018-01-22 제31면   |  수정 2018-01-22

문재인정부가 병력 감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19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외교·안보 등 5개 부처 합동 업무보고에서 현재 61만여명인 병력을 2022년까지 50만명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육군 기준으로 21개월인 복무 기간을 단계적으로 18개월로 단축하고, 여군 비중을 8.8%로 늘리겠다고 했다. 국방부는 이에 관한 세부 계획을 3월 중에 내놓겠다고 보고했다.

병력 감축과 군 복무기간 단축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만큼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그랬기에 그동안 이에 대한 찬반논란도 가열돼 왔다. 찬성 측은 국방부의 설명대로 공세적이고 정예화된 군 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물론 일리가 없지는 않다. 첨단 무기를 갖춘 정예 강군 육성의 필요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특히 지나치게 많은 장군 수를 줄이고 부사관을 증원하겠다는 방침은 지극히 옳다. 하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많은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병력 감축과 복무 기간 단축이 졸속으로 추진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은 평창동계올림픽 이벤트로 잠시 주춤한 듯 보이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인한 안보 위기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언제든 한반도에서 대규모 지상전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병력 규모를 줄이는 게 맞는지 강한 의문이 든다.

육군의 병사 수가 줄어드는 것보다 복무 기간 단축이 더 큰 전력 공백을 불러올 수 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분석에 따르면 보병이 숙련도를 발휘하려면 최소 16개월 이상 복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복무 기간을 24개월로 늘려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도 많다. 하지만 국방부는 그 반대로 가고 있다. 이대로 복무 기간이 18개월로 줄어들면 유사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는 병사는 거의 없는 셈이어서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복무 기간이 최장 12년인 것은 둘째로 치더라도 이스라엘이 남성 3년, 여성 2년의 의무병제를 유지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가 이스라엘보다 안보 위협이 덜한지 자문해야 할 시점이다. 알다시피 군은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최고의 전투력을 늘 유지해야 한다. 그런 만큼 국방 정책에 포퓰리즘이 절대 끼어들어서는 안된다. 만에 하나라도 전력 공백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는 선심성 정책을 경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군 복무 기간 단축부터 신중히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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