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균 원장의 건강 챙기기] ‘비염’의 한의학적 이해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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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13 08:08  |  수정 2018-02-13 08:08  |  발행일 2018-02-13 제23면
“훌쩍훌쩍 ‘비염’…코보다 폐기능 강화해야 근본적 치료”

절기상으로 입춘이 지났지만 큰 명절인 설을 앞두고 아침저녁으로 기온차가 심한 계절인 이때에 감기를 동반한 폐질환이 부쩍 늘었다. 그 중 비염은 남녀노소할 것 없이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으며 쉽게 발병하는 질병이다. 병의 원인이 복잡하며 대부분은 체질이 허약하거나 또는 육음지사(六淫之邪)의 침입으로 인해 발생한다.

“폐의 진액 마르면 코 기능 약화
맥문동·길경 등 한약재로
폐 튼튼하게 만들어 저항력 길러야
화로 인한 허열 쌓이면 비염 원인”


20180213

한의학에는 폐개규어비(肺開竅於鼻)라는 한의생리학적 개념이 있다. 폐는 코에 그 구멍을 열어 놓고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즉 폐가 호흡을 할 때마다 공기가 들락거리는 역할을 코가 맡고 있다는 뜻이다. 폐는 탁한 공기도 싫어하지만 너무 차거나 건조한 공기도 좋아하지 않는다.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찬 공기는 콧속의 섬모작용을 만나면서 따뜻하게 변하고 습기를 머금은 공기로 바뀌며, 탁한 공기는 코털의 초보적인 정화작용으로 어느 정도 맑은 공기로 변하면서 기관지를 거쳐 폐로 들어간다. 따라서 코는 하나의 독립된 기관이 아닌 폐를 돕는 보조기관이 된다. 또 한의학에서 폐주비(肺主鼻)라는 개념으로도 설명하는데, 즉 폐가 코를 주관하고 있다는 뜻으로 폐의 기능이 약해지면 코의 기능까지 장애를 받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운동 후 덥다고 운동복을 벗으면 잠시 시원하지만 어깨와 등쪽으로 선득한 느낌과 함께 찬 기운이 폐로 들어가면 코가 막히고 콧물과 재채기를 동반하면서 냄새도 맡기 어려워진다. 이처럼 폐와 코는 밀접한 연관성이 있으므로 비염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려면 코만 치료하는 게 아니라 근본이 되는 폐도 치료해야 한다는 것이 한의생리이다. 폐를 튼튼하게 만들어 줌으로써 찬 공기, 건조한 공기, 탁한 공기에도 견디어낼 수 있는 저항력을 기르게 만들어야 하고, 폐가 건강해지면 감기에도 자주 걸리지 않음은 물론 감기에 걸렸더라도 쉽게 나을 수 있다.

비염 환자들의 증상은 천차만별로 환자에 따라 혹은 계절에 따라 각기 다르며 재채기가 심한 증상, 콧물만 심하게 흐르는 증상, 코막힘만을 호소하는 등 다양성을 보인다.

겨울철에 심한 환자가 있는가 하면 여름철에 증세가 악화되는 환자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환자들의 내부기능과 유관한 것으로 체질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한의학에서도 ‘top to toe’라고 해 환자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전신을 진찰한다. 종합적인 진찰을 마치면 어떤 장기가 약하고 어떤 장기가 건강한지를 확인하고 체질도 진단한다.

하지만 어느 체질인가 파악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체질에 따라 한성과 열성이 있으므로 이를 다시 진단해야 한다.

한성 체질의 환자에게 열성 체질에 맞는 약을 써서는 안 되고 열성의 환자에게 한성 체질에 필요한 약을 사용해도 문제가 생긴다. 같은 체질이라도 한성과 열성에 따라 서로 반대되는 처방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아무리 가벼운 증세라도 소홀히 다루지 말고 다양하고 사려 깊은 진찰이 선행돼야 한다. 체질을 진단하고 다시 한성과 열성인가를 진단한 뒤에 그 질병의 근원을 추적하면서 처방하면 비록 오래된 병이라도 치료할 수가 있는 것이다.

예컨대 비염환자가 태음인인 경우 대변의 상태가 정상이고 소변이 흰색에 가깝다면 한성에서 오는 증상으로 본다. 이런 환자에게는 여러 증상을 참작하여 조리폐원탕에 한두 가지 약재를 가미한 처방을 사용할 경우 몇 개월이면 회복이 가능하다. 처방은 맥문동, 길경 등으로 구성된 약재이지만 태음인의 약점인 폐를 보해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더없이 좋은 처방이다.

이 처방의 맥문동은 폐를 윤택하게 하고 폐에 쌓여 있는 열을 제거하는 작용이 뛰어난 군약이고, 황금도 맥문동의 작용을 도와 폐의 열을 씻어낸다. 길경이 마황과 함께 폐에 남아 있는 감기 기운을 풀어주고, 의이인은 나복자와 더불어 간에 작용해 비위의 기능을 도와줌으로써 약해진 폐와 전신에 영양을 공급하도록 만든다.

이상과 같은 약재들의 상호 협력작용으로 폐가 튼튼해지면 결국은 코의 기능까지도 보강되면서 비염 증상도 근본적으로 없어진다. 비염의 원인이자 환자의 체질상 가장 취약한 장기인 폐를 동시에 보강해 주기 때문이다.

한의학적으로 볼 때 비염에 걸리지 않으려면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고 가급적 찬 바람을 쐬지 말고 찬 음료수를 지나치게 마시는 것을 삼간다. 폐는 건조하거나 찬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매사에 성급하거나 화를 자주 낸다든지 걱정을 많이 하지 말도록 권유하고 있다. 급하거나 화가 되는 것은 허열로 바뀌어 위로 상승하면 폐의 진액을 마르게 하여 코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항상 마음을 안정시키고 자족하는 삶을 권한다. 작은 것이지만 갈등이나 근심걱정과 화로 인하여 사소한 허열들이 쌓여서 비염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감기, 축농증, 천식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청산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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