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까막눈 恨 훌훌 털고 초등 졸업합니다”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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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12 07:54  |  수정 2018-02-12 07:54  |  발행일 2018-02-12 제14면
문경 80대 여순아·박삼순 할머니
증손자뻘 학생들과 학업 매진
분교존치 기여 공로패도 받아
“평생 까막눈 恨 훌훌 털고 초등 졸업합니다”
축하 꽃다발을 안고 졸업장을 든 문경 산북초등 창구분교 여순아(오른쪽)·박삼순 할머니가 담임교사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산북초등 제공>

[문경] 팔순의 할머니들이 6년간의 초등학교 학업을 마치고 ‘빛나는 졸업장’을 받았다. 주인공은 여순아(86)·박삼순 할머니(80)다.

지난 9일 문경 산북면 산북초등에서 열린 졸업식. 이들 두 할머니는 증손자뻘 어린 학생들과 나란히 졸업장을 손에 쥐었다. 가족·교직원들의 아낌없는 축하가 이어졌다. 한글을 읽지 못한 평생의 한을 훌훌 털고 이날 더없이 기쁜 마음으로 교문을 나왔다.

2012년 3월, 70·80대에 산북초등 창구분교에 입학한 두 할머니는 이른바 ‘낫 놓고 ㄱ자도 모르는’ 처지였다. 하지만 지난 6년 동안 어린 학생들과 함께 열심히 학업에 매진했다.

그 결과 국어책을 또박또박 읽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산수 실력도 쑥쑥 쌓았다. 지난해 12월 졸업을 앞두고 열린 학예발표회에선 최신 걸그룹 노래에 맞춰 수화공연까지 선보여 어린 학생들의 열화와 같은 환호를 받았다.

여순아 할머니는 “하루하루 학교생활을 하다보니 6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갔다”며 “졸업 때까지 애정을 갖고 이끌어 준 선생님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박삼순 할머니는 “배운다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아 초등 1학년 때 학업을 포기하려 한 적도 있었다”며 “돌이켜보면 6년간의 학교 생활이 정말 행복했다. 졸업식 날 아침, 너무나 기쁘고 감격스러워 나도 모르게 눈물 흘렸다”고 말했다.

산북초등은 두 할머니의 졸업이 학교를 널리 알리고 분교 존치에 크게 기여한 점을 인정, 공로패를 전달했다.

남정현기자 nam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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