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과 책상사이] 열린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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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29 08:00  |  수정 2018-01-29 08:00  |  발행일 2018-01-29 제18면
[밥상과 책상사이] 열린 마음

“아빠와 대화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아빠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참 신기합니다. 어쩌면 저렇게 변하지 않을 수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빠의 학창 시절은 어떻게 모든 것이 항상 그렇게 좋았고 옳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엄마도 저를 힘들게 하기는 마찬가집니다. 아빠 훈계를 듣고 나면 엄마는 늘 아빠는 원래 그런 사람이라 생각하고 네가 이해하라고 말합니다. 아빠가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걸 인정한다면 아빠에게 그러지 말라고 말해주면 안 됩니까. 아빠는 아빠 생각과 다른 것은 조금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습니다. 저는 아빠가 신문은 왜 읽는지 모르겠습니다. 변해야 산다는 것을 강조하는 기사들이 얼마나 많이 나옵니까. 그런데도 본인은 변하지 않으니 정말 놀라워요. 아빠는 항상 변화를 싫어하고 안전하고 확실한 것만 인정합니다.” 고2 학생이 아빠의 훈계와 잔소리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상담하며 한 이야기다.

안정론자들은 대개 과거는 좋았다고 생각한다. 가능하다면 모든 것을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한 치 오차도 없이 실천하는 데서 성취감을 느낀다. 그들은 원리 원칙, 규칙과 통제, 일사불란함을 좋아한다. 변화론자들은 변화 자체가 정상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지식이나 능력의 한계와 부족을 인정한다. 안정론자들은 결과를, 변화론자는 과정을 중시한다. 변화론자들은 대개 복잡함과 혼돈의 상태를 즐기며 시간과 더불어 그 속에서 질서가 생겨난다고 믿는다. 변화론자들은 작은 변화가 어떤 일의 흐름을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변화론자들은 경쟁을 부정하지 않고 경쟁을 자기 성장을 위한 자극제로 간주하고, 가능하면 즐기려고 노력한다. 변화론자들이 일반적으로 미지의 곳을 탐험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경향이 있다.

‘미래와 그 적들’을 쓴 버지니아 포스트렐은 말한다. “변화론자들은 저절로 생기는 질서의 힘을 믿고 실험과 피드백을 믿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진화의 힘을 믿고 중앙에서 군림하는 지식의 한계를 믿고 진보의 가능성을 믿는다. 그들은 일상생활의 미세한 결에서 감흥을 받고 현대 세계의 구석구석에서 발견되는 독창성과 다양성에서 자극을 받는다. 그들은 열린사회를 옹호하고 새로운 사유 앞에서 열린사회의 문을 닫아걸려는 사람들에게 본능적으로 저항한다.” 변화론자들의 가장 큰 장점은 자기가 틀렸을지도 모르고 내일이라도 더 나은 방법을 들고 누군가가 나타날지 모른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새로운 지식 더 나은 방법이 나타나면 기꺼이 자신의 생각이나 방법을 수정한다. 변화론자는 유연하고 융통성이 있다.

변화는 무조건 좋고 바람직하며, 안전과 안정은 모두 나쁘고 고루한 것만은 아니다. 세월이 흘러도 바뀌지 않고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 있고, 세월과 더불어 더 좋고 나은 것으로 바꾸는 게 바람직한 것도 있다. 문제는 열린 마음이다. 대화가 의미를 가지려면 부모자식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일차적으로는 부모가 먼저 가슴을 열고 자녀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엄마아빠만 힘든 것이 아니다. 아이들도 밖에 나가면 긴장해야 하고 때론 두렵고 외롭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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