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서 불법시술 사망 의혹

  •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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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19 07:22  |  수정 2018-02-19 08:33  |  발행일 2018-02-19 제1면
대구 서구 시설 前직원 폭로
“의료 금지에도 수년간 ‘콧줄’ 자행
잘못 삽입돼 사망사고 발생하자
관련 근무자들 해고 등 조직적 은폐
사고 알아챈 병원엔 선물로 입막음”
요양원측 “의료행위 없었다” 부인

대구 한 요양원에서 불법 의료행위가 자행되고, 이로 인해 사망자까지 발생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장이 예상된다.

영남일보가 최근 입수한 진술서 등 자료에 따르면 대구 서구 A요양원은 수년간 거주 어르신을 대상으로 소위 ‘콧줄’이라 불리는 L-TUBE(음식물을 삼키지 못하는 환자에게 음식물을 제공하거나 약물 투입을 위해 코 안으로 끼우는 관) 삽입과 주사 등의 의료행위를 했다. L-TUBE 삽입은 환자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전문의가 없는 요양원 등 시설에서의 시술은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병원에서는 튜브 삽입 후 반드시 X-레이 촬영을 한다. 식도로 삽입돼야 하는 튜브가 기도로 들어가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A요양원의 전(前) 관계자 등은 편의상 이유와 재단 고위층의 지시로 불법 의료행위를 했고, 사망사고로까지 이어졌다고 폭로했다. 이들은 “2015년 11월 한 어르신의 경우 불법 시술한 튜브가 기도로 삽입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행동하는의사회 대구지부 최창수 대표는 “환자에 삽입된 튜브가 빠졌다면 병원을 방문해 치료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이 같은 불법행위는 시설에서 암암리에 있어 온 문제”라고 지적했다. 제보자들은 또 2016년 9월 한 직원이 수액을 빠르게 주사하는 바람에 또 다른 어르신이 숨졌다고 했다. 심장질환 환자에게 수액 투여속도를 제대로 조절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것.

사망사고와 관련해 재단 측의 조직적인 은폐 의혹도 제기됐다. A요양원 전 관계자는 “이 같은 불법 의료행위는 재단 이사장, 시설국장, 간호팀장의 입막음으로 그동안 은폐돼 왔다”며 “사망사고 당일 당직 근무자들을 해고하거나 입단속시켰다. 사고를 인지한 지역 병원 관계자에게는 한우세트를 선물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숨진 어르신에게 사용된 수액과 바늘을 갖고 있다. 이 수액과 바늘이 시설에서 의료행위가 이뤄진다는 명확한 증거”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A요양원 관계자는 “우리 시설은 요양원이므로 의료행위 자체를 할 수 없다. 사소한 일이 생겨도 어르신을 병원으로 모셔가 진료를 받게 한다”며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한편 A요양원을 운영하는 B재단은 61명의 종사자가 근무 중이며, 지난해 대통령상을 받았다.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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