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사랑과 질투 충만한 밸런타인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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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05 07:49  |  수정 2018-02-05 07:49  |  발행일 2018-02-05 제17면
[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사랑과 질투 충만한 밸런타인데이!

2월이면 사랑하는 사람끼리 서로의 사랑을 고백하는 밸런타인데이를 기다립니다. 그간 바쁘다는 이유로 서로에게 열 번도 넘게 했어야 할 “사랑한다”는 말을 한번도 제대로 하지 못한 미안함과 함께 초콜릿과 선물을 교환합니다.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선물하는 것은 영국에서 처음 시작되었는데, 일본의 한 제과업체가 이러한 영국의 풍습을 들여와 ‘밸런타인데이는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로 홍보를 하면서 현재의 밸런타인데이 모습으로 자리 잡았다고 합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남녀 구분없이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선물하며 사랑을 고백하는 한편, 일본은 여성이 남성에게 고백을 하는 날이라고 합니다.

사실 초콜릿 선물보다 연인이 서로 기대하는 것은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온 “사랑한다”라는 고백일 것입니다. 우리 인간사회에서 한 사람에 대한 사랑은 매우 중요합니다. 너무 많은 사람에게 ‘난 널 사랑해’라며 달려드는 남자를 우린 흔히 ‘바람둥이’라 부르며 그 사람이 하는 사랑의 진실성을 의심합니다. 그래서 뇌연구에서 ‘진정한 사랑과 바람끼’는 오랫동안 내려온 연구주제입니다.

이런 연구를 위해 가장 오래 활용한 모델은 일부일처제를 주장하는 동물, 프레리 들쥐(Prairie vole)입니다. 이 쥐는 다른 들쥐와 달리 일부일처제 생활을 합니다. 수컷 쥐와 암컷 쥐가 한 쌍을 이뤄 둥지를 공유하고 새끼를 함께 키우며 백년해로(이 쥐가 백년을 사는지는 향기박사도 모릅니다)를 한다 합니다. 이들 프레리 들쥐들이 이런 일부일처제 생활을 하는 것은 뇌속 시상하부에서 분비되는 2가지 호르몬 때문이라 알려져 있는데, 사랑의 호르몬이라 불리는 ‘옥시토신’과 질투의 호르몬이라 불리는 ‘바소프레신’입니다. 옥시토신은 그리스어로 ‘빨리 태어나다’란 뜻으로 임신 말기에 분비가 늘어나 분만을 유도하는 호르몬으로 병원에서는 보통 분만촉진제로도 많이 사용됩니다. 또 옥시토신은 호감 가는 상대를 보면 시상하부에서 혈류로 분비가 되고, 혈류를 통해 분비된 옥시토신이 온몸에 퍼지면 호감 가는 상대를 껴안고 싶은 충동과 성욕을 느끼며, 산모는 아기 울음소리에 더 민감해집니다. 즉 옥시토신은 남녀 간에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하고, 어머니에겐 모성애를 촉진하는 기능을 하는 거죠. 한편 바소프레신은 배우자와의 유대감을 증대시키며, 남성에게는 다른 남성에 대한 적대감을 유발합니다, 즉 질투심을 유발하는 것이죠. 사랑의 실험에 사용되는 프레리 들쥐의 경우, 수컷 쥐는 일부일처제를 하지 않는 다른 동물에 비해 바소프레신 수용체가 훨씬 많이 발현하고 암컷 쥐는 옥시토신 수용체가 많이 발현합니다. 그러니 이 프레리 들쥐들이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것은 바로 다른 동물에 비해 높은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에 대한 수용성 때문인 거죠.

이같은 관찰은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인간과 그렇지 않은 동물, 예를 들어 침팬지의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 수용체 발현 비교연구에서도 같은 결과를 보입니다. 인간은 프레리 들쥐와 같이 높은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 수용체 발현을 보이는 한편, 침팬지는 그렇지 않습니다. 정리해보면 우리 인간들이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에 더 많이 영향을 받을 경우, 일부일처를 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두 호르몬이 적절하게 분비되어 우리 뇌를 조절해줄 때, 사랑과 질투가 충만하면서도 조화를 잘 이루게 되고 두 사람의 사랑이 더 돈독해져서 평생을 함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만을 바라보게 하고, 질투는 사랑하는 사람이 나만을 바라보게 합니다. 그러나 일방적인 사랑은 상대방에겐 집착이며, 질투 없는 사랑은 상대방에겐 무관심입니다. 이번 밸런타인데이에는 선물 고민만큼이나 진정한 사랑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보면서, 행복한 사랑의 기억 만드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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