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가상화폐

  •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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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05   |  발행일 2018-02-05 제35면   |  수정 2018-02-05

요즘 어딜 가나 가상화폐 이야기다. 국내 가상화폐 투자자가 300만명을 넘어섰다니 당연한 일이다. 몇 달 전만 해도 “누가 수십, 수백배를 벌었다”는 일확천금의 무용담이 많이 들렸다. 하지만 최근엔 가상화폐 투자사기를 당하거나 가격 폭락으로 쪽박을 찼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넘쳐난다. 아직 가상화폐의 결말을 예단하긴 이르지만 가격 거품이 빠지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짧은 시간에 올라도 너무 올랐기 때문이다.

가상화폐의 대표격인 비트코인은 2010년쯤부터 1~6센트에 거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돈으로 치면 몇 십 원쯤이다. 그 이후의 가격 폭등세는 실로 믿기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해외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 가격이 2만달러에 육박했다. 거래된 지 8년 만에 수백만배가 오른 것이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보다 가상화폐 가격이 높은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까지 더해져 올해 1월 초에 비트코인은 2천600만원대까지 치솟았다. 아마 그즈음이 묻지마 투자 광풍의 절정이었을 게다. 비트코인 가격이 5천만원, 1억원까지 오를 것이란 말에 현혹된 사람들이 앞다퉈 돈을 질렀다. 하지만 사람들이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곳에 대박이 있을 가능성은 극히 적다. 이런 진리는 어김없이 입증되고 있다.

최근 가상화폐가 그야말로 폭락세다. 비트코인의 경우 가격이 한 달 만에 무려 70%나 빠지기도 했다. 블록체인 기술로 포장된 가상화폐의 실체에 대한 의구심이 늘어나는 데다 세계 각국이 강력 규제에 나서면서 시장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모양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뒤늦게 가상화폐 투자에 나섰던 사람들은 공황상태에 빠졌다. 특히 전체 투자자의 70%나 된다는 2030세대의 비명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가상화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흙수저 탈출하려고 비트코인 샀는데, 흙수저마저 날렸다” “수천만원 대출내서 몰빵했는데 신용불량자 되게 생겼다”는 등의 하소연이 수도 없이 올라온다. 참으로 안타깝다. 과거 수많은 개인의 삶을 나락으로 내몰았던 코스닥 버블 붕괴나 카드 대란 사태 때보다 더한 후유증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 가상화폐가 4차 산업혁명을 앞당기는 보증수표인지, 아니면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신기루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냉철한 판단이 필요할 것 같다. 허석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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