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건강한 몸 건강한 정신

  • 최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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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29 08:02  |  수정 2018-01-29 08:02  |  발행일 2018-01-29 제18면
“운동장·자연속에서 뛰어놀아야 창의력도 더 커져요”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건강한 몸 건강한 정신
일러스트=최은지기자 jji1224@yeongnam.com

체육 시간을 오매불망 기다리던 아이들이 갑자기 체육 수업이 하기 싫다고 했다. 평소에 운동을 싫어하던 아이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체육 수업이라면 졸다가도 벌떡 일어날 남학생 몇몇까지도 체육 수업을 하기 싫다고 하니 고개를 갸웃했다.

“그렇게 기다리던 체육 수업이 왜 하기 싫어?” “지난주부터 ‘PAPS’ 측정하고 있는데 오늘 오래달리기를 해야 한단 말이에요.”

내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여학생 몇몇이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그제야 아이들이 이해가 됐다. 아이들 부모님 세대는 ‘PAPS’라는 표현보다 체력장이 좀 더 친숙하게 들릴 것이다. 하지만 종목은 그때와 사뭇 달라졌다. 현재 ‘PAPS’는 악력(손아귀로 쥐는 힘), 유연성, 50m 달리기, 오래달리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전 체력장에 포함되어 있던 윗몸 일으키기나 철봉 오래 매달리기 등은 빠졌다. 하지만 오래달리기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 아이 대부분은 덩치는 컸지만 부모님 세대만큼 운동장에서 뛰어놀거나 방과 후 운동을 하며 놀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 간혹 시간이 남더라도 친구끼리 모여서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인터넷 검색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이니 아이들의 체력이 좋아질 리가 없다.

“머리를 쓰지 않으면 몸이 고생한다고요? 그 반대입니다. 몸을 쓰지 않으면 머리가 고생하게 됩니다.”

미국 하버드 의대 존 레이티 교수는 위와 같이 말했다. 그는 아이와 어른 모두 운동을 하게 되면 집중력, 성취욕, 창의성이 증가하고 뇌의 능력이 확장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온종일 학교나 학원에 앉아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한국식 교육은 학생들의 역량을 저하시키고 우울증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0교시 체육수업을 도입한 미국 네이퍼빌고교에서는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2배나 높아지고 스트레스 지수도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러한 눈에 보이는 성과가 아니라도 학생들의 인성 교육을 위해서도 운동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의 경우에는 신체 성장 속도가 빠르다. 그렇다보니 특히 남학생들은 쉬는 시간에 잠시도 가만있기 힘들어하고 복도를 뛰어다니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렇게 활동성이 뛰어난 학생을 교실이라는 공간 안에 오랜 시간 붙잡아 두다보면 몸을 비틀고 짜증을 내는 경우가 많다. 학교 수업이 끝나더라도 움직일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학원에서 또다시 공부를 해야 한다.

“학원 수업 마치고 게임할 때가 제일 좋아요.”

“주말에 부모님 어디 가시고 나서 혼자 게임할 때가 행복해요.”

“수요일은 학원 수업이 늦게 시작해서 친구들이랑 PC방을 가는데 그때가 제일 기다려져요.”

남학생들이 가장 행복해하는 시간은 게임을 할 때라는 말이 대다수였다. 한창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을 의자에 붙들어 매두니 게임에 더욱 빠지고 집착하게 되는 것 같다.

올해로 나는 춘천마라톤 풀코스를 2회째 완주했다. 42.195㎞ 풀코스 거리를 ‘PAPS’에서의 오래달리기와 비교하면 약 42배 되는 엄청난 거리다. 물론 내 기록은 5시간을 넘어서는 좋지 않은 기록이다.

마라톤 베테랑에 비하면 아주 형편없는 실력이지만 풀코스를 뛰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 공부든 운동이든 꾸준하고 성실하게 노력하면 능력은 끝없이 발전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단순한 진리일지도 모르지만 발바닥에 굳은살이 배고 온몸이 뻐근할 정도로 뛰고 나서 온몸으로 깨달은 진리다. 그렇게 힘들었는데도 다음 날 멀쩡하게 일상생활을 했다. 물론 몸에 남은 피로감은 있지만 해냈다는 자신감으로 충전된 정신은 예전보다 반짝반짝 빛나는 듯했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라는 말이 있다. 더욱 많은 아이가 운동장이나 자연 속에서 뛰어놀았으면 좋겠다. 부모도 아이와 함께 등산을 하고, 달리기를 하고, 줄넘기를 하며 흐르는 땀과 함께 가슴속에 쌓였던 스트레스를 싹 날려버렸으면 한다.

아이들 모두가 학교 운동장 1㎞를 가뿐하게 웃으며 뛸 수 있는 그 날을 기대해 본다.

이수진<대구 시지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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