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산불의 재앙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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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22   |  발행일 2018-01-22 제31면   |  수정 2018-01-22

지난해 12월 초 캘리포니아주에서 시작된 토머스 산불은 최악의 피해를 기록했다. 미국의 와인 주산지 나파밸리와 샌타바버라 카운티를 휩쓴 이 산불은 서울 면적의 1.8배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연초까지 계속된 토머스 산불은 21만명 이상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떠나 대피 길에 올라야 했다. 가옥 전소 1천63가구를 포함해 수만 가구가 피해를 입었다. 무려 35일간 산불이 휩쓴 캘리포니아에는 지난 8일 150㎜가 넘는 폭우로 40여 명이 실종되거나 목숨을 잃는 2차 환경피해로 이어졌다. 산불로 지반이 약해진 탓에 타버린 나무는 거대한 쓰레기 더미로 변해 토사와 함께 민가를 덮친 것이다. 6개월 동안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한꺼번에 쏟아진 폭우는 환경재앙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던 태평양 건너 미국의 산불은 더 이상 남의 일만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5월 강릉·삼척의 대형 산불로 주택 36채와 1천17㏊의 산림이 소실됐다. 경북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최근 5년간 전국에서는 2천386건의 산불이 발생했다는 통계가 있다. 이 중 경북지역은 강원도 피해면적 1천510㏊(피해액 284억원)에 이어 493㏊(피해액 269억원)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다고 한다.

30여 년 전 대형 산불이 발생했던 구미에서도 재앙의 아픔은 곳곳에 남아 있다. 1986년 선산군 도개면 청화산 아래 한 농가에서 사과나무 소독을 위해 피웠던 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뒷산으로 번졌다. 당시 식목일에 발생한 산불의 진압에 나섰던 주민 16명이 산 속에서 연기에 질식돼 목숨을 잃었던 것이다. 이곳은 산불 발생 30여 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산불의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한 동네 주민들의 목숨을 한꺼번에 빼앗아 간 탓에 같은 날 제사를 지내는 집도 여러 곳이란다.

산불은 한순간 부주의로 발생하는 환경 재난이자 재앙이다. 산림 당국이 아무리 예방활동을 철저히 해도 주민들의 관심과 경각심 없이는 산불을 막을 수 없다. 잠깐의 실수로 일어난 산불은 아무리 노력해도 원상회복까지는 50~100년까지 걸린다. 인간이 100세까지 살더라도 산불로 황폐화되기 이전의 울창한 자연은 다시는 볼 수 없다. 우리가 산불의 재앙을 막아야 할 이유 중의 하나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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