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경북도지사 선거 흥행을 기대한다

  • 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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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07   |  발행일 2018-02-07 제30면   |  수정 2018-02-07
도지사선거 후보들 살펴 보면
이번에도 보수쪽 우세 점쳐져
대구시장 선거처럼 관심끌고
유권자가 고민하게 만들려면
진보쪽도 무게있는 후보내야
[동대구로에서] 경북도지사 선거 흥행을 기대한다

6·13 지방선거가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자치단체장 후보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서울시장을 비롯해 시·도지사 석권에 나선 가운데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진영에서 어느 정도 챙겨갈지 관심거리다.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정국과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으로 더불어민주당의 기세가 오를 대로 오른 만큼 보수로서는 궁지에 몰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역자치단체장 가운데 보수가 그나마 자신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과거에는 영남권 전체를 그늘로 두고 있었다면 이제는 대구·경북으로 쪼그라든 느낌이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경북은 몰라도 대구는 보수가 그리 낙관할 수 있는 땅도 아닌 것 같다.

대구시장 선거는 지난해부터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인해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김 장관이 아무리 선거불출마를 외치고 있어도 선거판의 풍향계는 그의 의도와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올해 대부분 지역 언론의 선거예측이 김 장관의 압도적인 승리로 나타난 마당에 과연 더불어민주당이 김 장관의 불출마 뜻을 받아들여줄지 의문스럽다.

김 장관이 선수로 경기에 참여한다면 그야말로 빅게임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지만, 그의 뜻대로 불출마가 이루어진다면 사실 앙꼬없는 찐빵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상식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을 비롯해 이승천 전 국회의장실 정무수석, 임대윤 전 민주당 최고위원 등 지금까지 이름을 내건 여당 후보군에게는 미안하지만, 김부겸 장관이 빠진 대구시장 선거는 이미 저울의 추가 어느 한쪽으로 기운 듯하다.

그나마 대구시장 선거는 김 장관으로 인해 지금까지는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그런데 경북도지사 선거는 이번에도 관심을 받기 어려울 것 같다. 현역 국회의원을 비롯해 시장 등 자유한국당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이들의 면면을 보면 자유한국당 경선이 꽤나 시끌벅적하게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들과 맞붙을 다른 당의 선수가 체급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등을 비롯한 정의당 후보들은 인지도 등에서 뒤처져 있다.

사실 지난번 경북도지사 선거는 모두 지켜보는 유권자입장에서는 별다른 재미가 없었다. ‘아슬아슬하게 앞선다’거나 ‘박빙의 우위를 가진다’거나 하는 표현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전국 최고 득표율’이라는 퍽이나 재미없는 단어가 경북도지사 선거를 대표했다. 어른이 아이 손을 비틀듯이 김관용 도지사는 손쉽게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만큼 김 도지사에 필적할 만한 인물을 다른 당에서 내놓지 못했다는 이야기와 같다.

대구시장도 이전에는 일방적이었다. 자유한국당 경선이 곧 당선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김부겸 장관이 텃밭을 갈고닦으면서 ‘우세’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그걸 지켜보는 대구시민은 어느 쪽에 투표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을 것이다. 그동안 전국민에게 들었던 ‘보수 꼴통’에서 벗어날지, ‘미워도 다시 한번’일지. 김부겸 장관이 끝내 선거에 나서지 않더라도 그의 존재만으로도 대구시장 선거는 흥미진진하다.

경북도지사 선거는 대구시장 선거 못지않게 관심을 끌었으면 좋겠다. 경북도민도 보수냐 진보냐를 고민할 수 있게 전국적 인지도를 가진 중량감 있는 진보 후보를 보고 싶다. 며칠 전 지인이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 나오기 위한 디딤돌쯤으로 생각한다”는 말이 그럴듯하게 들렸다.

보수가 아니라 진보가 새로운 경북도지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보수와 진보, 여당과 야당이 경북도지사 자리를 놓고 서로 치열하게 도민들에게 호소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보수의 깃발을 꽂으면 누구라도 당선이 기정사실화되는 안하느니 못한 그런 선거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오랫동안 보수에 표를 던진 사람이라도 “이런 사람이라면 진보라도 한번쯤 도지사감으로 괜찮지 않을까”라고 고민하는 경북도지사 선거가 치러졌으면 좋겠다.

전영 경북본사 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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