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칼럼] 맑은소리하모니카연주단Ⅱ

  • 조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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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02   |  발행일 2018-02-02 제23면   |  수정 2018-02-02
[조정래 칼럼] 맑은소리하모니카연주단Ⅱ

‘맑은소리하모니카연주단’의 제3회 정기연주회가 지난달 25일 대구교육연수원에서 성보학교 주최로 열렸다. 첫회는 참석을 못했으니 이 칼럼이 나에겐 두 번째 감상기다. 한 일주일 전부터 같이 갈 동무들을 청했다. 마침 진식, 승훈 등 기타치고 노래부르기 좋아하는 후배들과 함께 했다. 음악에 대한 이해가 나보다 나은 그들에게 연주회 품평을 듣고 싶은 속셈은 숨겼다. 연주회 뒤풀이를 거나하게 할 요량은 가외의 즐거움. ‘대단하다.’ 그들의 공통된 반응이었는데, 그 속에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뛰어났다는 놀람도 없지 않았다. 그랬다. 그들의 품평에 앞서 나는 1년여 전 두 번째 정기연주회 때보다 맑은소리하모니카연주단의 연주가 ‘더 맑아졌다’고 감상평을 주저하지 않고 내놓았다.

맑은소리하모니카연주단의 연주가 지난회보다 더 좋아졌다고 느낀 이유는 무엇일까. 소리를 감식하는 내 귀가 그 사이 더 밝아진 건 분명 아닌데 곰곰 되새겨 볼 필요조차 없이 확연하다. ‘Joyful Story’(즐거운 이야기), ‘세 번째, 나의 이야기’. 세 번 째 정기연주회의 주·부제(主·副題)가 시사하듯 9명 단원 한 사람 한 사람 이야기를 연주에 입혔다. 이야기로 풀어내는 연주는 사회자도 식전 행사도 없이 곧바로 돌입했다. 박진감 있는 진행이고 신선한 시도였다. 지난 연주회 직후 쓴 칼럼에서 ‘단원들이 재능기부라는 부담감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을 표명했었는데…. ‘들려주기’보다는 ‘즐기기’에 몰두하는 단원들의 모습에 객석이 온통 호응하는 성공적인 무대였다. 연주도 스토리도 흠 잡을 게 없이 자연스러웠다.

무엇보다 단원들의 이야기는 진솔했고 그들의 표정은 밝았다. 연주는 자연스러웠고, 무대와 객석은 거리를 좁혔다. ‘하모니카 연주 활동을 통해 사람들 앞에서 자신감을 갖게 되고 나 자신을 좀 더 알게되었고’(김가을), ‘성취감을 또다시 맛보기 위해… 나는 매번, 가다 서기를 반복한다’(표형민), ‘특수교사라는 꿈을 심어주신 선생님’(정민성), ‘저의 꿈은 일을 하며 경제적으로 자립을 하고 사회인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최혁).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들의 이야기와 하등 다르지 않다. 그들은 모두 단원과 호흡을 맞추고 청중과 부대끼면서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고백한다.

지난 연주회 이후 ‘나는 장애인이다’고 커밍아웃한 바 있다. 그렇다. 눈에 보이는 장애와 비장애를 떠나 누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에 막혀 있다는 평등의 차원에서 우리 모두는 장애인이다. 장애와 장벽을 넘어선 곳, 그 ‘장벽 너머(Barrier Free)’에 다다르기 위해 오늘도 힘겹게 살아내는 것이 바로 인생여정일 터이다. 음악으로서 ‘그들’이 ‘우리들’이 되는 경험은 장애와 비장애를 넘어 소통하고 참여하는 합일(合一)의 순간이다. 분별심으로 차별하는 마음이 아니라 통합심으로 차이를 인정하고 세계와 하나 되는 깨달음의 찰나 말이다.

맑은소리하모니카연주단은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각종 국내대회에서 입상을 하고 미국의 초청으로 순회공연을 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연주단의 이같은 영광의 무대 이면에는 스태프의 노고가 자리하고 있다. 정정순 전 교장과 노봉남 교사는 연주단 창립을 진두지휘했고, 우동기 교육감은 내내 아낌없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고 있다. 독감의 고통을 무릅쓰고 이날 참석한 우 교육감 내외가 앙코르 연주가 끝난 뒤 단원들을 일일이 격려했다. 연주단의 하모니카 소리는 대물림되고 갈수록 더 맑아져야 한다는 당위와 결기가 읽힌다. 최영호 교장, 정경렬·장경희 교감, 김영 예술감독, 조영숙·안소현 담당교사 모두 무대에는 보이지 않는 숨은 연주자들이다. 스태프의 봉사와 재능기부가 고스란히 보태어진 맑은소리에 다시 한번 찬사를 보낸다.

맑은소리하모니카연주단은 열린 미래를 지향했으면 한다. 새로운 단원을 많이 충원하고 대중과 소통의 기회를 늘려나가라는 말이다. 그러자면 단원의 문호부터 개방하는 게 불가피하다. 대구지역 장애학생들로 지난해 창단한 특수교육오케스트라인 ‘위드(With)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모델로 안성맞춤하다. 맑은소리하모니카연주단의 지속가능성은 열려 있어야 한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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