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동 건 鐵의 실크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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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23   |  발행일 2018-01-23 제29면   |  수정 2018-01-23
[기고] 시동 건 鐵의 실크로드
안용모 한국철도건설협회 부회장

힘찬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 이맘때쯤 나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나 9천288㎞의 대장정 모스크바로 가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부터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으로 철도가 이어지는 ‘21세기 형 철의 실크로드’가 재현됐을 때 얻어질 엄청난 잠재적 수익을 상상하고 있었다.

오는 25일 역사적인 동해중부선 1단계구간의 개통으로 동해안을 종단하는 철도가 유럽까지 내달리는 ‘철(鐵)의 실크로드’ 구상이 시동을 걸었다.

2015년 개통된 KTX 노선에 이어 금년말 개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인 동해남부선 복선전철, 동해중부선, 영일만항 인입철도와 연결되면 포항을 중심으로 한 동해권역은 교통혁명으로 불릴 만큼 큰 변화가 올 전망이다. 포항~삼척을 잇는 동해중부선 철도는 내년이면 그 모습을 드러낸다. 1단계인 포항~영덕 구간 44.1㎞의 개통에 이어 공사중인 2단계 영덕~삼척 구간 166.3㎞ 모두 2020년 개통하면 포항에서 삼척까지 승용차로 3시간10분 걸리던 것이 1시간35분으로 단축된다.

광역철도 교통망 확충 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되면 포항뿐만 아니라 동해안 지역경제와 관광산업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서해안 중심에 집중된 수출입 화물이 동해안을 중심으로, 대구·경북이 또다른 철도의 중심축이자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 구간이 복선이 아닌 단선 철도이고, 전기철도가 아니라 비전철로 추진된 점은 다소 아쉽다. 시급히 복선전철화가 이뤄져야 한다. 철도개통으로 거주인구 유입, 관광객 증가, 주민 소득은 향상될 것이다.

철도가 없는 교통오지로 살아온 영덕은 새로운 세상과 만난다. 철도와 고속도로가 없는 울진도 이제 희망을 가지게 됐다. 내륙도시 대구의 물류기지와 철강도시 포항에서 출발한 기차가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까지 달릴 수 있다.

지난해 6월 제주에서 열린 AIIB연차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이 이제 현실화됐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거대 시장인 유라시아 역내 국가 간 경제협력을 통해 교역의 외연을 확장함으로써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의 기반이 된다. 한반도 종단철도(부산~포항~나진~러시아 하산), 시베리아 횡단철도(블라디보스토크~모스크바), 유럽철도(EU Rail, 모스크바~파리) 구간 1만5천㎞를 하나로 묶는 유라시아 철도(실크로드 익스프레스 SRX) 건설이 이 구상의 핵심이다. 부산과 대구에서 출발해 포항 등 동해안을 거슬러 올라 북한, 러시아, 중국, 중앙아시아, 유럽을 관통하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를 실현해 나가야 하는 물류혁명의 첫 단추를 대구·경북이 개척해야 한다.

동해선 종단 철도가 완성되면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육상 교통로가 확보돼 세계경제성장의 엔진역할을 할 수 있다. 현재 부산에서 독일 함부르크까지 1만9천㎞를 선박으로는 27일 걸리지만, 이 구상이 현실화하면 단 열흘 만에 도달할 수 있다.

동해중부선 포항∼삼척 간 철도는 동해남부선과 연계되고, 장래 남북철도 연결 시 한반도종단철도(TKR:Trans Korean Railway)로 시베리아횡단철도(TSR:Trans Siberian Railway)와 연결돼 한반도와 대륙을 연결하는 중심 철도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이로써 대구를 내륙의 물류기지로, 포항 신항을 동북아의 허브항으로 개발, 북방 진출의 교두보로 삼을 수 있다.

TKR와 TSR가 연결되면 대구와 경북이 중심축이 되도록 준비해야 한다. 영남권 물류기지로 대구만큼 적합한 곳은 없다. 대구는 경부선이 지나고, 대구선복선전철화사업도 완료되고 있는 만큼 사통팔달의 내륙철도 중심지로 부상할 것이다. 국내 인프라 개선, 경제 활성화, 통일 후 국제 인프라 개선을 위해 동해선 개발은 필수적이다.

재도약을 향한 대구·경북 발전의 기회가 열리고 있다. 이번 포항~영덕 철도개통을 계기로 대구·경북이 한마음으로 뭉쳐서 뛴다면 ‘철(鐵)의 실크로드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장밋빛 청사진은 반드시 수년 내 현실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안용모 한국철도건설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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