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평화 창조’의 올림픽으로 거듭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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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30   |  발행일 2018-01-30 제31면   |  수정 2018-01-30
[CEO 칼럼] ‘평화 창조’의 올림픽으로 거듭나야
이승률 (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 이사장)

‘평화올림픽’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평창올림픽이 곧 열린다. 국제사회에서는 북핵 위협 속 올림픽 개최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지만, 세계 평화를 위한 올림픽이라는 큰 이상을 이룰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희망도 크다. 또한 국내적으로도 남북 고위급회담을 통해 밝혔듯이 남북교류에 새로운 장이 열리고 남북관계가 회복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긍정적 평가도 크다.

그러나 응원단 및 예술단의 대규모 올림픽 파견을 놓고, 북한이 세계가 주목하는 올림픽 현장을 체제 선전장으로 활용할 것이 아니냐며 일각에서는 ‘평화올림픽’을 위장한 ‘평양올림픽’이란 말로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북한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적 환경을 마련한다는 명분으로 한미 간 틈을 벌리고자 하는 전형적인 이간질을 꾀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우세하다. 이 틈새를 활용해 핵 고도화를 위한 시간벌기를 추구하고, 나아가 경제난에 빠진 북한이 국제사회를 향해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데 한국을 활용하려는 ‘위장 평화’ 술책을 부리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이제까지 북한정권은 대가 없이 무언가를 협조한 일이 없다. 성공적 올림픽 개최의 공을 앞세워 그 대가로 엄청난 보상을 요청해 올 것이 뻔하다. 한국으로 하여금 일방적으로 양보하도록 몰아갈 가능성이 크고, 이런 북한의 갑질 요구에 퍼주기식으로 대응한다면 한국은 올림픽 이후 엄청난 딜레마에 빠지게 될 것이다. 미국은 올림픽과 상관없이 본토에서 독자적 공습훈련을 전개하고 있다. 패럴림픽까지 마친 후 4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을 그대로 시행할 경우, 북한은 이를 빌미로 종전보다 더 큰 위협과 공세로 강경 대응해 올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대화로 풀려고 하지만 북미 간에 군사적 긴장과 충돌이 지속되는 이런 상황이 반복된다면 우리의 입지는 더 좁아지고 스스로를 위험으로 내모는 모양이 될 것이다.

이런 정황에 따라 국내적으로는 점점 더 복잡한 남남갈등이 야기될 수 있다. 정부는 ‘평화올림픽’ 추진을 계기로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재개 등 남북경협의 큰 그림을 그리려 한다. 그러나 남북관계를 북한이 하자는 대로 끌려간다면 보수층은 말할 것도 없고 국민 대다수가 정부에 저항하는 극단적인 분열상을 초래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평화올림픽’을 표방한 평창올림픽이 하나를 얻고 열 개를 잃는 망신스러운 국제행사로 전락할 수도 있다. 남북 간에 극단적인 대결 구도의 불씨가 될 뿐 아니라 자칫하면 새로운 국제분쟁의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올림픽 이후의 한반도 상황까지도 고려하면서 북한의 평화 공세를 신중하게 대처하고 방비해야 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대화 손짓에 응하면서도 한반도 비핵화라는 입장과 원칙을 유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에 최선을 다하되 북한 위협에 대해서 제재와 압박을 견지하고 미국·일본과의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라는 것이다. 동시에 남남갈등을 뛰어넘는 여론형성과 국론통합에 이르는 실천적 대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선제적으로 풀지 않고서는 문재인정부가 아무리 ‘평화올림픽’이라 홍보해도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를 보장할 수 있는 길은 결코 찾아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작금의 국제적 긴장관계 속에서 ‘진정한 평화’야말로 평창올림픽이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로 떠올랐다. 문자 그대로 ‘평창’을 ‘평화 창조’의 줄임말로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어렵사리 재개된 한반도 평화의 분위기가 ‘위장 평화’로 유린되지 않도록, 그리고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평화가 아닌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평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의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남북한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강국들이 서로 힘을 합쳐 동아시아 지역에 실질적인 평화구도를 창출하는 ‘피스 메이커’로서의 올림픽으로 거듭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이승률 (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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