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세상보기] 설날의 추억

  • 김점순 시민
  • |
  • 입력 2018-02-14   |  발행일 2018-02-14 제13면   |  수정 2018-02-14
[시민기자 세상보기] 설날의 추억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동요 작곡가 윤극영의 설날 노래를 부르면서 흥이 났던 옛 기억을 더듬으며 다가오는 설날을 생각해 본다. 옛날 우리 어머니 세대의 설은 벌써 보름 전부터 시작됐다. 엿을 고아 조청을 만들고 두부도 만들고 술도 빚는다. 가끔 설빔을 짓거나 빨래를 하고 다림질도 해야 한다.

“뻥~ 뻥~.” 뻥튀기 소리에 동네 조무래기들은 귀를 막고 모이를 쪼아 먹던 참새들이 놀라 우르르 날아갔다. 뻥튀기를 위한 갖가지 곡식들이 한 되씩 담긴 깡통들이 줄지어서 차례를 기다린다. 이렇게 튀긴 튀밥과 조청으로 어머니는 강정과 한과를 만들었다.

동네 어귀 방앗간에는 가래떡을 뽑기 위해 쌀을 불려 놓은 그릇이 줄지어 기다린다. 한쪽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가래떡이 만들어진다. 불린 쌀을 빻고 쌀가루를 찌고 가래떡을 뽑기까지 하루 종일을 기다려야 가래떡 뽑을 차례가 된다. 김이 나는 가래떡을 조청에 찍어 먹던 그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우리가 잠든 밤에 부모님은 손에 물집이 생겨도 원망 없이 그 많던 가래떡을 따 썰어 놓았다.

뒤집힌 솥뚜껑 밑에는 불이 타올랐고 연기로 눈이 따갑고 눈물이 나도 준비한 재료로 전을 다 부쳤던 어머니. 목욕탕이 없던 시골 마을이라 쇠죽 쑤는 가마솥에 물을 가득 데워 우리들의 묵은 때를 씻어 주는 것도 어머니의 몫이었다. 그믐날 밤에는 복조리 장수가 복조리를 마당에 휙 던지고 사라졌다. 며칠 지나 복조리 값을 받으러 오면 복을 가져다주는 이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한다.

우리 어머니는 이런 설날 준비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정성껏 준비하셨다. 새해를 시작한다는 거창한 다짐이나 계획을 세우는 것도 아니고, 그저 옛날부터 내려오는 풍습이고 절차를 따르는 것이다.

요즘 설 준비는 대부분 시장에서 사고, 전을 부치고 만두를 빚는 정도다.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이제는 세배를 받을 어른도 세배를 오는 이도 점차 줄어들고 있으니 얼마 후면 그 흔하던 연하장 없어지듯 세배문화도 사라라지지 않을까 괜한 걱정을 해 본다.

오늘의 명절이 오랜 시간을 두고 시대 흐름에 따라 형성되었듯이 미래의 명절이 또 무슨 변화를 겪어 어떤 형태로 변해갈지 짐작하기 어렵다. 다만 우리의 미풍양속이 잘 보전되고 유지되어 정신적 자양분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소망해본다. 김점순 시민기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시민기자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