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기술인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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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06   |  발행일 2018-02-06 제31면   |  수정 2018-02-06
[CEO 칼럼] 기술인 예찬
정홍표 홍성건설 대표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게 된 것이 애초에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 시절 대부분의 친구들처럼 얻은 성적에 맞춰 ‘찍어서’ 선택한 것으로 기억한다. 4년 동안 학교에 다니면서도 건설이 평생의 직업이 되리라는 것에 반신반의하였던 것 같다. 그렇지만 학교를 마치고 건설 현장에 뛰어든 지 불과 10년이 되지 않아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을 하였다. “아빠는 다시 태어나도 건설을 하겠다.” 그 이후로 10여 년 이어진 기술인으로서의 생활은 물론이고 경영자로서 지금까지도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술인으로서의 열정은 더 커져가는 것을 느끼고 있다.

건설을 하기 전에 다른 직업을 가져본 적은 당연히 없다. 구태여 사회 경험이라 한다면 학창 시절에 농부인 아버지 일을 거들어 경운기 몰고 들판을 누벼본 것이 전부였으니, 다른 직업과 건설을 직접 비교해 볼 기회도 없으면서도 건설인을 숙명의 직업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건설일에 30여 년 몸담은 사람으로서 스스로 말함이 미숙하겠지만 지면을 빌려 자랑해 보고 싶다.

첫째, 건설은 하는 일 그 자체에 재미가 있다. 세상에는 우리가 알고 모르는 수많은 직업이 있지만, 그 일을 하면서 노동의 가치 이전에 일상으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을 것이다. 드넓은 들판에 공단과 택지가 조성되고 여기에 공장과 빌딩, 아파트가 지어지는 수년간 건설인들은 그 변화의 순간들을 매일매일 만끽할 수 있다. 물론 발주처나 설계·감리자 등 여러 집단이 함께해 나가는 것이지만 본인의 역량에 따라 기술인은 충분히 스스로 즐거움을 주도할 수 있다. 도자기를 만들거나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들과는 그 실행 방법과 목적이 다르지만 일에서 가치와 행복, 자기만족을 찾는다면 그들보다 못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또한, 우리의 작품들도 최소 몇십 년은 남아 있고 경우에 따라 몇백 년 이상 이어질 가능성도 있기에 충분히 자긍심과 미래에 대한 기대감까지 오늘의 즐거움에 녹아 있다고 생각한다.

둘째, 기술인들과의 어울림이 좋았다. 건설 현장에 가면 선후배 간에 위계가 분명하되 선배는 후배를 제자처럼 모든 것을 가르치고 돌보았으며, 후배는 선배를 최소 삼촌 이상으로 따르고 존경했었다. 자기 능력 위주로 평가를 받는 조직 시스템 또한 좋았다. 회사 내에서나 저녁 술자리에서나 늘 함께 기술인이라는 공동체로 서로를 존경하는 동료애, 가족이었다.

셋째, 늘 당당한 생활을 할 수 있다. 신입 때야 배우는 처지라 어쩔 수 없지만 입사 5년 차 정도인 대리 직급만 되어도 고용자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것 같다. 기술 능력을 회사가 가르쳤지만, 나의 기술력은 내 것이며 회사는 그 기술력을 함부로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오너 대표이사를 하면서 늘 직원들의 심기를 살피고 그들에게 ‘아부(?)’를 하는 것은 20여 년 기술인 시절의 경험에 의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대사회에서 모든 직장인은 독립의 꿈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꿈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 기술인들이 아닌가 싶다. 물론 어떤 분야를 전공하였든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된다면 언젠가 오너로 나설 수 있겠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 기술인들이 아마도 출발이 훨씬 용이하지 않나 생각된다. 기술인은 이미 그 자신이 하나의 회사이기 때문이다.

요즈음 대학 졸업생 취업난이 사회문제가 될 만큼 심각하다. 그런데 건설 현장이나 제조업체에 기능공이 대부분 외국인인 건 인정하더라도 젊은 기술자들을 구하고 키우기가 너무나 어렵다. 아마도 요즘 세대들은 먼 미래를 위한 투자보다는 안일하고 편한 현재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부모들 역시 한두 명 있는 귀한 자식이 힘든 일 하는 것을 꺼려 한다. 우리 모두에게 지금 진짜 힘든 것이 무엇이며 미래에 다가올 힘든 것은 또 무엇일까? 사후에 아이들이 제사를 지내준다면 영정 앞에 ‘현고 기술사 부군 신위’라고 적어주길 원한다. 또한 신이 허락한다면 하늘에서도 천국 건설에 기술인으로 역할을 하고 싶다.
정홍표 홍성건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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