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교실을 벗어나자 더 큰 배움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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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05 07:43  |  수정 2018-02-05 07:43  |  발행일 2018-02-05 제15면
[행복한 교육] 교실을 벗어나자 더 큰 배움이 열렸다
김언동 <대구 다사고 교사>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며칠 앞둔 지난해 11월의 주말,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C-Quad에서 대구교육청이 주관한 소셜 픽션 콘퍼런스가 있었다. 마침 학교에서 ‘삶을 디자인하는 기술, 철학’이라는 주제로 소수선택과목 ‘철학’을 수업하면서 ‘소셜픽션 지금 세계는 무엇을 상상하고 있는가’(이원재 외, 어크로스)를 다루었기에 아이들과 함께 행사에 참가하였다. 학생들은 진행자에 의해 제시된 ‘최고의 배움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각자 자신이 꿈꾸는 학교와 세상을 마음껏 상상해 볼 수 있었다. 처음 만난 다른 학교 학생들과도 전혀 어색함 없이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아이들의 모습에서는 학교 교실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면모도 발견할 수 있었다. 자기 속내를 좀처럼 보이지 않고 소극적이기만 하던 몇몇 아이들의 놀라운 변화에 대한 답을 지역사회의 공간에서 찾아보았다. 옛 제일모직 공장을 리모델링한 C-Quad는 천장이 높고 무대를 제외한 나머지 3면이 모두 통유리창으로 되어 있었다. 위로 높은 천장은 개방감을 주어 어떤 틀 안에 갇히지 않은 자기만의 생각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해 주는 듯했고, 통유리창은 아이들의 논의가 실제 현실 공간과 연결됨을 환기시키는 듯했다. 공간이 가진 특별한 매력이 아이들의 생각을 춤추게 했던 것이다. 아이들에게 주어졌던 ‘최고의 배움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나에게는 ‘최고의 배움은 어디에 있는가’로 바뀌어 다가왔고 배움을 위한 물리적 공간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한 출판사에서 해마다 개최하는 학급문집 공모전의 예심을 하게 되었다. 읽고 평가해야 하는 스무 권이 넘는 문집이 택배로 도착했다. 모둠 일기장에 인격을 부여하여 마치 친구와 대화하듯 적은 학급일기나 다른 친구의 이름으로 3행시 짓기, 인스타그램의 형식을 차용한 사진 글쓰기 등은 바로 따라 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가장 인상적인 문집은 대안학교 부문으로 참가한 어린이 농부학교의 것이었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주말마다 농사일을 체험한 다음 쓴 동시나 일기에서는 날것 그대로의 생동감이 넘쳐 흘렀다. 초등학교 교사인 아내는 이 문집에서는 자연을 책으로만 경험한 아이들의 글에서 볼 수 있는 진부함이 없다고 평가했다. 분명 이 아이들은 쓱싹쓱싹 맛있게 비벼 먹은 채소비빔밥의 쌀과 채소들이 가꾸는 사람의 노력에 답하는 자연의 선물임을 알고 있었다. 닫힌 교실에서 자연에 대한 책을 읽어서 이해한 아이들은 절대 알 수 없는 세계가 아닐까?

지난 1월 말에는 한국교육개발원이 2018년 온라인 공동교육과정 연수를 주최하였다. 학생들의 교육 기회를 확대하고자 한국형 미네르바 스쿨을 표방한 온라인 실시간 공동교육과정은 대구교육청을 비롯한 11개 교육청에서 올해부터 시작된다. 운영을 앞두고 2월에 사전 점검을 위한 시범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나에게는 평소 사용할 일이 거의 없었던 웹방송 기기를 다루는 것부터 만만치 않은 일이다. 미리 촬영하여 온라인에 올려놓은 영상을 학생들이 보는 것도 아니고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수업이니 진행하는 교사의 심적 부담과 업무량도 상당할 것이다. 주변의 몇몇 선생님들은 온라인 수업이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는 부정적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실제로 철학잡지 ‘뉴필로소퍼’는 창간호 주제로 ‘너무 많은 접속의 시대’를 정하고 IT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삶을 옥죄며 오히려 소통 부재를 심화시킨다고 강조한다. 모두 일리 있는 지적이긴 하지만 나는 제한된 교실 수업을 벗어나 다양한 교육 활동을 진행할 수 있는 장점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공동교육과정을 진행하는 학교로 이동해야 하는 시간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장소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소통방식으로 진행하는 수업이 교실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 생각한다.

별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이 세 가지 경험이 이번 겨울 나에게는 큰 깨달음을 안겨 주었다. 몇 년 전부터 고민하고 있던 배움의 제약을 넘어설 용기를 주었기 때문이다. 교실의 한계가 느껴진다면 C-Quad와 같은 지역사회의 공간을 교실로 끌어들일 것이고, 현실과 격리된 수업에 한계를 느낀다면 안 먹던 채소도 다 먹었다는 초등 1학년 아이의 동시를 되뇌일 것이고,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학생 특성에 맞춘 수업을 시도할 것이다. 배움은 교실에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교실 밖에는 더 큰 배움이 있다. 이제 교실 밖으로 나서도록 용기를 내어 볼 일이다.

김언동 <대구 다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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